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얼굴’ 잃지 않는 것이 도시-건축적 정체성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는 기본적으로 그 지역의 면적과 인구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어떠한 행정적, 정치적 접근보다도 정확한 데이터와 논리로 그 방향과 진행을 세심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제주도는 수천년의 역사를 지닌 곳이다. 또한 사면이 바다로 둘러쌓여 있다. 주민들은 각종 자연재해와 재난을 이겨내고 살아왔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하늘길, 바다길 등의 교통문제는 곧 도민 생존 및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 힘든 접근성 때문에 아직도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을 유지하고, 1년에 1000만명 이상의 내국인과 외국인이 제주도를 찾는 것이다.
결국 서울특별시의 3배 크기의 면적과 제주도 인구 약 67만명 중 제주시 73%, 서귀포시 27%라는 인구 분포는 육지부와의 접근성과 역사적, 문화적으로 형성된 유통과 물류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수많은 관광객도 중요하지만, 제주도에서 삶을 유지하는 도민들의 편의성과 접근성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져야 한다. 즉, 수려한 경관과 자연환경을 지닌 제주도 동쪽 끝자락에 지금 공항의 포화도를 고려한 신공항을 세우기에는, 인구밀집 지역인 제주시에서의 접근성과 서귀포시에서의 접근성 또한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 수년간 이어져온 정책적 방향과 다르게 백지에서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는 없을까? 지금 제2공항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대안이 없을까 고민을 해보면 현실적인 요소와 함께 상상력을 발휘해 볼 수 있다. 현 공항을 확충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들.
현 공항의 문제점을 파악해보면 결국 활주로의 부족으로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의 번잡함과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 활주로 한 개만 확충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되어진다. 이는 곧 활주로를 확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들로 이어지게 된다.

일본 간사이공항은 오사카 만(灣)의 바다를 매립하여 활주로를 만들었고, 나고야의 주부 공항, 인공섬 위에 세워진 고베공항 등 국토가 제한된 일본의 매립형 공항 등이 가까운 사례이다. 홍콩 첵랍콥 국제공항도 두 개 섬 사이를 매립하여 해상확장으로 지어졌으며, 싱가포르 창이 공항도 대규모 매립 대신 슬립 타입 해상 구조물을 적용하여 바다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시킨 모델이다. 인천공항 또한 뻘로 이루어진 대부분 연약지반 매립으로 조성됐다. 현재 진행중인 울릉도 공항 또한 섬내 평지가 부족하여 바다매립 방식으로 조성되고 있다.
제주도의 증축 활주로는 ‘평행 활주로 2본 체계’로 기존 활주로와 평행하게 배치하여 항공기 용량과 이착률 슬롯을 40~50% 증가시킬 수 있고, 도심 소음 민원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으며, 우회비율을 크게 줄여 제주도민들의 ‘발묶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해상 위의 활주로에는 듀얼의 터미널을 지어 트램으로 해상활주로에서 바다조망을 보며 본 터미널에 도착하고, 공항터미널 외에 문화예술쇼핑공간인 복합 본터미널에 도착하면, 그리고 공항 앞 분산되어진 렌터카와 BRT, 시내버스·시외버스·택시 등의 육상교통을 집약하여 집약 환승터미널로 구축을 하면 공항혼잡의 감소와 편리한 교통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의 공항은 단지 인구 이동과 물류 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쇼핑, 휴가, 병원, 영화관 등 종합 복합용도의 문화적 총체이기도 하다. 결국 현 공항의 확충과 개발은 주변의 에어시티 개념의 물류, 문화, 여가 등의 프로그램과 더불어 가까운 원도심의 활성화와 새로운 경제적 가치와 활력을 주게 될 것이다.
지금 제주도 동쪽은 제2공항 설립으로 많은 기대와 경제적 보상과 가치를 기대하지만, 현 공항에 대한 가치 이상의 정책적 제언과 결단이 필요하다.
동쪽은 예로부터 태평양으로 나아가는 탐라국의 해양 전초기지이자,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앞으로 크루즈 관광, 대규모 물류단지, 관광미항특화지구로 개발해서 신공항 못지않게 그 부가가치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서귀포시 표선면에 위치한 정석비행장 등도 비상공항으로서 성남비행장(서울공항)처럼 국가원수 의전이나 특별행사시 헬리포트 등 다용도로 활용되어진다면 제주공항에만 집중되어진 리스크를 유사시 분산시킬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인천공항에 내려 서해대교를 거쳐 바다위 길이 21km 이상인 인천대교를 지나 에어시티로 자리잡은 송도와 화려한 풍광을 보노라면, 대한민국의 토목기술은 세계 어디 내놔도 빠지지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활주로를 추가하고 새롭게 재단장하고 확충한다면, 공항을 새로 건설하는 것보다 토목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또 도민들의 편의성과 원도심 활성화, 관광객 집객효과, 결국에는 경제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수 많은 관광객들에게 물어 본다. “왜 제주도를 찾는가요?”
결국 아름다운 동쪽의 풍광과 서쪽의 판타스틱한 석양, 서귀포의 고즈넉함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차량으로, 도보로 움직이며 어디든 즐기러 오기에 현재 인구밀집과 육지와 접근성이 좋은 현 제주국제공항의 새로운 확충과 변신으로 섬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현 제2공항 부지는 해양대국의 전초기지로, 물류 및 유통의 중심으로 드넓은 중국대륙과 해외를 공략하는 특화기지로 활용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
수 많은 조류와 푸르름, 곶자왈, 숨골, 오름 등이 위치한 제주의 보고(寶庫)같은 곳이 콘크리트 덩어리로 새로 개발되어진다면 자연을 보러오는 관광객들에게 제주를 외면하게 하고, 제주도의 정체성을 우리 스스로 파괴하려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심 아닌 고심을 해본다.
결론적으로 ‘제주다움’은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고, 공동체의 기억을 품으며, 지역의 재료와 기후에 기반하여 세계속에서 타 지역과 차별되어지고, 수 천년 동안 조상들의 지혜와 삶속에 반영된 제주스러운 정신적 가치들이 급속도로 발전해 나가는 현대 문명속에서도 제주의 얼굴을 잃지 않는 것이 제주의 도시 건축적 정체성이라 말하고 싶다.
고용현은? 제주제일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와 연세대학교에서 건축공학, 도시공학 전공으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인천공항 1단계와 2단계를 설계한 정림건축에서 본부장과 부사장을 역임했다. 국민대 겸임교수와 한국도시설계학회 초대 제주지회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경관학회 제주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