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예총, 4.3문화예술축전 청사진 공개···‘세대전승’과 ‘국제화’에 방점

 

   

더 이상 ‘누군가만의 축제’가 아니다. ‘세대전승’을 지향하며 4.3문화예술축전이 확 바뀐다.

제주민족예술인총연합은 20일 도서출판 각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4 제21회 4.3문화예술축전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주제는 ‘역사에 유배된 자들을 위한 연가’. 4.3당시에 섬에 있던 주민들, 그 기억을 전수받은 사람들은 역사의 대륙에 유배를 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제대로 된 세대전승 위해

축전의 색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3개의 프로그램은 평화음악제와 해원상생굿, 새롭게 바뀐 4.3미술제다.

4월 4일 오후 6시 30분 제주대 아라뮤즈홀에서 열리는 평화음악회 ‘Memory of Sound'는 이번 축전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 잘 나타내준다.

가리온, 백현진, 3호선버터플라이, 요조, 사우스카니발 등 출연진은 4.3 당시 불러졌던 노래를 자신들만의 색으로 다시 불러낸다. 작곡가 김순남의 곡, 그리운 그 옛날, 해방가 등 당시 시대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곡들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한다. 민예총은 미리 이 뮤지션들에게 배경을 설명하고 노래와 관련된 자료를 제공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와의 교감이자 세대전승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예술가들이 초등학교를 찾아가 1일 교사를 맡는 ‘찾아가는 청소년 4.3 문화마당’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들의 생생한 언어와 감성으로 어린 학생들이 좀 더 쉽게 4.3을 이해하게 돕는다.

‘개방과 확산’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4월 1일부터 15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리는 ‘4.3미술제 ’는 탐라미술인협회 회원들만 참가했던 기존 방식에서 제주미협, 한라미협 등 타 단체에도 문을 열었다.

내부 회원제 전시에서 전문 큐레이터의 전시기획을 통해 제주 작가들의 참여기회를 확대하고 일본 오키나와와 대만에서도 작품을 받았다. 장기적으로는 ‘국제미술제’로 키워나간다는 구상이다.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해원상생굿’은 마을(땅)이 아닌 바다(제주항 방파제)를 찾아간다. 물에 빠져 죽은 영령들을 위무하는 수장굿이다. 가장 은폐된 죽음, 정녕 죽은 자는 말이 없는 죽음을 해원상생굿을 통해 혼을 땅 위로 건져올리는 의례다. 이전 위령제에서 벗어나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수장’이라는 사건을 대중들 앞에 꺼내놓는다는 의미다.

이들이 옷 갈아입은 이유? ‘진정성 있는 4.3 공론장 위해’

민예총은 4.3행사에 여전히 당대를 겪었던 이들이나 1대 유족들만 참여하고 손자손녀들은 보이지 않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4.3이 제대로 전승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다.

민예총은 이 날 브리핑 자료를 통해 “이제 4.3은 담당자가 따로 정해진 위탁사업처럼 마치 평화재단이나 유족회원들만의 것으로 또는 역사학자나 관련 전공자들만의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4.3이 제주사회를 전진시키는 에너지가 되기 위해서는 세대를 넘고 이념을 넘어 공존과 비전의 생명을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더 넓게 좀 더 많은 도민들이 함께하는 4.3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후세대들에게 초점을 맞춘 새로운 판짜기를 위한 사전 작업인 셈이다. 

박경훈 민예총 이사장은 “그 동안 축전이 주로 4.3 진실 알리기였다면 앞으로는 이를 확대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이에 따라 이번엔 세대전승과 국제화에 방점을 뒀다”고 밝혔다.


▲제21회 4.3문화예술축전 전체프로그램 일정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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