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아름다운 동행] 자원봉사 명예의전당 박성민 ㈜왕성전력 대표

홀로 사는 어르신 가정을 방문에 전기적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있는 박성민 (주)왕성전력 대표. 사진=제주시자원봉사센터 유튜브 갈무리. ⓒ제주의소리
홀로 사는 어르신 가정을 방문에 전기적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있는 박성민 (주)왕성전력 대표. 사진=제주시자원봉사센터 유튜브 갈무리. ⓒ제주의소리

“누구에게 자극받거나 극적인 계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봐왔던 거예요. 아버지는 농사를 지으시면서도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많이 하셨죠. 봐오던 거니까 당연하게 한 겁니다. 꼭 봉사활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그냥 하게 된 거예요.”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묵묵히 지역사회 곳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봉사자들에게 언제, 어떻게, 왜 봉사를 시작하게 됐냐는 질문을 많이 던진다. 

헌신적으로 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언가 대단하고 특별한 계기가 있을 것만 같지만, 대부분은 작은 관심에서 시작됐고 스스로 별일 아니라며 과장하지 말라고 말한다.

지난달 제주시 자원봉사 명예의전당에 이름을 올린 박성민 ㈜왕성전력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는 “계기를 많이들 물어보는데 그런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보고 자라니 자연스럽게 몸에 뱄다”고 했다. 아버지가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자연스레 따라하게 됐다는 것.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한 그는 해마다 수백만 원을 이웃들을 위해 사용하고 직접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전기를 다루는 기술을 활용해 경제적으로 힘든 이웃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재능기부도 펼친다. 윗세오름 10회 등반 시 100만원 기부와 같은 목표도 세우고 있다.

좋아하는 책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는 박 대표. 그는 직원들에게 명절 때면 책을 함께 선물하고 과거 도서관에 100권가량 책을 기부하는 등 책을 좋아한다고 했다. 심지어 책 10번 읽으면 100만원 기부하기 같은 목표도 세워 추진 중이다. ⓒ제주의소리
좋아하는 책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는 박 대표. 그는 직원들에게 명절 때면 책을 함께 선물하고 과거 도서관에 100권가량 책을 기부하는 등 책을 좋아한다고 했다. 심지어 책 10번 읽으면 100만원 기부하기 같은 목표도 세워 추진 중이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자원봉사 명예의전당 인증패와 50회 이상 헌혈자에게 지급하는 금장, 월드비전 20년 후원 감사패. 아래로도 수많은 감사패와 공로패 등이 쌓여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자원봉사 명예의전당 인증패와 50회 이상 헌혈자에게 지급하는 금장, 월드비전 20년 후원 감사패. 아래로도 수많은 감사패와 공로패 등이 쌓여 있다. ⓒ제주의소리

# “등잔 밑이 어둡다” 지역사회 밝혀나가는 ‘작은 움직임’

박 대표가 본격적으로 봉사를 시작한 것은 2004년 제주시 노형동, 월랑마을에 전기공사 전문 회사를 차리면서다. 그 전에도 조금씩 해왔지만, 회사의 성장과 함께 봉사 규모도 커졌다. 

그는 현재 전기공사를 하면서 가지고 있는 자재와 기술 등을 활용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취약계층을 돕고 있다. 위험한 전기적 문제를 해결,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주거환경 개선 활동인 셈이다. 

“하는 김에” 하는 일이라며 대단한 활동이 아니라고 한 박 대표는 회사 설립 초창기 만난 한 할머니 이야기를 풀어냈다. 2005년 무렵, 박 대표의 사무실에는 전기회사 간판을 본 어느 할머니가 찾아왔다. 집 전기 문제를 손봐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렇게 할머니를 따라간 곳은 열악한 환경의 초가집이었다. 전기도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데다 너무 지저분했던 것. 그는 당장 위험한 요소들을 제거하고 전기를 제대로 연결, 화재 위험성을 낮췄다. 먼지 가득 낀 멀티탭도 멀쩡한 것들로 바꿔드렸다. 

박 대표는 돈이 없어 전기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정을 알고 부담스럽지 않도록 집안 전기 문제를 재능기부 형식으로 봐줬다. 이후 10년여 뒤, 할머니는 다시 박 대표를 찾아 집으로 초대했다. 이번엔 초가집 대신 새로 지은 건물이었다. 

할머니는 그때 전기를 고쳐준 덕분에 살아갈 수 있었고 시간이 흘러 텃밭을 팔아 집도 새로 지을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박 대표는 이처럼 수년 세월 간직한 고마움이 담긴 차 한 잔을 건넨 할머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또 그는 아들이 중학교 수학여행을 가게 됐을 때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당연히 모두 가는 줄 알았던 수학여행을 누군가는 형편 때문에 못 가게 된 것. 시내권 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다. 그야말로 등잔 밑 어둠이다. 

당시 필요했던 수학여행 비용은 30만원 정도였고 10명이 비용을 내지 못했다. 그래서 박 대표는 학교 측에 연락해 10명의 수학여행 참가비를 모두 내고 한 사람당 5만원씩 용돈도 손에 쥐어줬다. 그렇게 아들은 모든 친구들과 수학여행을 가게 됐다. 

그는 “30만원을 낼 돈이 없어 못 가는 학생들이 있다고 해 많이 놀랐다. 아들 또래라 그런지 마음이 더 쓰였고 그렇게 비용을 대신 내줬다. 정말 등불 밑이 어둡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역사회를 위해 의용소방대 활동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박 대표는 지역사회를 위해 의용소방대 활동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박 대표의 회사 이름으로 만들어진 제주올레 간세. 그는 제주 올레길을 찾는 올레꾼들을 위해 나눔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박 대표의 회사 이름으로 만들어진 제주올레 간세. 그는 제주 올레길을 찾는 올레꾼들을 위해 나눔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조금만 손 내밀면 되는데…

박 대표는 그는 재능기부뿐만 아니라 탐라국여성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각종 단체를 후원하고 직접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또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2018년부터 도민 안전에 힘을 보태는 의용소방대로도 활동 중이다. 

아버지를 보고 봉사를 습관처럼 익힌 박 대표처럼, 그의 아들도 봉사활동 동아리에 가입하는 등 움직였다. 봉사 정신이 대를 이어 전해진 것. 박 대표는 “봉사하는 마음은 일반적, 습관적으로 가지는 것”이라며 “남을 위한다는 것보다 내가 얻는 게 더 많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모두 같은 공동체로 살아가는 것 아닌가. 누군가 너무 뒤처지지 않도록, 또 너무 앞서지 않도록 조화로웠으면 한다”며 “뒤처진 사람들에게 조금만 손을 내밀어주면 곧바로 함께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 좌절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피력했다. 

봉사활동과 관련해 “봉사를 너무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단순히 김치를 버무리는 등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만 하려면 안 된다”며 “기왕 봉사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말고 재능기부처럼 본인이 가장 잘 하는 것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박 대표는 직원들이나 지인들에게 책 선물을 많이 한다고 했다. 올해 그는 책 10권을 읽으면 100만원을 기부하는 스스로의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뜻깊은 기부도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이 밖에도 윗세오름 1회 등반 시 1만원 적립, 시 10편 암송 시 100만원 기부, 10회 여행 시 100만원 기부 등 다양한 목표를 세웠다. 그는 성공할 때마다 깃발을 만들 계획이다. 세상을 떠날 때 삼베수의 대신 그 깃발로 엮어 만든 수의를 입겠다는 최종 목표다. 

“10년 안에 깃발 200장은 만들지 않을까요.” 계획을 말하며 밝게 웃어보인 박 대표는 설 연휴를 맞아 “모두가 따뜻한 설 명절을 보냈으면 좋겠다. 이웃들도 따뜻한 설이 될 수 있도록 주변을 돌아봐달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간단한 전기 상식을 일러줬다. 멀티탭에 먼지가 쌓일 경우 스파크가 튀는 순간 불이 붙을 수 있다며 자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플러그를 자주 끼웠다 빼는 경우 헐거워져 스파크가 발생할 수 있단다. 그래서 개별 스위치가 있는 멀티탭 사용을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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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 대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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