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의 시인 임제(任悌, 1549~1587)는 지방관으로 황해도 임지로 부임하던 길에 송도에 있는 한 무덤 앞에서 시조 한 수를 읊었다.“청초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엇난다.홍안은 어듸 두고 백골만 무쳤나니.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무덤의 주인은 조선 중기 송도삼절(松都三絶)로 불리던 명기 황진이였다. 그는 생전의 화려함과는 달리 이름도 없이 초라하게 묻혔다. 임제는 한때의 미색이 사라진 자리에 홀로 섰다. 시인은 술잔을 들었지만, 건넬 이가 없다. 술잔을 받아줄 대상이 없는 건 실존의 상실이다.이 사건으로
나라가 정상으로 돌아 왔다. 이재명 후보가 이 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로 선출되었다. 과거 자치단체장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역량과 연륜을 살려 이 시대의 난바다를 잘 헤쳐나갈 조타수가 되길 기도드린다. 대통령으로서 이재명의 성공은 이 나라의 성공이고, 더 나아가 역사의 진전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그간 계엄사태로 위축된 국민의 마음 밭, 곧 심전(心田) 속에 다시 희망과 신바람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국민의 마음 속에 생기를 불어 넣는 것도 정치고 그 마음을 꺾는 것도 정치다. 우리나라 현대사가 이를 증명해왔다. 과거 고속 경제
최근 호사가들의 화두는 중국의 대만 침공론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인가”라는 물음은 더 이상 단순한 외교적 수사나 가정법의 문제가 아니다.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과 미·중 간 전략 경쟁은 이미 국제질서의 한복판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정세는 지정학적으로 예민한 위치에 놓인 우리에게도 결코 먼 일이 될 수 없다.이 지점에서 보다 본질적인 질문 하나를 던져보고자 한다. 대만 해협에서 충돌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는 과연 준비되어 있는가? 이 질문은 특정 지역의 군사적 충돌을 넘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견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없어질 때까지 뜬눈으로 살자.시인 이생진은 우도를 이렇게 노래했다.지난해 연말에 우도 초등교육 100년사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해서 만든 것이 아니고, 우도초등학교 졸업생들이 직접 만들었다. 대단한 일을 우도의 자생적 힘으로 일궈냈다. 책 속에는 우도 교육 100년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우도의 삶과 생활양식 등에 대한 소중한 자료도 담고 있다.과거 우도는 매우 가난한 섬이었다. 대부분 농사와 어업을 병행하며 생계를 유지했
우리나라는 지금 위기다. 어떤 위기냐. 서서히 유령처럼 다가오고 있는 복합적 위기다. 이러한 위기 중에서 내가 관심을 두는 것은 급격한 인구감소 문제다. 인구 위기를 가져오는 원인에는 전쟁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 저출산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저출산은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면서 생기는 문제다. 저출산으로 인해 노령인구는 늘지만, 총인구 대비 생산인구가 현저히 감소한다는 의미여서 그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 게다가 수도권 중심의 산업화 심화는 수도권으로의 젊은 층의 인구 유입을 가중해 지방소
오영훈 도정이 출발한 지도 2년이 넘었다. 오 도정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팽팽하다. 지난 5월, 민선 8기 중요 공약사업인 ‘15분 도시 제주’ 조성을 위한 기본구상 수립용역 최종보고회가 열렸다. 2026년까지 제주시 애월읍, 제주시 삼도1동~일도1동, 서귀포시 표선면, 서귀포시 천지동~송산동 네 곳에 대해서 15분 도시사업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날 공개한 최종보고서에는 보행환경 개선과 생활 인프라 확충 계획이 발표됐지만 정작 ‘15분 도시’의 기본 개념이나 철학은 도외시한 느낌이었다. ‘15분
지난 4월 헌법재판소는 민법 제112조 등 유류분 제도와 관련하여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에서 일부 위헌 및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려 세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유류분은 법에 근거해서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유족들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말한다. 나처럼 산수 머리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상속 비율을 이해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어느 신문에 나온 계산법을 소개해 본다.예를 들어 아버지가 전 재산을 장남에게 물려주고 사망하였는데 유족으로 어머니와 딸 2명, 아들 2명이 있다고 해보자. 이때 어머니의
지난 22대 총선은 국민의힘이 108석, 민주당이 175석을 차지하여 범야권의 압승으로 끝났다. 민주화 이후 한 정당이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연속적으로 확보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정권 심판’을 내세운 야권의 승리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탄핵·개헌 저지선(101석)을 간신히 사수했을 뿐이다. 향후 정국 주도권이 야권으로 넘어가면서 정부여당의 국정 운영은 많은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국민의힘은 이러한 엄숙한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 전제 위에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기본적으로 선거는 집권당에 유리
지난 1월 전 세계인들이 사용하는 국제 온라인 지도 ‘오픈 스트리트 맵’에는 우리나라 명칭으로 표기돼 있던 이어도를 중국 명칭인 ‘쑤옌자오(苏岩礁·소암초)’, 이어도 과학기지는 ‘쑤옌자오 과학기지’로 표기된 일이 있었다. ‘오픈 스트리트 맵’은 전 세계 누구라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편집에도 참여할 수 있는 오픈 소스 방식으로 운영되어 정보의 오류를 거르는 장치가 없다. 문제는 오픈 스트리트 맵이 의외로 많은 세계인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지도라는 사실이다.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단호히 대처했다. ‘이어도’를 ‘
민족의 대명절 설을 맞이하여 고향을 떠나 생활하던 제주인들의 귀향이 발을 잇고 있다. 제주는 유난히 고향을 떠나 살아가는 출향인들의 인구가 많은 섬이다. 국내·외에 거주하는 제주 출신 출향 인구는 제주도에 사는 인구수와 맞먹는다는 통계도 있다. 과거 제주인들은 고향을 포근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아직 덜 성숙하다고 생각했고 타향이라도 어디든 상관없이 고향처럼 여기며 삶의 터전을 마련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다. 최근 재미있는 책 한 권이 출판되었다. 故 송성대 교수의 해민정신을 육지문화와 비교 고찰한 최미경 작가의 『육
미국의 4대 대통령 매디슨은 미국정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파당(faction)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파당은 요새 식으로 표현하면 이익집단(interest group)이라고 할 수 있다. 이익집단에 대한 이해 없이는 미국정치의 역동성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민주자본주의 사회의 정곡을 찌른 개념으로써 오늘날 다원주의 연구의 단초가 되었다.정책이란 권한·예산을 가지고 있는 정부와 다양한 이익집단 간 난해한 협상 과정의 산물이다. 미국의 정책 결정에 있어서 이익집단은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다.
가을이 깊었다. 아침저녁으로 코끝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이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젊었을 때는 가을을 무척이나 사랑했다. 허름한 바바리코트를 걸치고 밤새도록 거리를 쏘다녔다. 은행잎이 수북이 쌓인 서울의 가을은 더욱 아름다웠다. 늦가을 밤 선배나 친구들과 같이 돌아다니며 폭음했던 광화문의 선술집이 그립다. 같이했던 그들이 무척이나 보고 싶은 가을밤이다. 아, 그때는 가을이 왜 그렇게 좋았던가. 나이가 들어서 맞는 가을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다. 애잔함이랄까, 애상이 안개처럼 나의 가슴을 파고든다. 살처럼 흐른 세월에 그리움과 씁쓸
‘제주형 행정 체제 도입을 위한 공론화 추진 연구용역’이 추진되고 있다. 그 갈래는 여러 가지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요약하면 기초자치제를 부활할 것인가? 부활한다면 행정(자치)구역을 몇 개로 개편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지속적인 추진 여부와 깊이 관련된 것으로 도민의 선택이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여기서 우리는 원론적인 논의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나는 용역에 들어갈 내용은 이미 다 나왔다고 보는 사람이다. 15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이면서 용역으로 하지 않아도 답은 뻔하다. 숙의형이니 뭐니 하면서
어느 당나라 시인이 저녁 무렵 울적한 마음으로 언덕에 올라 ‘석양은 저리도 고운데 아쉽게도 황혼이 오는구나’라는 시를 남겼다고 한다. 황혼을 맞는 것이 어디 자연뿐이겠는가? 정신 차려보니 나의 인생에도 어느새 황혼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고 있다.셰익스피어가 탄식했던가. 인생이란 ‘이렇게 왔다 이렇게 가는 것을(thus I come and thus I go)’. 석양처럼 지는 인생의 덧없음에 서글픔이 나의 마음을 적신다. 테니슨(Alfred Tennyson)의 시 ‘가을’에 나오는 시구처럼 ‘행복스러운 가을의 들판을 바라보면서 다시
지난 6월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발언이 여론의 분노를 샀다. 그는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를 초빙한 만찬에서 “한국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고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탈중국화 시도 때문”이라고 말하는 등 한국을 위협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그러면 주중대사의 선을 넘는 이러한 오만무도한 발언을 개인적인 언사로 치부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중국외교부의 국장급에
내 나이는 후하게 계산해도 여름날 오후 5시 정도를 가리킨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수많은 유형의 인간을 만날 수 있었다. 대학에서는 변변치 못한 수준이지만 인간과 조직에 관한 연구도 하고, 크고 작은 보직을 맡으며 인간집단의 적나라한 역동성의 이면도 경험하며 얻은 결론은 인간이란 참 알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다.특히 나이 들어가면서 인간의 지혜론에 관심이 많았다. 어떤 사람은 지혜롭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한가? 무엇이 그 차이를 결정하는가. 이를 결정하는 변수는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나는 참 지혜롭지 못한 사람이었다.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한 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되었다. 그 공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국무조정실 제주도 지원단이 평가한 2020년 국제자유도시 성과 부문은 ‘미흡’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만큼 국제자유도시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도시로 발전시키는 일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상징자본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획득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었다. 그러나 도민들간 첨예한 갈등과 대립이 잠복해 있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중의 하나가 제2공항 문제다. 나는 제2공항 문제는 신설보다 기존 공항을 확장
국제자유도시 출범 이후 제주는 세계화라는 파도에 떠밀려 엄청난 소용돌이를 겪고 있다. 막대한 외부자본이 투입되었고 관광객이 밀물처럼 밀려들고 있다. 제주에 둥지를 트는 이주민들도 늘어났다. 이로 인해 개발을 둘러싼 논쟁이 가속화되면서 혼돈의 그림자가 제주인의 정신 속에 드리우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제주인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제주인의 정신구조를 탐색하고 성찰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정신은 집단의 운명을 결정짓는 변수이다. 시대에 따라 올바른 지역 정신을 찾아내어 발전을 꾀해야 지역의 건강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나이가 드니 옛것이 다 그립다. 특히 사람이 그렇다. 부모님은 물론, 나를 아껴주셨던 은사님들도 한분 두분 저세상으로 가셨다. 지난해 늦가을, 코로나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난 김동길 교수님도 그런 분 중의 한 분이다. 보수 논객이라 일컫는 그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그는 교수로 재직하면서 민주화 투쟁을 하다가 옥살이도 했다. 한때, 현실정치에도 깊숙이 관여하기도 했다. 선생님처럼 글 잘 쓰고 말도 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체로 글을 잘 쓰면 말을 잘하지 못하고, 말을 잘하면 글을 잘 못 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
변혁기에는 현재 취하고 있는 방식이 가장 위험하다. 그것은 잘못된 것을 그대로 방치해버리기 때문이다. - 플로리다 주의회 윤석열 정부에서 3대 개혁 과제를 천명했다. 연금, 노동, 교육 개혁가 그것이다. 역대 정부가 특정 이해집단의 반발을 두려워해 손도 대지 못했던 분야다. 이런 점에서, 지난 정부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역사적 사명을 저버렸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공무원연금을 부분적으로 손대긴 했지만, 미완에 그쳤다. 윤석열 정부가 지금 추진하려고 하는 3대 개혁 과제가 성공하길 바라며 여기에 정부 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