제주시 건입동에 자리잡은 사진예술공간 큰바다영(대표 고경대)은 10일부터 30일까지 사진작가 고현주 초청전 ‘기억의 목소리 III-아름다운 제의’를 진행한다.
고현주 작가는 지난 5년간 제주4.3을 다룬 ‘기억의 목소리’ 시리즈를 세 번에 걸쳐 이어왔다. 올해 출간된 ‘VOICE OF MEMORIES III: A Beautiful Ritual(기억의 목소리 III, 아름다운 제의)’는 6년 작업의 완결판이다. 이번 사진전은 ‘아름다운 제의’ 사진집에 나온 일부 사진을 선보이는 자리다.
큰바다영에 따르면 고현주 사진가는 4.3 영령들의 학살의 현장을 찾아, 꾸러미를 싼 보자기에 빛을 담고 등을 밝히며 제의를 드리는 작업을 사진으로 담았다. 성산일출봉, 표선해수욕장, 정방폭포, 함덕해수욕장, 새별오름, 다랑쉬오름 등 제주의 대표 관광지가 된 아름다운 풍경이 제주4.3의 학살터였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찬란한 아름다움 속에 숨은 처연한 슬픔, 제주의 상반된 두 얼굴을 주목하며,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있어서도, 잊어서도 안 될 기억의 목소리를 기록한 작업이다. 그 기억들을 소환하며, 붉은 등불인 듯 제물인 듯, 빛 담은 보따리들을 죽은 사람 수를 일일이 헤아려 놓아 ‘아름다운 제의’를 바쳤다.
큰바다영 고경대 대표는 “어두웠던 4.3의 과거를 딛고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승화되길 바라는 작가의 심정이 간절하게 표현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고현주 작가는 “74년을 지난 이 아름다운 공간들 속에는 참혹한 죽음들이 함께하고 있다. 서글프고 아름다운 풍경이 보는 사람들에게도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며 전시의 소회를 밝혔다.
전시와 연계해 12일 오후 3시 김만덕기념관에서는 작가와의 대화가 열린다. 갤러리 누보 송정희 대표가 진행한다.
큰바다영은 매주 월요일마다 쉰다.
사진=큰바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