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의 교육春秋] (85) 충분한 특수교육 이해 교육 선행된 인력 배치 필요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부정선거 음모론이 떠돌고 있다. 대선은 무사히 끝났지만 지난 대선과정에서도 부정선거 의혹은 꾸준히 제기되었다. 그런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의혹들이 끊임없이 뉴스 지면을 차지하고 있는 사이 정작 투표권을 보장받지 못한 얘기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지원을 보장해달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갑자기 내년 지방선거에 투표보조 지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린 이유는 이렇다. 기자회견을 한 이들은 이번 대선 사전투표소에서 발달장애인 유권자 7명이 투표보조 지원 거부를 당해 투표를 포기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소근육 발달이 지연되거나 손 떨림 등으로 좁은 기표 용지 칸에 맞춰 기표하기 어렵고 기표한 용지를 접어서 좁은 투표함에 넣는 것도 힘들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시각 또는 신체장애로 인해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이나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해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들의 경우에는 시각·신체장애로 볼 수 있는지, 투표 보조를 어떤 기준으로 허용할지 그 기준이 불명확해서 해당 투표소 선거관리직원의 판단에 따라 보조인 동반 허용 여부가 결정된다.
한마디로 만나는 선관위 직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투표권 행사 여부가 갈리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남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발달장애인이 속출했다.
발달장애인들은 여러 차례 투표권을 보장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고 대부분 승소했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이들은 대법원이 빠른 판단을 하길 요청했지만, 대선이 끝난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정작 유권자의 투표권 보장이라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 대법원은 판단을 미루고 있는 셈이다.
발달장애인들은 투표보조 지원을 비롯해 후보자의 얼굴과 정당 로고 등이 포함된 그림투표용지를 제공하고 어려운 용어가 많은 선거 공보물을 알기 쉬운 용어로 바꿔 제공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만18세 이상 모든 국민은 투표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 발달장애인들의 참정권 침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전체 장애인 투표율이 82.1%인 것에 비해 발달장애인의 투표율은 50%대에 그쳤다.
알기 쉬운 선거공보물의 경우 각 후보들이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보니 한 사회적 기업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제공하기도 했다. 소소한 소통이 제공한 2025 대통령 선거 쉬운 10대 공약 사이트에 나온 내용을 일부 소개하면 이렇다. 이재명 대통령의 10대 공약 중 하나에 포함되어 있는 “탈플라스틱 국가 로드맵 수립 및 바이오플라스틱 산업 육성 지원”이라는 공약은 “플라스틱을 안 쓰는 나라를 만들고,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업을 지원할게요.”라고 풀어쓰고 “바이오플라스틱 : 식물로 만든 플라스틱. 쉽게 썩고, 공기나 땅을 오염시키지 않는다.”고 설명을 달아두고 있다.
재정 조달 방안으로 “2025~2030 연간 총수입증가분(전망) 등으로 충당”으로 나와 있는 내용은 “돈은 이렇게 마련할게요”라고 쓰고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나라가 걷을 세금이 더 많아질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늘어난 세금을 이용할게요.”로 풀어쓰고 있다. 비단 쉬운 공약은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해 필요한 방식이다.
선거 과정에서만 발달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학교에 인권 교육을 다니는 어느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얘기는 좀 더 심각하다. 학교 교육을 다녀보면, 동 지역 학교보다 읍면 지역 학교들에 특수교육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의 비율이 더 높다고 한다. 본인이 다닌 학교 중 많게는 한 학급 11명의 아이들 중 3명이 특수교육지원대상이었다고 한다.
다행히 이런 반에는 3명의 지원 인력이 붙어 있는데 3명 중 1명은 학습지원 인력이고 두 명은 자원봉사로 오신 분이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 분들이 발달장애나 특수교육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는 경우가 허다해 오히려 아이들이 상처받고 지내게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고 한다.
2학년 교실에서 만난 한 분은 특수교육대상자인 아동 머리를 손가락으로 쿡쿡 누르며 “너 이렇게 하면 스티커 안 줄거야”라고 말했어요. 그러자 그 작은 아이가 얌전히 자리에 앉으며 이를 갈았어요. 이런 상태에서 몇 년간 학교생활을 하게 되면 아이는 수용 받는 경험을 못 하고, 상벌과 위협 속에서 상처받으며 지내게 될 것입니다.
자원봉사라는 좋은 의도로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적절히 지원할 방법을 못 찾는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긴 어려울 것이다. 그나마 하루이틀 정도 특수교육에 대한 이해 교육이 이뤄진 후 현장에 투입되는 교육공무직인 특수교육실무원들은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현장에서 운이 좋아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특수교육대상 아이들이 적합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현장에 투입되는 모든 인력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방안을 마련하고 인력도 보강해야 한다. 이 선생님이 다닌 한 학교에는 내년에 학생 수가 늘어나지 않으면 두 개 반을 통합하게 되고 그러면 그 반에는 25명 중 지원대상 아이들이 5~6명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이런 경우에는 분반을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라 미비한 제도에 있다. 교실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안재홍
안재홍은 간디학교를 비롯한 대안교육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제주에서 탈학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잠시 운영하기도 했다.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을 학교 밖에서 학교 내로 옮겨와 다양성이 존중받고 자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의 교육이 자리잡길 바라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라도 시작해보자는 고민으로 2016년 10월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을 설립해 애월지역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두 딸의 삶을 앗아가지 않게 하려면 뭘 해야 하나 고민하며 환경과 평화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KBS제주 TV 시사프로 '집중진단' 진행자를 맡기도 했다. 2020년부터 애월중학교에서 기후위기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다 지금은 귤 농사지으며 휴학 중이다. 제주의소리 '교육春秋' 칼럼을 통해 독자들과 격주로 만난다.
몇 년간 부족한 글에 관심을 보여준 많은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6개월 정도 칼럼을 쉬게 되었다. 내년 1월에 만남을 기대하며 그간의 관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필자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