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人터뷰] 자랑스런 제주경찰 선정, 제주서부경찰서 허승혁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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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부경찰서 허승혁 순경은 10년 넘게 야구선수 생활을 하다 진로를 바꿔 경찰에 입문했다. 자랑스러운 경찰에 선정될 만큼 열정을 가지고 형사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그는 사람 냄새 나는 형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주의소리

“평생 해온 야구를 그만두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 순간 억장이 무너지듯 너무 힘들었습니다. 야구를 접었으니 운동선수의 장점을 살려 가치를 인정받고 사회를 위한 일을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는 찰나 경찰이 떠올랐죠. 저는 사람 냄새 나는 형사가 될 겁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대학교까지 약 10년간 야구선수 생활을 해왔던 특이한 이력을 가진 제주서부경찰서 허승혁(31) 순경은 최근 제주경찰청이 분기마다 선정하는 ‘자랑스러운 제주경찰’에 선정됐다. 

피해자를 감금하고 폭행하며 데이트폭력을 행사한 피의자나 서민생활을 위협하는 보이스피싱 사범을 검거하는 등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는 민생범죄 척결에 기여했다는 공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평생을 해온 야구를 그만두게 된 아픔을 딛고 제주경찰에 입문한 지 2년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공을 세워 자랑스러운 경찰에 선정되는 등 형사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 그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도민들을 괴롭히는 범죄자를 붙잡기 위해 열심히 현장을 누비고 있는 허 순경을 [제주의소리]가 만나봤다. 

허 순경은 제주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한 뒤 중고교를 서울에서 다니고 대학을 거쳐 2015년 한국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그는 생존 경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그해 10월 방출 통보되는 아픔을 겪었다. 

평생을 해온 야구를 포기할 수 없었기에 선수 생명을 이어 가볼까 고민했지만, 주변에서 선수로서의 가능성이 없다는 말을 듣고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됐다. 

허 순경은 “평생 해온 야구를 내려놓는 순간이 얼마 되지 않은 인생이지만 가장 힘든 시기였다”며 “스스로 야구선수로서 비전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포기하는 과정은 잔인했다”고 아팠던 지난날의 감정을 토해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막막했던 허 순경은 우선 병역을 해결하기 위해 2016년에 입대한 뒤 고민을 이었다. 그는 그러다 오랜 기간 운동을 해온 장점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고, 그 순간 경찰을 떠올리게 됐다.

목표를 다시 세우고 마음을 먹은 뒤로는 병역이행 중에도 힘든 운동을 해온 뚝심을 살려 약점인 영어공부부터 시작했다. 병역을 마친 뒤 서울 노량진 고시촌에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 9개월여 만에 경찰에 합격하게 됐다. 

허 순경은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밤 12시가 넘어 집에 들어오는 생활을 반복했다. 운동하는 1시간과 식사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공부에만 투자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2019년 9월 제주경찰에 입문한 뒤 4개월 동안 제주시 노형지구대에서 실습을 마치고 지난해 2월 제주서부경찰서 형사과 소속이 됐다. 

운동 경력을 살려 누구보다 형사 일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형사과에 지원하게 된 것. 허 순경은 “형사가 되고 싶다는 강한 마음 덕분에 형사과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형사에 입문한 뒤 그는 3일 동안 비를 맞으면서 추적한 끝에 대면편취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검거하고 데이트폭력 사범을 붙잡는 등 활약을 펼쳐왔다. 

사진=제주경찰청.
제주경찰청이 매 분기마다 선정하는 자랑스러운 경찰에 선정된 허 순경. 그는 중요 범인을 검거하는 등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는 민생범죄 척결에 기여했다는 공을 인정받았다. 사진=제주경찰청.

허 순경은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보이스피싱 수거책 검거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3일 동안 추적해서 검거했기 때문”이라며 “피해자를 생각하면서 한 곳에 있지 않고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는 피의자를 포기 않고 끝까지 추적해 붙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외국인이 운동하는 사이 휴대폰을 도둑맞았다고 신고해 끝까지 추적해 절도 피의자를 붙잡고 휴대폰을 돌려드린 적이 있다. 그때 듣게 된 고맙다는 한마디는 형사로서의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의 회복을 돕고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보람차다고 했다. 방출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만큼 내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있고, 제주사회를 위한 일을 했다는 자긍심 덕분이었다. 

이처럼 다양한 검거 활동으로 사회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자랑스러운 제주경찰에 선정된 것. 허 순경은 “주변에서 축하한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아직 부족한 실력이라 쑥쓰러울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왔는데 경찰 생활로 내 가치를 인정받아 정말 기분이 좋았다”라면서도 “이번 상은 모두가 합심해 피의자를 검거하는 등 공을 세운 형사과 모두의 것이다. 단지 대표로 내가 받았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선배님들을 따라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앞으로의 포부를 물어보니 “사람 냄새가 나는 경찰이 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도민들이 불안에 떨지 않도록 치안 확보에 최선을 다하는 형사가 되고 싶다. 그 속에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세심하게 업무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방출당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절치부심하고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찾아낸 허승혁 형사. 도민의 안전을 위해 오늘도 밖으로 나가는 그의 뒷모습에서 든든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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