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연고가 없는 신부(神父)가 뜻을 함께하는 신도들에게 가슴 아픈 제주4.3에 대해 강의하고 서귀포시의 작은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생태마을을 조성하고 있어 주목된다.4.3 당시 70명이 넘는 주민이 학살당한 천주교 중문성당 4.3 기념관 건립 사업을 위해 청국장 20억원어치를 봉헌하기도 한 수원교구 성필립보생태마을 원장 황창연 신부가 주인공이다.황 신부의 별명은 ‘청국장 신부’, ‘인플루언서 신부’다. 그는 강원도 평창 성필립보생태마을에서 청국장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유튜브를 운영하며 52만여명의 구독자와 소통하고 있
“오늘 확정팀에게는 메일로 안내드렸습니다.” 메일을 받지 못했다. 결과는 제주북페어 참가 신청 탈락. 살면서 수차례 겪은 실패였지만 짧고 투박한 문장은 참 야속하다 못해 억울했다. “니가 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누가 짜놓은 판이 아니라 스스로의 판을 짜기 시작했다. 그렇게 탈락자들이 멋대로 만드는 축제 ‘제주북페일 JEJU BOOK FAIL’이 탄생했다.“실패는 실패라고 정의하는 순간 실패죠. 실패의 순간이 오더라도 이겨내고 계속 이어간다면 그건 과정이지 실패가 아닙니다. 북페어는 탈락했지만, 우리는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보육하는 기관인 만큼 아이들을 위한 일들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내디딘 첫걸음. 꾸준히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뒤를 돌아보니 십수 년이 흘렀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과 중증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만나며 작은 손길이지만, 내밀어 줄 수 있음에 감사했고 도움을 주는 것보다 되려 위로를 받는 일이 더 많아 감사했다. 이웃들을 도와줄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는 사실에 감사했고, 작은 힘이지만 누군가를 위해 목욕을 시키고 청소도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은 스스로에게 위로가 되고 삶의 희망이 됐다.사회복지, 돌봄 분야 2024년 제주시 자원봉
“누구에게 자극받거나 극적인 계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봐왔던 거예요. 아버지는 농사를 지으시면서도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많이 하셨죠. 봐오던 거니까 당연하게 한 겁니다. 꼭 봉사활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그냥 하게 된 거예요.”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묵묵히 지역사회 곳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봉사자들에게 언제, 어떻게, 왜 봉사를 시작하게 됐냐는 질문을 많이 던진다. 헌신적으로 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언가 대단하고 특별한 계기가 있을 것만 같지만, 대부분은
뜻을 함께하는 서너 명의 지인들과 함께 바다로 나가 쓰레기를 주웠다. 10일간 5000kg에 달하는 엄청난 해양쓰레기를 수거했지만, 별로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회사원이 업무를 위해 본인 자리를 정리 정돈하고 쓰레기통을 비우듯, 바다가 직장인 해녀로서 당연하게 업무 공간을 치우는 평범한 일을 했을 뿐이란다. ‘쓰레기를 줍는 해녀’라는 별칭을 가진 제주시 이호동 해녀 이유정(36) 씨는 지난달 시민들과 자원봉사 관계자들이 뽑은 ‘2024 제주시 자원봉사 명예의전당’에 오른 자원봉사자다. 정식 해녀로 숨비소리를 내뿜기 시작한 20
600년 전 조선시대, 선조들은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것들을 조사하고 연구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굶주리고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한의’로 구제해왔다. 동아시아 의학을 집대성한 허준의 의서 ‘동의보감’으로 정점을 찍은 한의는 지금까지도 최신 기술과 접목하며 수많은 사람을 치료하고 있다. 특히 허준은 동의보감을 통해 중국에서 나는 약재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나는 약재를 권장하고 그 속명을 일일이 한글로 설명해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했다. 백성들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이 가득 담긴 저서다. 한반도 이 땅의 백성들을 위해 가장 잘 맞는
“정부 표창을 받는다고 하니 큰며느리가 가문의 영광이라고 말해요. 어려운 환경에서 앞만 보고 가정에 충실하며 아이들 키우고 그렇게 살아왔는데 좋게 평가해줘 감사할 따름입니다. 잘 자라준 아이들 덕분에 이런 상도 받게 된 것 아닐까 싶네요.”제주4.3 당시 집이 온통 불에 타버리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형님은 예비검속으로 끌려가 희생당했다. 집안을 휩쓸고 간 광풍 때문에 성인이 되자마자 가장이 돼 앞만 보고 살아왔다. 다른 곳보다 일찍 감귤 묘목을 들여와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부모님을 모시고 살며 결혼해 아이들도 낳았다. 안정적인 수입
“소외되고 나약한 어르신들을 위한 노인유치원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찾는다는 요양원이 즐거운 곳으로 인식된다면 좋지 않을까요. 130학점, 대학교 공부가 쉽진 않지만 꿈의 노인유치원을 위해 젊은 학생들 못지않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수업을 듣느라 전공 강의실과 교양 강의실을 이리저리 바쁘게 다니고 학과 친구들과 모여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기도 하는 대학 생활. 70의 나이에 캠퍼스 청춘을 만끽하고 있는 ‘청년’이 있다.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대학교에 입학한 뒤 전공과 교양을 넘나드는 폭넓은 수업을 들으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는 단순한 경고 수준을 넘어 지구와 인류의 생존의 문제로 심화되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라는 단어보다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차용되고 있는 것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단순히 탄소저감 정책을 시행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극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다.탄소중립을 위해 지역사회는 물론 전 국가적인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우리나라 탄소중립 정책의 컨트롤 타워를 담당하고 있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시대적 소명을 안고 지난 5월 출범한 민관합동 거버넌스 조직
“평생 해온 야구를 그만두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 순간 억장이 무너지듯 너무 힘들었습니다. 야구를 접었으니 운동선수의 장점을 살려 가치를 인정받고 사회를 위한 일을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는 찰나 경찰이 떠올랐죠. 저는 사람 냄새 나는 형사가 될 겁니다.”초등학교 4학년부터 대학교까지 약 10년간 야구선수 생활을 해왔던 특이한 이력을 가진 제주서부경찰서 허승혁(31) 순경은 최근 제주경찰청이 분기마다 선정하는 ‘자랑스러운 제주경찰’에 선정됐다. 피해자를 감금하고 폭행하며 데이트폭력을 행사한 피의자나 서민생활을 위협하는 보이스피싱
추자도의 고통을 제주도가 잘 모르고, 백령도의 고통을 인천이 모른다. 울릉도의 고통을 경북이 모르고 섬의 고통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모른다. 섬의 현실을 모르니 ‘옳은 섬 정책’이 나올 수 없다. 8월 8일, 대한민국 ‘섬의 날’. 약 3300여개의 섬을 보유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섬이 많은 나라다. 숫자 8을 가로로 뉘면 ‘무한’을 뜻하는 수학기호 ‘∞’이 된다. 행정안전부는 섬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과 자원을 상징하는 의미로 지난 2019년부터 8월8일을 제1회 섬의 날로 제정, 기념행사를 치렀다.3300
검은 현무암 돌덩이를 철썩 때리는 파도를 따라 저 멀리 바다로 시선을 옮기다 보면 보이는 테왁, 그 아래서 숨을 참아가며 열심히 물질하는 주인공 진옥(고두심 분). 극중 나이 일흔 둘의 제주해녀다. 파도가 몇 차례나 부서진 끝에야 수면으로 올라와 턱 끝까지 참아왔던 숨을 터뜨리는 그의 숨비소리는 마치 힘들고 척박한 삶을 살아온 삶의 한풀이면서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 같기도 하다.제주4.3으로 부모님을 여의고 바다로 나가 물질하길 50여 년. 반세기를 훌쩍 넘기는 동안 그녀가 제주바당을 밭으로 삼아 살아온 세월은 물질 실력으로나 성격으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데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17년 만에 제주시청으로 돌아와 보니 건물은 그대로인데 함께 일하던 사람들은 떠났네요. 그 자리를 채운 공무원 후배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며 공무원의 노동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 노력해온 김영철(59, 김형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 초대 본부장이 해직 17년만에 일터로 돌아왔다.그는 1989년 3월 제주시청 소속으로 공직에 입문한 뒤 2001년부터 2003년 5월까지 제주시청 직장협
“코로나19로 인해 앞으로 저와 임직원 여러분이 함께 가야 할 길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 될 것이다. 아무리 험난해도 올곧게 걸으며 희망을 일궈내어 후세의 이정표가 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자. '안정 속 잔잔한 개혁'으로 대한민국 최고 공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제주개발공사의 미래 비전이다”지난해 6월17일 전 지구촌이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충격과 혼돈에 빠졌던 시기. 출근 첫 날, 취임식도 생략하고 서면으로 대체한 취임 일성이다. 서면 취임사와 함께 바로 삼다수 생산공장과 감귤가공공장 등 '현장경영' 행보로 개발공사의 제2의
이재열 국립제주박물관장에게 제주는 여러모로 특별한 곳이다. 허허벌판에 국립박물관 건물이 세워지며 개관할 때까지 지난한 과정을 몸소 겪었고, 개인적으로는 기다리던 첫째 자녀를 안겨준 뜻 깊은 장소다. 이렇게 다양한 추억을 간직한 제주로 20년 만에 돌아온 소감은 가슴 벅찬 “영원히 이어져 있는 인연”이다.올해 1월 1일자로 취임한 이재열 관장은 20년 만에 제주 복귀인 동시에, 박물관의 20번째 생일을 준비해야 하는 위치다. 2000년 4월 개관 준비팀으로 발령받은 젊은 학예연구사가 어느새 박물관 운영 최고 책임자인 관장으로 돌아온
“아버지 시신도 찾지 못하고 가묘를 만들어 모시다 2010년에 서울현충원에 모셔진 묘를 찾았어요. 어머니는 제대로 된 아버지 묘도 못 보고 고생만 하시다 일찍 돌아가셨죠. 제대로 된 아버지 묘라도 보고 가셨으면 좋았을 텐데….”전쟁으로 아버지와 이별하던 일곱살 소년은 벌써 팔순을 바라보는 노인이 됐다. 그 아들은 제66회 현충일을 맞아 국가가 인정한 '보훈대상'을 받았지만 기쁨만큼 아쉬움도 크다. 70여년 전 전장에서 산화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가슴에 묻은채 40년전 일찍 눈을 감으신 어머니가 사무치도록 그립기 때문이다. “이런
“매일 기도했어요. 내가 전 재산과 다름없는 돈을 내놓을 테니 이 만큼은 하고 죽게 해달라고. 내가 암에 걸리거나 이 세상에 없다면 기부조차 할 수 없으니, (기부를) 다 마치면 그때는 아파도 된다고. 어린 시절 고독하고 힘들었던 가슴앓이를 후배들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매일 조금씩 돈을 모아왔습니다.”자신이 살아온 가난과 고난을 후배들은 겪지 않게 해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지난 10여년간 갖은 일을 하며 모은 5000만 원을 자신이 졸업한 모교 서귀포여중(3회 졸업생)에 기부한 이유순(71) 할머니. 이 할머니는 26일 모교
흩어졌던 친지와 가족들이 모여 조상님께 정성껏 차례를 지내고 모처럼 떠들썩하게 보내는 민족의 명절 추석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고향 방문을 자제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뚜렷이 형성되는 등 예전과 다른 모습이지만 공항이며 시장이며 곳곳 풍경이 그래도 명절은 명절이다. 그러나 잠시 주변을 돌아보라. 명절이면 고향의 가족이 사무치도록 그리워지는 이들이 있다. 그리우면 찾아가면 될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이들에게 명절은 마냥 즐거운 시간은 아니다. 자국의 내전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이국
“내 진로가 무엇인지 탐색하는 과정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꿈이 없다면 천천히 찾아보세요. 제주더큰내일센터의 만만치 않은 교육과정을 거치고 나면 모르는 새 성장해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현실에 부딪혀 잊고 있던 자신의 꿈을 발견해가는 제주 청년들이 있다. 정형화된 교육의 틀 안에 갇혀 꿈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부족했던 그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제주더큰내일센터(이하 더큰내일센터) 탐나는인재.더큰내일센터를 통해 살아가는 법과 어떤 문제건 해결할 수 있는 자신감을 배웠다는 탐나는인재 1기 실습생 ‘한라
모두가 꿈을 꾸지만, 현실로 만드는 것은 녹록지 않다. 그 문제가 창업이라면 청년에게는 더 힘든 세상이다.창업을 위한 기발한 아이템이 있더라도 이끌어 갈 기반이 없는 청년들은 경험도 적고 대책 마련이 힘든 까닭에 내려놓기 일쑤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경제 상황에서 실패와 좌절을 겪기도 전에 현실에 부딪혀 포기한다.이런 청년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바라보고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제주더큰내일센터(이하 더큰내일센터)가 운영하는 ‘탐나는인재’는 청년의 뒤편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제주의 고유 자원을 ‘손에 잡히는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