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태풍의 눈'에 든 안덕면 화순 주민들, "군사기지는 안돼"
"주민생활 침해 불 보듯…효과는 '반짝', 후회는 영원히"

▲ 산방산이 바라다 보이는 아름다운 화순항
2002년 안덕면 화순항에 '해군기지 건설계획' 소식이 알려진 이후 첨예한 논란을 불러왔던 '해군기지'를 둘러싼 '찬반 시소게임'은 이후 4년이 지났지만 크게 달라진게 없었다.

여전히 군(軍)과 관(官)의 합동작전은 '은밀하게' 진행돼 왔고, 화순의 내일과 제주의 미래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평화의 섬 제주에 군사기지 만큼은 안된다"며 목청을 돋웠다

30일 오후 제주지역 문화예술단체가 '화순항 군사기지 반대·평화의 섬 제주를 위한 예술인 첫걸음'을 뗀 문화연대공연이 열렸던 안덕면생활체육관.

▲ '안덕의 꿈' '제주의 미래'가 적힌 '근조' 깃발에서 해군기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주민들.

이 곳을 찾았던 지역주민들은 하나같이 해군기지가 몰고 올 파장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행사장에는 화순항 해군기지반대 안덕면대책위원회에 참여하는 이들부터 단순히 문화공연을 보러온 주민들까지 삼삼오오 짝을 이뤘다.

"관(나라)에서 하는 일이니까 할 수 없겠지", "그래도 대한민국 군인들이 추진을 한다는데...". 그 동안 수동적 입장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화순리 주민들이었다.

이들 주민들은 수년째 '해군기지'를 둘러싼 은밀한 진행과정과 이후 다가 올 파급효과들에 대한 '햇볕'과 '그림자'에 대한 내용들이 하나둘씩 알려지면서 보다 분명하게 해군기지 건립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화순항 근처 바닷가에 사는 이무경씨(64.안덕면 화순리)도 그 중의 하나다. 그는 한마디로 "군부대가 들어오면 마을이 발전할 수가 없다"며 일언지하에 잘라 말했다.

밭작물에서 감귤까지 평생 농사를 짓고 있다는 이 씨는 강원도 원주에 있는 1군 사령부에서 군생활을 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그 때부터 지금까지 여자에서 어린아이까지 모두가 마을 전체에 만연된 퇴폐적인 성문화에 노출되어 있었다"며 닥칠 수 있는 주거 환경을 우려했다.

▲ 화순 주민 이무경씨는 "주민생활의 불편을 넘어 심각한 '침해'를 당하고 결국 마을은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해전 화순항 해군기지 문제가 불거지자 직접 자비를 들고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해군기지를 다녀오기도 했다.

"그 곳에선 민박을 하는데 바닷가쪽으로 창문조차 낼 수 없었다"는 이 씨는 "이는 화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주민 생활이 침해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처럼 멋있는 화순 바닷가에서 다시는 목욕조차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군항으로 유명한 경남 진해 역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을 정도로 지역 발전이 거의 없다"며 "진해 벚꽃축제도 반짝하는 행사의 하나 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군사기지가 들어오면 결국 발전에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지연호씨(67)는 "인구가 다소 불어날지 모르지만 결국은 (발전이) 제자리 걸음을 할 것"이라며 "대형 리조트같은 휴양단지가 들어오면 모를까 해군기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 "군사기지가 오히려 지역발전에 역효과를 낼 수 밖에 없다"는 지연호씨.
지 씨는 "(해군기지가 들어오면) 모두가 발전이 될 것 처럼 예기하지만 결코 그렇게 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결국 각종 소음과 잡음 등에 시달리는 등 발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는 화순에 들어온 '한전'의 사례만 봐도 명백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전이 들어올 때 300~400명은 족히 들어온다며 아파트까지 짓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국 지금은 텅텅비어 있다"며 "모두들 제주시로 건더가더라"고 말했다.

기영찬씨(62.안덕면 화순리) 역시 강원도 양구에서의 군생활을 떠올리며 "40년이 넘도록 양구군에서 벗어나지 못하지 않았느냐"며 "화순항에 해군기지가 들어오면 유흥업주들은 찬성할지 모르지만 이 역시 '반짝'하는 효과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화공연을 보고 돌아가던 양 모씨(49.여)는 "살기 좋은 화순리에 해군기지가 들어오는게 말이되느냐"며 "결사 반대한다"고 서둘러 차에 올랐다.

▲ 문화공연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화순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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