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참식나무 〈Neolitsea sericea (Blume) Koidz〉-녹나무과-
가을이 깊어지면서 야생화들은 하나둘 겨울을 준비합니다.
풀꽃들이 이렇게 계절을 마무리하는 사이, 오히려 11월의 찬 바람 속에서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습니다.
바로 남해안과 제주도에서 자라는 상록수, 참식나무입니다.

이 참식나무와 관련해 신라 시대 경운 스님과 인도 공주의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학식이 높고 용모가 빼어났던 경운 스님에게 인도 공주가 마음을 빼앗겼고, 스님이 공부를 마치고 떠나자 공주는 내세의 인연을 기약하는 의미로 참식나무 씨앗을 건넸다고 합니다.
그 씨앗이 자라 숲을 이루었다는 전설의 장소가 바로 전남 영광의 불갑사 참식나무숲입니다.

참식나무는 우리나라 남해안에서 동남아시아 난대·아열대 지역까지 널리 분포하는 상록교목으로, 숲길을 걷다 보면 붉게 익은 열매를 단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학명 ‘sericea’는 ‘비단 같은’이라는 의미입니다.
참식나무의 새순이 솜털처럼 고운 비단빛을 띠는 데서 유래한 이름으로, 이 새순이 마치 작은 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이들은 열매보다 새순이 더 아름답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름의 유래는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 ― 조선 식물 향명집 주해서』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참식나무는 ‘진짜 식나무’라는 뜻으로, 제주 방언 ‘식낭’에서 비롯되었다. ‘식낭’은 얼룩덜룩한 무늬를 가진 나무를 뜻하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참식나무는 꽃과 열매가 한 나무에 함께 달리는 특성이 있습니다.
10~11월에 꽃이 피고, 열매는 이듬해 늦가을에 달리기 때문에 두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꽃은 잎겨드랑이에서 자루 없이 모여 피는 산형꽃차례(우산살처럼 여러 꽃자루가 한곳에서 퍼져나는 형태)입니다.



참식나무는 녹나무과에 속합니다.
녹나무과 식물들은 새순과 잎 모양이 서로 닮아 구분이 어려울 수 있어, 비교를 위해 새순들을 한데 모아 정리한 사진과 잎 비교표도 함께 소개합니다.


참식나무의 꽃말은 인도 공주의 이야기 때문인지 ‘못다 한 사랑’입니다.
마지막으로, 과피를 벗겨 크기를 보여주기 위해 촬영한 참식나무 종자를 제주의소리 독자 여러분께 조심스레 내려놓습니다.

문성필
20여년 동안 제주의 나무와 야생화를 사진으로 담고 기록하고 있다. 자연환경해설사, 산림기사 등을 취득하고 제주생물자원연구소(주) 사외이사와 제주자연유산돌봄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라산 식물 생태조사와 제주의 곶자왈 식생, 오름의 식물상을 조사한 연구경험이 있다. '민오름의 나무 이야기', '제주 해안변 오름의 식물', '오름의 식물사진' 등의 책을 집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