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파괴해 놓고 동물에 책임 전가, 인간 중심 사고”

제주특별자치도가 꽃사슴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기 위한 개정 조례를 추진 중인 것과 관련해 제주지역 동물권 단체가 조례안 개정 추진 중단 및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꽃사슴이 도민 생활 피해를 유발하는 것에 대한 원인은 중산간을 파헤치고 생태계를 파괴한 인간에게 있고 그렇기 때문에 공존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은 24일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꽃사슴 유해야생동물 지정 개정 조례안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제주도는 정부가 꽃사슴을 유해야생동물 목록에 추가한 데 이어 도민 생활 등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해 ‘제주특별자치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 조례’를 일부 개정할 방침을 세웠다.
제주비건은 이날 회견을 통해 “농작물 피해, 주민 불편,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삼고 있지만 이는 결국 인간 중심 사고가 얼마나 깊이 구조화됐는지를 다시 확인시켜 준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주 서식 꽃사슴은 유입종으로 한라산에 방사하거나 농가에서 탈출하는 등 관리 소홀로 발생한 문제”라며 “그렇기 때문에 꽃사슴 농가 및 체험 실태조사와 관리 감독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또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인위적으로 들인 제주도 꽃사슴은 자연 침입이 아닌 인간이 만든 결과다. 인간이 들여와 이용하고 방치한 결과인데 동물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피해는 생태적 원인보다 중산간 난개발, 관광, 도로 증가 등 서식지 축소가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꽃사슴이 농경지에 내려오는 이유는 꽃사슴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 그들의 공간을 잠식했기 때문”이라며 “더욱이 생태계 전반에 치명적 훼손을 끼친다는 연구는 제한적이다. 충분한 정량적 데이터도 확보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제주비건은 “동물을 유해종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구조적 원인을 외면한 채 약자인 꽃사슴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동물을 문제 존재로 낙인찍는 것은 포획과 개체수 조절 살처분으로 귀결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한라산 전체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는 생태계 파괴의 가장 큰 원인인 난개발을 멈추고 광범위한 복원이 필요하다. 다양한 외래종 유입도 원천 차단해야 한다”며 “그리고 문제는 보편적 가치를 기준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바로 유해동물로 지정해 포획하는 방식이 아니라 생명 평화 공존 전문가들과 함께 공존 거버넌스를 구축, 상생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쉽게 포획, 살처분 하는 방식은 생명 경시로 이어져 도내 사회, 경제, 문화, 안전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생명을 살리는 일은 언제나 옳다. 생명 존중은 평화 제주의 가장 튼튼하고 중요한 토대”라며 “조례안 개정을 중단하고 상생으로 나아가야 한다. 생명을 쉽게 살처분하는 발상이 아닌 공존을 설계하는 상상력을 발휘하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