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人터뷰] 개원 7주년 맞은 제주한의약연구원 송민호 원장

600년 전 조선시대, 선조들은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것들을 조사하고 연구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굶주리고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한의’로 구제해왔다. 

동아시아 의학을 집대성한 허준의 의서 ‘동의보감’으로 정점을 찍은 한의는 지금까지도 최신 기술과 접목하며 수많은 사람을 치료하고 있다. 

특히 허준은 동의보감을 통해 중국에서 나는 약재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나는 약재를 권장하고 그 속명을 일일이 한글로 설명해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했다. 백성들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이 가득 담긴 저서다. 

한반도 이 땅의 백성들을 위해 가장 잘 맞는 약을 찾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동의보감 속 한의약은 지금까지도 한의 치료와 함께 살아 움직이는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제주도 역시 척박한 땅, 돌 틈을 비집고 자라온 끈질긴 생명력의 자생 식물을 바탕으로 한의약 연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제주한의약연구원은 동의보감에 담긴 애민정신을 바탕으로 선조들의 치료 전통을 잇고 21세기가 요구하는 의료 가치를 실현해오고 있다. 

한의약 산업의 미래가치 창출을 위해 △한의임상 근거 기반 유망 한의약 소재 DB 구축 △제주 한의약 자원 활용 실증화 연구 △제주 동정귤·곽향 특성 및 효능 연구 △제주 특화 한의약자원 활용 기능성화장품 개발 △서귀포신활력플러스 귤피명품화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개원 7주년을 맞은 제주한의약연구원을 2019년부터 끌어가고 있는 송민호(58) 원장은 “비로소 천연물을 분석하고 평가, 검증할 수 있는 전문기관으로 성장했다”며 “이젠 왜 한의약인가를 보여줘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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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한의약연구원 개원 7주년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한 송민호 원장. 송 원장은 이젠 왜 한의약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시대적 요구에 맞춘 진보된 산학연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AI, 디지털 기술을 융합하기 위해 많은 전문가그룹과 노력하며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주의소리

송 원장은 “이름에 불과했던 연구원이 이제야 제대로 된 연구원으로 성장했다”며 “최근 한의학의 전통 지식과 임상을 바탕으로 개발, 기술 이전까지 이뤄진 귤피 특허는 연구원의 잠재력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의 말에는 한의 지식과 임상, 기술 결합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이번 기술개발처럼 빠른 성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담겼다. 

제2대에 이어 제3대 원장을 연임하게 된 송 원장은 애민정신이 녹아난 ‘동의보감’을 과학적 언어로 검증하고 재해석할 수 있도록 연구원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한의학을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선조들이 이룩한 결과를 오늘날의 언어로 소통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재임 중 가장 보람찼던 성과를 물으니 물질 중 해녀 사망사고 예방을 위한 ‘디지털헬스케어’ 사업과 ‘청소년 월경곤란증 개선’ 사업을 꼽았다. 처음이라 서툴지만 모든 직원들이 열정으로 메워나갔기 때문에 빛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송 원장은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은 최근 해녀 관련 프로그램에도 방송돼 많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며 “해녀분들이 물속에선 테왁처럼 소중하다고 하신 말씀이 와닿는다.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일보다 소중한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이 참여한 ‘제주해녀 헬스케어 실증사업’은 전용 앱과 GPS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워치를 활용, 건강과 위치 정보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조업 중 발생할 수 있는 건강문제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한 프로젝트다. 

연구원은 이 사업을 통해 제주해녀 개인별 유전체 분석을 지원해 개인맞춤형 노인성 질환군을 관리하고 한의 진료를 통한 건강관리를 동시에 지원했다.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방송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이 밖에도 연구원은 한의약 자원 상용화를 위한 다양한 업무협약을 체결 중이다. 제주를 대표하는 자원인 ‘진피’를 활용한 사업화에 나서고 있는가 하면 소화기 질환과 중풍 초기에 많이 쓰이는 명약 ‘곽향정기산’의 주재료인 제주 ‘곽향’ 관련 특허출원도 준비 중이다. 

2년 전 인터뷰에서 ‘독(毒)’의약 소재 연구에 대해 언급한 송 원장은 여전히 ‘독’은 의료부터 피부 미용, 반려동물 질환 등 다양한 시장이 존재하는 성공 가능성이 큰 분야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료 물질을 구입하기 쉬운 봉독 사업화를 우선하고 있다. 피부 흡수가 어려운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저분자화를 진행했고, 이에 대한 안정성과 표피 세포 및 암세포 작용도 관찰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적절한 조합을 통해 암세포가 사멸되는 모습을 관찰했다. 면역체계 활성화와 직접적인 암세포 사멸, 두 개 채널이 실제 임상에서 어떻게, 어느 수준까지 작동할지 그림을 그려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쉬운점과 애로사항을 물으니 “한의약 연구원인데 나를 제외하면 한의사 연구원이 없다. 도민 건강증진이나 관리를 위한 여러 헬스케어 사업을 진행하는 데 한계가 따른다”며 “또 우수한 연구인력을 흡수할 수 있도록 적정 인원을 충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 원장은 “인공지능, 디지털 혁명, 기후변화 등 시대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강화된 협력과 기술 융합 등이 필요하다”며 “전통 한의약에 최신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시대적 요구에 맞춘 진보된 산학연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AI, 디지털 기술을 융합하기 위해 많은 전문가그룹과 노력하며 변화에 대응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지역대표 자원인 귤피를 건강기능식품 개별 인정형 소재로 등록해 연구의 획을 긋고 싶다”며 “콜라겐 생성과 항암 활성이 좋은 천연 독 소재 사업화에도 힘써 최종 신약에 도달하고자 한다. 또 지역 한의사와 함께 건강 취약계층 돌봄을 꾸준히 진행, 공공기관의 몫을 잘 해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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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호 제주한의약연구원장. ⓒ제주의소리

Q. 개원 7주년을 맞은 제주한의약연구원, 지금까지 일궈낸 대표 성과는?
가장 큰 성과는 연구원 자체라고 생각한다. 명칭에 불과했던 ‘처음 연구원’이 이제 비로소 천연물을 분석하고 평가, 검증할 수 있는 전문기관으로 성장했다. 이게 제일 큰 성과라고 본다. 그리고 연구원의 잠재력을 보여준 대표적 성과로 최근 기술 이전이 이뤄진 귤피 특허를 들 수 있는데, 이 기술은 한의학의 전통 지식과 임상에 기반해 개발되었고, 비만 관련 개별 인정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한의 지식과 임상 그리고 기술 결합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예로 우리는 계속 이러한 방식으로 빠른 성과를 도출하고자 한다.

Q. 2대에 이어 제3대 원장을 연임하게 된 소감은?
부족하지만 다시 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지난번 임기엔 독립된 연구기관이 되는 게 큰 화두였다면 이번엔 왜 한의학인가를 보여줘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한의학은 단순한 과거 어느 때쯤의 지식이 아닌 동시대 타 학문과 연계해서 발전해나가는 지식체계로, 이를 다양하게 활용하려면 선조들이 이룩한 결과를 오늘 우리의 언어로 소통하는 일이 중요하다. 연구원 차원에서 보면 한의학 대표 서적인 동의보감 정도를 자연 과학적 언어로 검증과 해석할 능력이 필요하다. ‘동의보감 재해석’, 그 정도의 기능이 가능한 연구원을 이번 임기에 도전해 보고 싶다. 

Q. 재임 중 가장 보람찬 일과 성과를 꼽는다면?
물질 중 해녀 사망 사고 예방을 위한 디지털헬스케어 사업과 청소년 월경곤란증 개선사업이 개인적으로는 보람을 가장 많이 느꼈다. 모두 우리가 처음 시도한 일이다. 처음이라 서툰 것을 열정으로 메워나갔다. 직원들이 가장 많이 고생했는데 후에 격려도 가장 많이 받은 것 같다. 최근에는 해녀 관련 프로그램에 방송되어 많은 조회 수를 기록했고, 무엇보다 해녀분들이 물속에선 테왁처럼 소중하다고 하신 말씀이 마음에 와닿는다.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일, 이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을 것이다. 

Q.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의약 연구원인데 나를 제외하면 한의사 연구원이 없다. 도민 건강증진이나 관리를 위한 다양한 헬스케어 사업을 진행하고 싶은데 한계가 있다. 도 내외 임상 연구한의사와 협업하여 연구를 진행하지만 아무래도 부족하다. 가능한 한 빨리 역량 있는 연구한의사가 근무하길 희망한다. 

Q. 연구원을 4년째 이끌고 있는데, 조직 운영과 관련해서 애로점도 많을 것 같다. 이번 기회를 빌려 도청이나 이사회에 건의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우리는 인원이 적어서 도나 용역 기관에서 권장하는 공무직 직원과 일반직 직원 간 업무를 나눌 수 없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 사기 진작 차원에서라도 일반직 전환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도내에는 우수한 연구인력을 흡수할 기관이나 기업이 매우 부족하다. 그래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도 외로 진출해야만 하는데 지역 상생 발전을 위해선 우수한 석박사 인력이 도내에 안정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용역 적정 인원을 충원해주면 좋겠다.

Q.2년 전 인터뷰에서 연구원의 경쟁력에 대해 ‘독(毒)’ 이야기를 꺼내셨다. 지금까지 진행된 독 의약 연구 관련 성과와 사업화 분야에 대해 소개해달라.
-원료 물질 구입이 용이한 봉독을 사업화 최우선에 놓고 있다. 피부 흡수가 어려운 단점을 개선하고자 봉독 저분자화를 진행했고 이에 대한 안정성과 표피 세포 및 암세포 대한 작용도 관찰하고 있다. 적절한 조합에서 암세포 사멸이 관찰되고 있어 면역체계 활성화와 직접적인 암세포 사멸의 두 개 채널이 실제 임상에서 어떻게, 어느 수준까지 작동할지 그림을 그려보는 중이다. 확실한 것은 피부 전달력을 높이면 의료 외에도 피부 미용, 그리고 반려동물 질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장이 존재하여 성공 가능성이 매우 큰 분야다.

Q. 한의약 자원 상용화를 위한 다양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상용화 자원을 소개해달라.
우리 지역 자원 상용화가 최우선이니 첫째는 당연 진피다. 연구 결과물도 많아서 사업화 가능성이 크고 실제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 그 뒤는 제주 곽향이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곽향정기산이라는 명방이 지금도 애용될 정도로 명약이다. 주로 소화기 질환과 중풍 초기에 많이 썼다. 인지능 개선에 대한 효과를 검증했고 특허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Q. 지난해 제1회 제주 한의약 웰니스 전시체험박람회를 개최하셨다. 의의와 소감에 대해 말씀해달라.
한의약에 대한 우리 지역 전시/박람회가 없어서 초기에는 아주 소규모인 황감제를 개최했고 그 후에는 동의보감 전시회를 진행했다. 애초 우려와 달리 의외로 도민 참여와 격려가 많았다. 코로나19가 전환점이 된 것 같다. 또 병이 생겨 고생하는 것보다 평소에 즐겁게 몸을 관리하고 즐겁게 병을 예방하자는 사회적 요구와 관심이 증가했다. 그래서 이를 포괄적으로 수용할 한의약 웰니스 전시체험 박람회를 기획하게 되었다. 건강, 장수, 치유라는 제주의 강점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행사이며 사업이라 본다. 점차 확대하여 제주 경제의 한 축이 되길 희망한다.

지난해 열린 제1회 제주 한의약 웰니스 전시체험박람회. 사진=제주한의약연구원.
지난해 열린 제1회 제주 한의약 웰니스 전시체험박람회. 사진=제주한의약연구원.

Q. 제주한의약연구원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인공지능, 디지털 혁명, 기후변화 등 급격한 변화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일 기관이 해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시대임을 의미한다.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면 경쟁력을 상실하여 도태되고 말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욱 강화된 협력과 기술 융합 등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실제 우리의 미래가치를 증명해 나아가야 한다. 그런 의미로 전통 한의약에 최신 기술을 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우리도 시대적 요구에 맞춘 진보된 산학연협력 체계 구축과 AI, 디지털 기술 등을 융합하기 위해 많은 전문가그룹과 함께 노력하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Q. 남은 임기 중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앞으로의 계획은?
먼저 우리 지역의 대표적 자원인 귤피를 건강기능식품 개별 인정형 소재로 등록하여 연구의 획을 긋고 싶고, 콜라겐 생성과 항암 활성이 좋은 천연 독(毒) 소재 사업화에 힘을 기울이고자 한다. 단계적 사업화를 추진하여 리스크를 줄여가며 최종은 신약에 도달하고자 한다. 그리고 지역 한의사분들과 함께 건강 취약계층 돌봄을 꾸준히 진행하여 공공기관으로서의 몫도 잘 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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