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주도 문화 예산이 공개되었다. 제주도는 올해 문화 분야에 1783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문화 예산은 1653억원이었으나 올해는 1783억원으로 7.9%p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문화 예산이 늘었다는 것에 기뻐할 만하다. 새로운 도지사가 지역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성숙한 행보를 한다고 칭찬할 만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라도서관, 도립미술관, 돌문화공원관리소 등의 예산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니 그 규모에 놀랄 필요가 없다. 더구나 예산 대부분이 시설 확충에 쓰인다고 하는데, 제주시민회관 135억원, 서귀포 시민문화체육센터
2022년 4월에 시작한 삼성 이건희 컬렉션 기념전이 8월 말로 끝났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장에는 보물급 불상과 도자기와 고가구가 선보였고, 특히 미술품이 돋보였다. 이중섭과 박수근 그림 사이에 제주도의 동자석 8구가 함께 찬연히 빛났다. 무척 소중한 컬렉션들이 관객을 사로잡았다. 삼성그룹의 탈법행위와 무관하게 고 이건희 기증품은 찬사를 받을 만했다고 평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다. 동자석의 반출 때문이다. 누군가의 무덤 앞을 지키던 제주도의 동자석은 도굴꾼에 의해 육지로 팔려나갔고, 부잣집 정원의 소품으로 전시되는 비운을
한글날이다. 개천절 연휴에 이어 한글날 연휴가 오고 있다. 추석 연휴에 이어 10월 연이은 연휴가 반갑다. 모두 단군 할아버지와 세종대왕 덕분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처음 나라를 열면서 ‘홍익인간(弘益人間)’ 즉 널리 인간을 유익하게 하겠다는 배려의 마음을 담았다는 점이다. 이런 멋진 신화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처음 나라의 글자를 만들면서 “제 뜻을 실어 펴지 못할 사람이 많아, 이를 가엾이 여겨 글자를 만든다.”는 연민과 공감의 마음이 배어 있다. 이런 멋진 글자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우리나라 역사 속에 ‘배려, 연민, 공감
제주신화 에는 최근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보다 먼저 알려진 ‘과양생이 처’가 있다. 앞의 이야기는 잘라내고 그녀가 결정적으로 자기 자식을 죽게 한 엽기적 대목부터 살펴보자. 과양생이 처가 자신의 아들 셋이 과거에 급제하여 집으로 돌아오는데, 남의 집 자제가 과거에 급제하여 금의환향하는 줄 알고 ‘목이나 톡 부러져 죽어라’고 저주를 퍼부어 결국 세 아들은 어머니 때문에 목이 부러져 죽게 된다. 과양생이 처는 대성통곡하다가 억울함을 풀기 위해 고을의 김치 원님을 찾아가 하소연하고 급기야 횡포를 부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제주의 가장 큰 아픔은 4.3이다. 70주년이 지나면서 조금씩 치유된다고 하지만 아직 해원해야 할 일이 산적하다. 국가의 폭력을 반성해야 한다고 하면서 또 다시 국가 폭력이 벌어졌으니 그것은 바로 강정해군기지 사건이다. 최근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에 대한 과잉진압과 인권탄압이 확인되었다. 2011~2012년 본격적인 공사가 전개되는 즈음에는 반대 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육지 경찰을 파견하여 무차별 폭력을 행사한 점이 과거 4.3
[허남춘 칼럼] ‘영리병원 허가’ 국민과 도민에 대한 심각한 폭력 재선에 성공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이젠 본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도민을 대상으로 공공의료를 해치는 주먹질이나 다름없는 ‘영리병원 허용’을 선언했다. 그 파고는 커서 대한민국에 대한 주먹질로 번질 것이 빤하다. 문재인 정부는 ‘의료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권자는 제주도지사이므로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결과에 따라 허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권한을 도지사에게 위임한 바 있다. 정
[허남춘 칼럼] 문재인 정부에 보내는 글 제주는 뜨겁고 헐떡거린다. 도처의 무자비한 개발에 한라산이 파헤쳐져서 그렇고, 영리병원 문제도 그렇다. 생활의 현장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 아파서 병원에 가는 일이 이제는 공공의료가 아닌 영리 병원에 의해 좌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중한 문제를 앞에 두고 정부와 제주도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문제만 중요한 게 아니라 민생문제에도 귀 기울이셔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의료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녹
[허남춘 칼럼] 세밑 원희룡 지사에게 보내는 고언2015년 내년 사업 절충과 예산 심의로 세밑이 뜨거웠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진정 제주도민의 정서는 반영된 걸까. 뒷골목의 정서는 2014년 뽑힌 새로운 도지사와 도의원에게 벌써 실망하는 분위기다. 여러 해 묵은 현안도 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드림타워의 카지노 허가 문제다. 선거기간 중에는 도지사가 단호히 반대하던 사안이었다. 모두 그렇게 되길 바랐을 것이다. 십 중 팔구는 도심 속 드림타워에 대해 회의적이다. 56층을 38층으로...
제95회 제주 전국체육대회에 부쳐이제 곧 전국체전이다. 만반의 준비가 끝나고 손님 맞이에 분주하다. 운동장 시설과 인력 배치만으로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은 아니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 우리가 주체가 되어 즐길 준비가 필요하다.'체전'이란 말은 체력 전투의 줄임말이 아니다. 축전 즉 축제라는 말이지 않은가. 그러니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이르는 기간 동안 마음껏 즐길 준비가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우리...
“후세를 위해 비워두는 것도 道...욕망의 부피 줄여야”우연히 책꽂이 속에서 20년 전 제주도 지도를 찾았다. 간결하고 비어 있다. 유명 관광지가 생겨 꽉 채워진 지금의 제주도 지도보다 정겹다. 적절한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지만 우선 멈춰 서서 어디로 갈 것이지, 무엇을 만들 것인지 고민할 시간이다. 허나 우리의 식욕은 멈출 줄 모른다. 끊임없이 개발하여 경제의 부피를 키워야 개인의 살림살이도 나아질 것이라 생각...
[허남춘 칼럼] 한라산이 있는데 왜 인공건축물 랜드마크에 매달리나?화창한 봄 날씨다. 머리에 눈을 이고 있는 한라산이 신령스럽게 빛난다. 알프스보다 더 장엄하고 아름답다. 이렇게 가까이 한라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하다.한라산의 신성함을 닮아 제주의 사람들도 범속하지 않다. 제주인의 마음 속에는 한라산이 들어차 있다. “한라산 정기를 품
[허남춘 칼럼] 우리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공감의 세상을 위하여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대란 국민이 자신의 의지대로 잘 써먹기 위해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하는 대상이고 도구다. 만일 군대가 국가가 원하지 않는 전쟁으로 가거나, 국익이 아닌 군익(軍益)을 도모하게 되면 국가를 파멸로 이끄는 군국주의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군국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군대가
대한민국의 11월은 대통령 선거 열기로 뜨겁다. 세 사람의 후보가 박빙의 경쟁을 펼치고 있고 저마다 국민을 위한 정책을 내세우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문제점인 경제민주화와 복지와 지역 균형과 경제 발전 방안에 대해 비슷한 대안을 내놓고 있어 누가 진짜 해결사인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제주의 11월도 선거 열에 달아올라 있기는 마찬가지다
[허남춘 칼럼] "백성들은 다 아는데 왜 도지사와 측근은 모르는가"세종실록을 읽으며 눈에 띄는 기록이 있었다. “세종이 다스린 30년 동안 백성들은 그의 백성으로 사는 것을 기뻐했다”는 구절이었다. 사실 그런 시절은 조선왕조에서 드문 일이었다. 중세 봉건왕조라는 것이 늘 인간을 억압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 후기에 행
문명을 지키는 건 부국강병이 아니라 '문화의 힘'이다
환경과 평화, 그리고 슬로시티 - 2012년 제주는 슬프다. 도처에 아픔 투성이다. 대한민국의 지도자도 도덕적 결함으로 비극적 말로를 걷고 있는데, 여기 제주도의 지도자도 도덕적으로 온전치 못하다. 사기극을 펼치다가 그 속임수와 사기극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사과와 반성이 없다. KT가 그렇게 국내전화를 국제전화로 속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