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제주 돌과 가까이 살아온 ‘돌챙이’가 찍은 흑백 돌 사진을 만나보자.
사진예술공간 큰바다영(瀛)은 8월 24일(목)부터 9월 12일(화)까지 조환진 개인전 ‘머흐러지민 또시 다우곡 무너지면 다시 쌓고’를 개최한다.
조환진은 제주시 한림읍 출생으로 제주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사진 동아리에서 사진을 접했다. 1999년 ‘생각하는 정원’에서 돌을 만지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돌챙이로 살아가고 있다. 현재 제주 돌빛나예술학교 대표를 맡고 있다.
이번 사진전 작품들은 돌담 정비 같은 현장에서 촬영한 생생한 돌, 그리고 돌챙이들의 사진이다. 전시 제목은 ‘무너져도 다시 튼튼하게 쌓으면 된다’는 뜻의 제주어다. 조환진이 돌을 쌓으면서 몸소 겪은 지혜를 요약한 문장이기도 하다.
조환진은 전시 소개에서 “나는 아버지와 2005년부터 3년에 걸쳐 돌집을 지으면서 자연스럽게 돌담 쌓는 기술을 전수받았다”면서 “돌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돌탑을 쌓다가 무너진(머흐러진) 일이다. 남원 신흥리에서 4~5m 높이의 돌탑을 쌓다가 기술 부족으로 탑이 무너졌다. 그때 순식간에 무너져내리는 돌을 보며 가슴이 철렁했다. 그때 탑 위아래에 사람들이 있었지만 하나님이 함께해주셔서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정말 다행이었다. 이후 돌 앞에서는 결코 자만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새기게 된다. 이후에도 조금이라도 자만하게 되면 돌담은 여지없이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조환진은 “주로 야외에서 하는 돌일은 극도의 인내력과 체력이 없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이런 돌챙이 일과 삶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중 일부를 이번에 보여드리게 됐다”면서 김창원 형님을 비롯한 동료 돌챙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전시와 연계해 서민연구가 고광민의 ‘제주돌문화 강의’도 진행한다. 26일(토) 오후 3시부터 장소는 전시장이다. 사전 신청자에 한해 참여할 수 있다.
고광민은 소개 글에서 “제주도에서 돌담으로 둘러놓은 곳은 우마를 방목할 수 없는 비방목지, 그렇지 않은 곳은 우마를 방목해도 좋은 방목지였다. 제주도의 돌은 방목지와 비방목지를 구분하는 담의 재료였다. 이것이 제주도 돌의 본연의 역할이고 임무였다”면서 “작품 사진들을 보니 세계적인 정주형 방목문화의 유산, ‘머흐러지고’ 있는 제주 돌담을 올곧게 ‘다울’ 수 있는 희망의 등대 앞에 서 있는 것 같아 가슴 뜨겁다”고 호평했다.
전시 관람 시간은 오후 1시부터 7시까지다. 매주 수요일은 쉰다.
사진예술공간 큰바다영瀛
제주시 만덕로 11번지 2, 3층
070-4246-5504
조환진, 한림읍 금악리, 2021.3.24. / 이하 사진=조환진, 큰바다영
조환진,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2022.1.3.
조환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202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