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3명 사망-11명 부상 ‘대형 인명사고’…주민들 “70년 살며 이런 사고 처음” 충격

25일 오전 8시께 찾은 제주시 우도면 천진항 사고 현장에서 수사당국이 합동 감식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25일 오전 8시께 찾은 제주시 우도면 천진항 사고 현장에서 수사당국이 합동 감식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기사보강=오전 11시49분] “70여년을 우도에서 살면서 이렇게 참혹한 사고는 처음입니다.”

관광객들로 붐비던 우도 천진항이 하루아침에 참혹한 사고 현장으로 변했다. 승합차가 인파를 향해 돌진해 3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가운데, 주민들은 “평생 처음 보는 참사”라며 충격에 휩싸였다.

# 처참한 사고 현장…“콘크리트 담벼락도 통째로 부서져”

25일 오전 8시께 찾은 제주시 우도면 천진항 대합실 인근 사고 현장은 넓게 둘러쳐진 폴리스라인 안으로 전날의 참혹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사고 차량인 스타리아 승합차는 전신주에 처박힌 채 앞부분이 완전히 찌그러져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앞 유리창은 거미줄처럼 금이 갔고, 차량 내부는 밖에서 보기에도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에어백은 모두 터져 있었으며, 차량 탑승객들이 챙겨온 것으로 보이는 고사리와 간식 등이 뒤엉켜 예상치 못했던 사고 순간을 짐작하게 했다.

차량은 대합실 옥상으로 올라가는 두꺼운 콘크리트 담벼락을 그대로 들이받고, 이어 전신주를 박은 뒤에야 멈춰선 것으로 보였다. 단단해 보이던 담벼락은 덩어리째 부서져 있었다. 합동 감식을 위해 현장에 도착한 경찰 관계자들도 참혹함에 혀를 내둘렀다.

전날 사고에 더해 풍랑특보까지 예보되면서 우도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관광객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사고 현장 주변에는 취재진과 감식을 진행하는 관계 당국, 몇몇 주민들만이 남아 사고 흔적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 주민은 희생자들을 기리듯 소주를 들고 와 사고 지점 주변에 뿌리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사고 소식을 듣고 25일 오전 첫 배를 타고 우도로 돌아온 주민 윤석민씨가 천진항 사고 현장을 바라보며 당시 충격을 전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25일 오전 8시께 찾은 제주시 우도면 천진항 사고 현장에서 수사당국이 합동 감식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25일 오전 8시께 찾은 제주시 우도면 천진항 사고 현장에서 수사당국이 합동 감식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 사고 목격 주민들 “출발 전 보닛에서 연기…급가속하며 그대로 돌진”

사고 당시를 목격한 주민들의 진술은 공통적으로 “갑작스러운 급가속”을 전했다.

우도에 사는 30대 주민은 “도항선에서 차량이 내려오는 순간부터 본네트(보닛)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며 “이후 갑자기 굉음과 함께 차량이 급가속했고, ‘어어…’ 하는 순간 그대로 사람들을 향해 돌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뉴스에서 보던 돌진 사고는 대부분 페달 오조작이라고 하지만, 출발 전부터 연기가 난 걸 보면 차량 이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60대 렌터카 업체 직원은 당시 현장을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사람이 튕겨 나가고, 여기저기 쓰러져 있어 곧바로 112와 119에 신고했다”며 “부상자들의 상태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차량이 점점 속도가 붙더니 사람과 차를 그대로 휩쓸고 갔다는 목격담도 이어졌다. 그는 “차량 안에서 사람을 구조하려 했지만 탑승객들이 에어백에 끼어 있었고 내부 연기가 심해 가까이 가기도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사고 당시 대합실 앞에 있었다는 김모씨(30대 후반)는 “갑작스러운 엔진 굉음이 울렸고, 차량이 사람들을 덮치는 장면이 순식간에 벌어졌다”고 기억했다.

김씨는 “처음엔 속도가 빠르지 않아 보였지만, 충격음과 비명 소리가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양옆으로 흩어졌다”며 “차량은 이후 지그재그로 돌진하며 더욱 속도가 붙었다. 큰일이 났다는 걸 직감해 옆에 있던 사람을 잡아끌고 급히 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젯밤 내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작은 소리에도 놀라고, 사고 장면이 계속 떠올라 힘들다”고 했다.

우도 주민 윤석민씨(70)는 사고 소식을 듣고 급히 서울에서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70여 년을 살아오며 이런 참혹한 사고는 처음 본다”며 “원래 천진항은 차량이 하선하자마자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이는 구간이라 사고 위험이 크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봇대가 충격 일부를 막아 그나마 더 큰 인명 피해를 막은 것 같다”며 “주민들 삶 한가운데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동시에 쓰러지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전했다.

25일 오전 8시께 찾은 제주시 우도면 천진항 사고 현장에서 수사당국이 합동 감식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25일 오전 8시께 찾은 제주시 우도면 천진항 사고 현장에서 수사당국이 합동 감식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25일 오전 9시께 우도 하우목동항에서 성산포항종합여객터미널로 향하는 도항선에 차가 실려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25일 오전 9시께 우도 하우목동항에서 성산포항종합여객터미널로 향하는 도항선에 차가 실려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 수사당국, 급발진·페달 오조작 가능성 등 사고 원인 조사 중

25일 오전 제주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등 관계 기관은 천진항 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실시했다.

수사당국은 급발진 가능성, 차량 결함, 페달 오조작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사고는 전날인 24일 오후 2시47분께 발생했다. 관광객 A씨(63·전남)가 몰던 렌터카가 도항선에서 하선한 뒤 좌회전을 마치고 갑자기 속도를 높여 행인들을 잇달아 들이받은 뒤, 대합실 옆 전신주를 충돌하고 나서야 멈춰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로 보행자 B씨(79·미상), C씨(63·경북)와 차량 동승자 D씨(60대·전남) 등 3명이 숨졌다. 중상자 2명 가운데 E씨(74·세종)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며, 또 다른 부상자 E씨(71·전남) 역시 치료를 받고 있다. 그 밖의 9명도 경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고 당일 병원에서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당국은 기상 여건이 나아지는 대로 사고 차량을 본섬으로 옮겨 정밀 감식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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