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다. 이 땅을 통째로 피로 물들이고, 동포끼리 총구를 겨누고 남북으로 나뉘어 삶의 뿌리가 송두리째 뽑혔던 70년 전 6.25전쟁은 한반도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제주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직접적인 전투가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제주, 특히 서귀포시 대정읍(모슬포) 일대는 당시 전시상황에서의 대한민국 핵심 군사적 요충지였다.이 곳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일제강점기 당시 모슬포 일대에 만들어진 알뜨르비행장이 잘 말해준다. 2차대전 말기 일본은 당시 넓게 펼쳐진 대정읍의 벌판에 비행기 격납고와 활주로, 동굴진지 등을 조성했다.
“내 나이 열여덟살. 육군 학도병으로 6.25전쟁에 나가서 전투할때 부상 당하고, 죽다살다 하면서 살아 돌아와서 감개무량한거지. 얼마나 고마운거야. 거기서 그렇게 악전고투했는데 살아나온 생각을 하면... 화랑무공훈장도 고맙고. 이런 사태(전쟁)는 다신 일어나지 말아야 돼. 진짜 다시는...”70년 전 전쟁의 기억은 아흔을 바라보는 용사를 몹시도 힘들게 했다. 군번 0308016번. 1950년 6.25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9월1일 제주에서 학도병으로 참전한 고우석(88) 용사. 가장 끔찍한 동족상잔 비극의 현장, 한국전쟁을 경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