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권 판매액 전국 최하위…'공연 유료화 운동' 펼쳐야
김준곤 교수, 괸당문화가 지배하는 무료공연 문화 '경종'

   
 
 
제주도내에서 한해에 열리고 있는 각종 문화공연은 무려 150여회. 이틀에 한 번 꼴로 열리는 셈이다.
한 해 43개에 달하는 각종 문화관광축제에서도 초청가수 등 각종 야외공연이 펼쳐진다.

이번 주말에만 하더라도 제주국립박물관을 비롯해 도처에서 각종 문화행사와 공연이 열렸다. 하지만 대부분 무료공연이다.

"공연을 유료화해야 하는 이유...입장료가 공연의 역사를 발전"

제주도내에서 열리는 각종 공연의 무료 입장이 공연의 질을 떨어뜨리고 공연장마저 텅 비어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주장과 함께 '공연 유료와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주식 괸당문화에 따른 초대권 남발'과 '입장료가 공연의 역사를 발전시켰다'는 주장은 도내 문화예술계는 물론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도민들에게도 경종을 울리는 것으로 귀담아 들을 만한다.

▲ 삶과 문화 제19권
제주한라대학 김준곤 겸임교수는 최근 (사)제주문화예술재단이 발행하는 삶과 문화 제19권에서 '공연을 유료화해야하는 이유에 대한 고찰'에 대한 문화진단을 통해 제주공연문화의 심각성을 꼬집었다.

음악사회학적인 고찰을 바탕으로 공연 유료화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 김 교수는 "무료 공연이 많다는 것은 관객의 입장을 볼 때 좋은 일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단순하고 무지한 생각"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연주자가 공연을 통해 수익을 얻지 못한다면 공연을 위해 투자할 수가 없다"며 "투자되지 않은 공연은 내용이 부실해 관객이 외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관객이 외면하는 공연에 입장료를 받을 수 없어 다시 무료로 공연하며 수익을 내지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며 "결국 공연의 수준은 점점 떨어지고 공연장은 텅 비어가는 퇴보현상이 일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외부의 실력있느 공연단체들은 무료공연이 만연된 제주에서 공연을 기피하게 돼 문화적인 고립현상까지 일어나게된다"고 경고했다.

제주도내 10개 공연장, 총 39만 중 유료관객 7만...무료 관객 32만명

실제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전국 지차체별 공연단체 등을 조사한 2005 공연예술실태조사(2004년 실적기준)에 따르면 제주도내 10개 공연장에 입장한 관객은 총 39만6000명으로 이 중 유료관객은 7만6000명, 무료 관객은 32만명으로 공짜 관객이 4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연단체의 입장권 판매액은 1개 단체당 평균 445만원으로 전국 최하위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이 9700만원으로 1위, 부산이 3100만원 2위, 최하위권에 머문 충남과 경복도 각각 1200만원과 1800만원으로 나타나 제주와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아울러 제주지역 공연단체들의 자체수입은 단체 1 곳 당 평균 677만원으로 전국 평균의 1/5수준에 불과한 실적으로 역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제주지역 공연단체 수입 1곳 당 677만원....전국 평균의 1/5 수준에 그쳐

김 교수는 "이 자료 역시 도내에서 소위 잘나가는 34개 단체의 응답으로 얻어진 통계인 만큼 실제 이보다 훨씬 많은 무료공연이 이뤄진다고 봐야할 것"이라며 "음악회의 경우 다른 장르에 비해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이러한 무료공연으로 인한 공연문화의 퇴보와 고립화현상은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현재완료형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육지의 연주자들에게 제주는 이미 '공연 기피지역'이 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이에대해 "교통비와 숙박비의 부담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갑을 열지 않는 제주의 청중을 대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없기 때문"이라며 "제주공연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연유료화의 문제를 음악공연의 사회학적 의미속에서 찾은 김 교수는 '입장료가 공연의 역사를 발전시켰다'며 입장료가 끼친 영향에 대해 몇 까지 문제를 적시했다.

▲ 입장료는 음악을 특권계층의 전유물에서 일반 청중들의 것으로 되돌려 놨다는 점 ▲ 입장료는 음악가를 교회나 군주의 예속에서 부터 해방시켜 창조적인 예술가의 지위로 이끌어 줬다는 점 ▲ 연주자의 기량을 향상시키고 연주회를 전문화시켰다는 점 ▲ 초기의 열악한 공연장에서 전문화된 공연장으로 발전시킨 점을 들었다.

"제주 괸당문화 초대권 남발...공연문화 저해하는 요인"

특히 주로 음악공연을 중심으로 고찰한 김 교수는 "제주의 괸당문화가 초대권을 남발하고 결국 공연문화를 저해하는 요인"이라며 유료화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따라서 이런 괸당문화를 통제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공연 유료화를 제시한 그는 ▲ 흔히 자리를 뜨는 공연장 분위기의 안정 ▲ 공연 수준 향상과 전문화 기대 ▲ 제주 예술인들의 사회적 지위 향상 ▲ 공연단체의 자생력 확보와 발전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공연을 유료화한다고 해서 바로 위같은 효과가 나타날 수는 없으며 티켓은 안 팔리고 청중은 더 줄어들어 단기적으로 공연활동이 위축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슬기로운 유료화방안이 요구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까지 유료공연의 초대권이 소외된 자들에 대한 배려보다는 특별한 신분을 과시하는 용도로 사용되지 않았는가"라고 되묻고는 "청중들은 돈을 내고서라도 훌륭한 공연을 감상하고 싶어한다"고 논지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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