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중반 네덜란드에서는 튤립 한 뿌리 값으로 집 한 채, 배 한 척을 살 수 있었다. 선물거래라는 파생금융시장도 그 때 생겼다. 이윽고 거품이 진정되자 수많은 개인과 기업이 파산했다. 일부 역사학자에 의하면 이것이 단초가 되어 네덜란드는 항해 주도권을 영국에게 빼앗기게 되었다고 한다. 튤립은 꽃이다. 꽃이 집 한 채, 배 한 척과 맞먹을 수는 없다. 암호화폐 비트코인(Bitcoin)은 화폐다, 화폐의 가격이란 환율이다. 연초에 1 비트코인이 미화 1000불과 교환되었는데 지금은 1만8000불이 되었다. 환율이 한 해에 1...
4대 안전자산으로 금, 미국 국채, 스위스 프랑 외에 일본 엔화가 들어간다고들 한다. 안전자산이란 시장이 불안할 때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자산이다. 수요가 몰리다 보니 위기일수록 안전자산의 가격은 거꾸로 오르기도 한다. 실제로 국내외 위기를 맞을 때마다 일본 엔화의 환율은 강해졌던 경험이 있다. 고베 대지진이 났던 1995년 1월 중 엔화 환율은 99엔이었는데 그 해 6월에는 85엔으로 17% 강해졌고 2011년 3월 도호쿠 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붕괴되었던 큰 사건 때도 84엔이던 환율이 다음해 1월에는 76엔으로 10% 이...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석간내일신문 2017-08-23 11:17:55 게재 원격지에 있는 사람에게 송금을 한다고 할 때 실제로 건너가는 것은 돈이 아니라 장부다. 즉 은행에 있는 나의 계좌에서 다른 사람의 계좌로 해당 금액이 이동하는 것인데 이때 은행은 같은 은행일수도 있고 멀리 외국에 있는 다른 은행일 수도 있다. 비트코인의 첫번째 특징은 중간 매개체를 거치지 않고 나의 지갑에서 상대방의 지갑으로 재화가 건너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P2P(Peer to Peer) 거래다. 또한 송금은 어떤 특정 나라의 통화로 이루어...
2017년 8월 9일은 특별한 날이다. 프랑스 최대 BNP 파리바 은행이 투자펀드 3개에 대해서 자금인출을 거부한다는 발표를 한 날이 10년 전 오늘이다. 펀드에 편입했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들의 가치가 폭락해 환금이 안된다는 이유였다. 끝없이 이어오던 주택가격의 고공행진 및 이에 편승한 주택금융 과잉이 고무풍선처럼 터지는 순간이었다. 이 불안과 공포가 2008년 미국 리먼 브러더스 증권사의 파산과 유럽 재정위기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소위 '2007-2008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개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세계대공황과 같은...
2030년까지 65%를 감축하겠다, 2025년까지 27%를 감축하겠다, 어느 쪽이 더 큰 감축인가? 전자는 중국, 후자는 미국의 약속이다. 뻔한 질문 같지만 그렇지 않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온실가스 배출량도 늘어나지만 경제성장 속도에 비해 배출량 증가속도를 줄여 나가자는 취지에 따라 감축 타깃을 그 나라의 GDP 증가 단위 당 배출량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양국의 경제성장 속도는 황당하게 차이가 난다. 2005년-2016년 사이에만 중국의 경제규모는 2.3조 달러에서 11.2조 달러로 390% 증가한 데 비해 미국은 14.4조...
실업, 특히 청년 실업 문제로 많은 나라들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눈앞에 다가온 제4차 산업혁명이 사정을 더 악화시키지 않을까 걱정들을 한다. 증기기관의 발명과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대량생산(Fordism)이 각각 제1차 및 제2차 산업혁명이었다면 컴퓨터 및 인터넷의 보급은 제3차, 로봇 및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제4차 산업혁명이다. 과연 이러한 일련의 산업혁명들이 일자리를 빼앗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자동차의 발명이 초래했던 일자리의 변동을 되돌아 볼 만하다. 산업혁명의 첫 무대였던 영국에서 자동차의 등장은 마차와 마...
미국의 S&P 500지수가 역사적인 고점 2400을 넘나들며 진퇴를 거듭하고 있는데 이를 자산가격 거품으로 보는 걱정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너무나 오래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 사태의 후유증의 하나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가 주가지수와 관련해 형성되는 여러 파생금융상품의 거래 동향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고시하는 VIX(변동성 지수)는 최근 10% 밑으로 내려갔다. VIX 지수 10%란 S&P 500의 일년 간의 변동성을 위 아래 10%로 보는 것이다. 이를 월 단위로 환산하면 향후 1개월 간의 변...
에마뉘엘 마크롱이 23일의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24%의 득표율로 선두자리를 지킨 데 이어 5월 7일의 결선에서도 2위 마린 르 펜을 넉넉히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함에 따라 프랑스는 물론이고 독일과 영국의 주식과 채권, 그리고 유로화 환율이 일제히 큰 폭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에 시장의 불안심리의 척도인 금(金)과 미 연방정부채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프랑스가 분노보다는 안정, 분열보다는 조화를 선택하는 기류를 보인데 대한 시장의 반응이다. 이것은 대단한 반전이다. 미국, 영국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기존 질서에 ...
영어로 렌칭 체이지(wrenching change)란 물리적 및 정신적 고통을 수반하는 매우 고통스러운 변화, 미리 막을 수 있었던 모든 불행한 일들을 다 거친 후 성취되는 변화를 말한다. 인류역사에 점철되었던 이런 변화가 한반도에서 일어나려 한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미 언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모든 옵션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힌 것이 9일이었고 바로 그 다음날 핵 항공모함 킬빈슨이 기수를 한반도로 돌려 북상하기 시작했다. 같은 날 이태리에서는 G7 외무장관회의가...
뉴욕 항구, 리버티섬에 서 있는 자유의 여신상의 받침대 현판에는 '오랜 대지여 너의 지치고 가난한 자유를 숨쉬기를 열망하는 무리들을 나에게 보내다오. 폭풍우에 시달린 고향 없는 자들을 나에게 보내다오. 황금의 문 곁에서 나의 램프를 들어올릴 터이니'라는 시(詩)가 새겨져 있다. 신천지 미국은 19세기 이후 세계 각지에서 유입된 이민자들에게 자유와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다. 미국은 미국인만의 미국이 아니었다. 달러도 마찬가지였다. 세계대전을 두 번 치른 후 달러는 세계통화로서 금의 역할을 대신해야 했고, 1971년 달러의 금 교환을...
5일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합한 양회 첫날 리커창 총리가 발표한 금년 중국의 경제 블루프린트에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신중하고 중립적일 것, 그리고 재정정책은 적극적으로 운용하면서 전체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는 가운데 성장을 추구한다는 원칙이 드러나 있다. 중앙은행의 중립이란 미국의 경우처럼 중앙은행의 발권력이 경기를 부양하는 도구로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계다. 경제성장률 목표를 작년의 6.7%보다 낮은 6.5%로 잡았고 통화량 증가율, 고정투자 증가율도 모두 작년보다 낮추었다. 무역 및 생산...
대통령 중심제인 미국이지만 미국의 대통령은 국내 문제에서는 의회나 사법부로부터 견제를 받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실행에 옮기려면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국경 밖으로 벗어나면 이야기가 다르다. 재량권이 갑자기 늘어난다. 전쟁선포권은 의회에게 있지만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무력사용은 대통령에게 위임되어 있다. 권력이 주어진 사업가출신 대통령 트럼프. 그는 대선기간 중 "내가 대통령이 되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텐데"라는 말을 되뇌었다. 어느 사업가건 사업을 하며 눈에 비친 관료 또는 정치인들의 이미지는 좋을 리가 없었을...
여러 보도와 자료를 종합해 천방지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부류의 심리를 다음과 같이 추측해본다. "건국초기의 미국의 위대함은 세계화 때문에 사라졌다. 미 대륙 개척 당시의 미국의 본래 모습은 자기의 운명을 자기가 책임지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나라였다. 남미와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만든 상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미국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이들 지역으로부터의 이민자들이 입국하면서 미국의 건전한 개척정신이 희석됐다. 지금 미국은 다른 나라들 걱정을 할 처지가 아니다. 책임질 수도 없고 책...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조지 소로스는 트럼프 당선인을 사기꾼(con man)이라고 비하했다. 나아가 그의 행정부는 내부 이견으로 실패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재무장관 스티븐 누신은 강한 달러를 선호하고 금융규제 완화에 반대하는데 두가지 다 트럼프의 생각과 정반대다.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도 이란 핵 협상은 존중돼야 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미국의 역할은 강화돼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것도 트럼프가 그 동안 하던 말과 다르다. 폴 크루그만 교수는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국무장관 렉스 틸러...
연말이 되면 차분히 지난 일들을 정리하고 새해의 희망을 다지는 것은 개인 뿐 아니라 국제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그런데 이번은 다르다. 단연코 미국의 '블랙 스완', 트럼트 당선자 때문이지만 주변국들도 덩달아 바쁘다. 특히 일본이 유난스럽다. 11월 17일, 아베 수상은 재빠르게 트럼프 당선자를 뉴욕으로 찾아가 만나더니 이달 16일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자기 고향인 야마구치현으로 초대해 함께 온천욕을 했다. 러시아와 영토분쟁 중인 홋카이도 북방 4개 섬의 반환이 주 목적이었다고 한다. 이 섬들은 1945년 일본 원폭...
5년 전인 2011년까지만 해도 유럽 국가들이 국채를 발행하려면 5% 전후의 높은 금리를 제공해야 했다. 그런데 요즘은 시장이 이들의 국채에 대해 요구하는 금리가 미국의 그것에 비해 오히려 낮다. 10년 만기물의 경우 독일과 프랑스는 1% 이하, 스페인과 이태리는 2% 이하인데 미국 국채에 대해서는 2% 이상의 금리를 요구한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일찍이 유럽연합이 정한 "안정과 성장 협약"은 각국의 연간 재정적자와 누적 부채가 각각 그 나라의 GDP 대비 3% 및 60%를 넘지 않을 것을 규정했었다. 그러나...
세계 여러 나라들의 외환보유고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국채(T/B)의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11월 들어 10년 만기 채권과 30년 만기 채권이 각각 4.2% 및 8.4%씩 폭락했다(25일 현재). 물론 이와 같은 채권가격의 하락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그들의 자산을 시가평가(市價評價)했을 때에만 손실로 나타나는 평가손(評價損)에 불과하다. 그러나 당장 달러화가 필요해 이 채권을 현금화해야 할 처지에 있는 경우라면 큰 손해를 보아야 한다. 여러 조건들이 미국 채권가격의 하락을 위해 성숙되어 있다. 우선 12월 중 ...
블랙 스완(black swan), 검은 백조란 상상도 못했던 일이 발생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블랙 스완이 나타났다. 그런데 개표 당일 밤 블랙 스완의 당선을 축하하는 만찬장을 도중에 뛰쳐나간 사람이 있었다. 트럼프의 가장 가까운 측근의 한 사람인 칼 아이칸은 식사를 하다 말고 집으로 돌아가 S&P 주가지수 선물을 대량 매입했다. 블랙 스완의 등장으로 놀란 시장이 잠시 주춤하자 이를 매입기회로 본 것이다. 주가지수는 그의 예상대로 바로 다음날부터 크게 반등했다. 정치나 행정 경험이 없고 오직 저돌적인 사...
단층(斷層)을 영어 사용국에서는 폴트 라인(fault line)이라고 표현한다. 결함이 있는 지층이 서로 마주하고 있어 매우 불안정한 지대를 말하는데 지금 세계의 한 가운데에서는 지질학에서 말하는 이런 활성단층이 정치 및 경제계에서 목도되고 있다. 일주일 전인 지난 21일은 미국과 일본의 중앙은행이 우연히도 같은 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던 중대결정을 내린 날이었다. 미국 연준의 금리결정기구(FOMC)는 금리 정상화의 시기를 또 미루었다. 옐런 의장은 미국 및 세계 경제가 미국의 금리인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상태인지를 조...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지만 일인당 소득 수준은 7990달러로 세계 72위(2016년 4월 IMF 발표)에 그친다. 아직 OECD 회원국도 아니다. 선진국들의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에 들어가려면 소득 외에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두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즉 보통선거를 통해 정치 지도자를 선출해야 하며 경제는 정부가 아닌 자유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6년 12월에 외환자유화를 하며 OECD 가입국이 되었는데 바로 그 다음해에 IMF 경제위기라는 혹독한 경험을 했다. 반면 중국의 외환 및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