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8시께 찾은 제주시 우도면 천진항 사고 현장에서 관계당국이 합동 감식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25일 오전 8시께 찾은 제주시 우도면 천진항 사고 현장에서 관계당국이 합동 감식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14명의 사상자를 낸 제주 우도 승합차 돌진 사고와 관련해 사고 당시 차량의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제주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사고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스타리아 렌터카는 행인들을 향해 돌진하는 동안 브레이크등이 점등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운전자 A씨(63·전남)는 “갑자기 RPM이 치솟으며 차량이 앞으로 튀어나갔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급발진으로 볼 만한 정황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며 정밀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고 차량에는 블랙박스가 장착돼 있지 않아 사고 당시 조작 여부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주변 차량 블랙박스 영상과 목격자 진술을 확보해 사고 전후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25일 오전 제주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등이 참여한 합동 감식에서는 시동 상태, 사고기록장치(EDR) 위치 등이 확인됐다.

감식 당시 차량은 시동이 걸리지 않는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차량 파손이 심해 현장에서 즉시 EDR을 분리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경찰은 기상이 호전되는 대로 견인차를 동원해 차량을 본섬으로 옮긴 뒤 전문 업체에 의뢰해 EDR을 탈거해 분석할 계획이다. 차체는 국과수에 정밀감식을 의뢰한다.

경찰은 급발진, 차량 결함, 페달 오조작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운전자 A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긴급체포된 상태로,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사고는 전날인 24일 오후 2시47분께 발생했다. 천진항 도항선에서 하선한 스타리아 렌터카가 좌회전을 마친 뒤 갑자기 속도를 높여 도로를 걷던 관광객들을 잇달아 들이받고, 대합실 옆 전신주를 충돌한 뒤에야 멈춰섰다.

이 사고로 보행자 B씨(79), C씨(63), 차량 동승자 D씨(60대) 등 3명이 숨졌고, 중상자 2명을 포함해 총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중상자 E씨(74·세종)는 수술을 받았으며 또 다른 부상자 E씨(71·전남)도 치료를 받고 있다. 나머지 9명도 경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차량에는 평소 알고 지내던 타지역 출신 부부 3쌍이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우도에서는 차량 혼잡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7년 8월부터 전세버스와 렌터카 등 외부 차량 운행이 제한돼 왔다.

그러나 최근 관광객과 차량 수가 크게 줄자 올해 8월부터 규제가 부분 완화됐다. 현재는 16인승 이하 전세버스와 65세 이상 노약자, 영유아,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탑승한 렌터카에 한해 운행이 허용되고 있다. 이번 사고 차량도 이러한 완화 조치에 따라 우도 운행이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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