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욱의 지질기행] 28 60만 년 넘게 분화구 속에 작은 오름 감춰온 당산봉 태풍 산바가 지나간 지 난지 한 달이 넘었는데, 그 후로 비가 내리지 않는다. 가뭄이 오래 지속되니 태풍 후에 가을농사를 준비하는 농심은 조급하기만 하다. 마늘과 배추는 파종을 끝냈고, 양파는 새로 어린 모종을 심는 중이다. 혹여나 새로 심은 작물이 말라 죽지나 않을까하는 근심에 농민의 마음은 들녘 못지않게 말라간다. 땅에 물을 대느라 애꿎은 스프링클러만
[장태욱의 제주 지질기행] 27 수성분출로 형성된 응회환의 일부만 남은 수월봉 태양은 매일 일출봉에서 눈부시게 빛을 발하며 제주섬을 잠에서 깨운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차귀도 앞바다를 핏빛 노을로 물들인 후, 태양은 고단한 하루를 마감한다. 그러면 수월봉은 붉은 빛으로 물든 황홀한 바다를 매일같이 눈물을 흘리며 쳐다본다. 수월봉은 해발 77m의 나지막한 봉우리이지만, 그 주변에는 제주도에서 드물게 평야지대가 넓게 펼쳐진다. 그래서 수
26 바람타는 바다, 바람타는 언덕 금년에는 예년에 없던 큰 바람이 세 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제주가 태풍의 길목에 자리자은 지라 남긴 상처가 작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추석 연휴에도 농부들의 손길은 분주하기만 하다. 가을걷이는 마쳤는지, 새롭게 파종을 한 땅 위에는 스프링클러가 바쁘게 돌아간다. 난리 뒤에도 어김없이 씨앗을 뿌리는 일은 농민들이 지켜온 삶의 철칙이다. 협재에서 비양도로 이어지
25 공동체를 배려하지 않은 관광 사업, 재앙이다 지난 9월 8일(토), 제주자연유산센터에서는 (사)제주지질연구소(소장 강순석) 주최로 지질관광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 필자도 토론자로 초대되어 다른 참가자들과 지질관광에 대한 입장을 교류하였다. 지질과 관광 두 영역 어디에도 전문가 축에 들지 못함에도 관련 전문가들과 자리에 함께 하게 된 것이 개인적으로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24 10만 년 해파의 침식을 견디고 남은 시스택(sea stack) 조선시대에 지금의 서귀포 해안은 군사기지였다. 서귀항 인근에 서귀진이 있었고, 지금의 삼매봉에는 봉수가 있었다. 서귀포의 빼어난 절경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해방 이후의 일이다. 삼매봉과 외돌개로 이어지는 해안은 서귀포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몇 해 전 드라마 '대장금'의 명장면을 외돌개에서 촬영하여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적이 있는데다, 최근
해수면 최대 상승기에 형성된 이중화산체
22 효돈천의 하류 쇠소깍, 화산 조각품들의 전시장 기록적인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이렇게 무더운 날이면 나무 그늘이 우거진 시원한 계곡이나,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 생각이 간절하다.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쇠소깍으로 나섰다. 쇠소깍은 계곡과 바다가 만나 절경을 연출하기 때문에, 피서 철이면 수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인다. 효돈천이 오랜 여정을 내려 놓는 곳 효돈천은 한라산 백록담 남벽과 서벽에서 직접
21 용암의 측방 분출이 만든 비양도의 독특한 암맥 비양도는 협재 해수욕장에서 북서쪽 1.5km 거리에 자리 잡은 작은 섬이다. 몇 해 전 영화의 무대가 되면서 섬은 제주 섬 속의 섬으로 관광객들의 각광을 받는다. 평일 하루 세 차례 도항선이 운항하는데, 특히 여름 휴가철에는 도항선이 쉬지 않고 운행해야 할 만큼 많은 인파가 몰린다. 비양도는 동서로나 남북 간 지름이 대략 820m에 이른다. 북동-남서 방향
한림읍 협재해수욕장에서 북쪽 가까운 거리에 작고 아름다운 섬이 자리 잡고 있다. 전설에는 이 섬이 중국에서 떠내려오다가 사람들이 놀라 멈추라고 소리치자 한림 앞바다에 멈췄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날아온 섬'이라는 의미로 '비양도(飛揚島)'라 이름이 정해졌는데, 섬은 협재해수욕장의 비취빛 해변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비양도에 사람이 살기
19 보름 넘게 장마 날씨가 이어지면서, 지질기행을 나서는 것도 쉽지 않게 되었다. 두 주째 기사를 쓰지 못해 민망도 해서 궂은 날씨를 무릅쓰고 길을 나섰다. 지난 기사에 거문오름을 다뤘기 때문에, 이번 주는 거문오름이 만든 최고의 걸작, 만장굴을 둘러보기로 했다. 만장굴 입구에는 최근에 개장된 용암동굴 홍보관이 관람객을 맞고 있었다. 평일인데도 수많은 관광객들
18 자연유산 만든 오름, 트랙킹코스로 남길 건가 지난 2007년,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이래 특별히 관심을 끄는 오름이 있다. 조천읍 선흘리 동쪽에 위치한 고도 454m의 거문오름이 그것이다. 과거에는 이 오름을 '시려니오름' 혹은 '시련악(時連岳)'으로 부르다가 이 오름에 있는 '거멀창'이라는 수직동굴로 인해 '거문이오름'이라 부르게 되었다. 오름은 북동쪽으로 벌어진 말
17 운석 구덩이 같은 분화구, 세계적으로도 희귀 날씨가 덥기는 한데, 바닷물에 들어서기엔 아직 이르다. 이럴 때는 나무와 풀이 산소를 시원하게 내뱉는 산이나 들로 떠나면 좋다. 하늘과 맞닿은 곳에서 대기의 축복을 한껏 맛보기 위해 산굼부리를 찾았다. 산굼부리 입구에 들어서니 단체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로 시장에 온 것처럼 주변이 시끌벅적했다. 입구에서 분화구 주변까지 산책로가 조성되었는데, 산책로 주위는
무더위가 성큼 발 앞에 다가섰다. 푸른 바다와 시원한 바람을 만날 수 있는 백사장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종달리 바다에서 시작되는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따라 김녕해수욕장으로 차를 몰았다. 연푸르다 희고, 희다 푸른 김녕의 해안은 6월의 햇살 아래 눈이 부시다. 해수욕장의 모래는 체를 쳐낸 것 같이 고와서, 많은 이들이 맨발로 그 맛을 음미하고 있다. 조선 중
천지가 온통 푸른빛으로 치장한 5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며칠만 지나면 자연은 주체 못할 에너지를 과시하며 서로 격돌할 것이다. 때론 소나기를 쏟아내기도 하고, 때론 여름밤을 뜨겁게 달구기도 하면서. "넘치는 것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이젠 그 넘치는 것을 감당하기 버거운 나이가 되고 보니 그 격언이 더욱더 가슴에 닿는다. 여러
14 기후변동의 기록을 간직한 하논 습지퇴적층여름의 문턱이다. 자연이 왕성한 생명력을 과시하기 시작하여 대지는 온통 초록으로 뒤덮였다. 살아 불끈 거리는 생명들을 통해 곡식을 생산해야할 농민들은 이시기가 가장 분주하다. 비가 갠 뒤에 하논을 찾았다. 하논 분화구는 서귀포 호근동과 서홍동 경계에 분포하는데, 분화구의 직경이 1,000~1,150m, 분화구의 깊이가 최대 90m에 이르러 제주도내에 분포하
13 기암절벽과 천연난대림이 빚어낸 원시절경 곡우와 입하를 즈음하여 큰 비가 내렸는데, 이럴 때마다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내가 내린 후에서 물줄기를 쏟아내는 서귀포 엉또폭포.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한적한 산책코스였는데, 유명한 텔레비전 예능프로에 소개되면서 이젠 복잡한 관광지가 되었다고 한다. 종일 비가 내리자, 낙수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우산을 쓰고 월산
12 가파도, 거대 화산체 구루터기만 남은 섬 여름의 길목, 가파도가 온통 푸른 물결로 넘친다. 넘실거리는 파도와 바람에 한들거리는 보리가 어우러진 섬의 정경은 한가로움 그 자체다. 그 푸른 평화를 찾아 진주와 함께 도항선에 몸을 실었다. 가파도는 서귀포시 대정읍에 속한 섬으로, 하모리에서 약 2.1km 떨어진 화산섬이다. 섬은 가오리와 같은 형상을 띠며, 둘레는 약 4㎞이고, 총면적은 0.84㎢에 이
11 일출봉 살을 깎아 만든 신양리층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穀雨)에 정말로 큰 비가 쏟아졌다. 곡우에 내린 비 때문인지 예년에 비해 많은 귤꽃이 세상을 향해 머리를 내밀었다. 이처럼 많은 꽃망울을 잉태하고 출산하느라 나무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며칠 비가 내리는 동안 찌들었던 몸과 마음에 새로운 충전이 필요하다. 상쾌한 바닷바람을 찾아 신양리 해안으로 떠났다. 신양리는
성산일출봉은 바닷가에서 수성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응회구로서 해상에 고립된 단일 화산체다. 봉우리가 제주도 동쪽 끝에 솟아오른 탓에 해돋이 명소로 이름을 얻어, 예로부터 '성산일출'은 영주십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인정받았다. 산체의 독특한 형상이 주변의 우도, 섭치코지 등과 어우러져, 그 절경을 사모하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일출봉은 산
9 사계리 사람발자국 화석의 연대 논란 산방산에서 송악산을 잇는 해안도로는 주변의 화산지형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길이다. 최근에는 국토해양부가 전국의 수많은 길들을 대상으로 시도별 추천 자료를 검토하고 현장을 답사한 후에 ‘한국의 경관도로 52’를 선정하였는데, 이 도로가 그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길을 따라 걷다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