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문단지의 운명은] ① 이르면 이달말 입찰...정부 방침 확고

공적 관광인프라 기능 상실 우려..."완성도 안하고 손 떼려하나"

중문관광단지. <제주의 소리 DB>
관광 제주의 상징인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한국관광공사가 정부 압박에 못이겨 조성사업이 채 끝나지 않은 중문관광단지 매각에 속도를 내면서 무책임한 정부 태도를 나무라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30년 전 헐값에 땅을 내놓은 지역주민들은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 협상권을 포기한 제주도의 전략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8일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는 제주도가 지난해 8월 인수협상 중단을 선언한 이후 물밑에서 진행돼온 중문관광단지 매각 추진 상황이 공개됐다.

공사는 올 4월 일반경쟁입찰에 의한 민간매각 방침을 정한 후 5월23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자산 실사와 감정평가를 벌이고 있다. 입찰은 이르면 이달말로 예상된다.

유찰이 되면 8~9월쯤 2차 공고를 내고 이 때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골프장 분리매각 또는 자산관리공사에 위탁해 매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공기업선진화에 총대를 맨 기획재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그렇게 요구하고 있다. 민간 매각이 정부의 확고한 방침임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기재부와 문광부는 관광공사의 공기업선진화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간주해 매각 강행을 채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8월 정부의 공기업선진화 방안이 나온 후 3년이 지나도록 전혀 진척이 없는 것에 대한 압박인 셈이다.

공사가 일괄매각에 부치기로 한 물건은 유일한 비회원제 골프장인 중문골프장(95만4767㎡)과 관광센터 토지.건물, 야외공연장, 분양잔여토지 등이다.

제주도와 협상을 벌일 당시 공사는 골프장 1050억원, 중문단지 지원시설 부지와 시설물 450억원 등 1500억원을 매각 가격으로 제시했다. 또 골프장 직원 30여명에 대한 고용승계를 부대조건으로 내걸었다. 이게 협상 결렬의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재정위기를 들먹이며 긴축재정을 부르짖던 제주도는 여력이 없는데다, 개발이익의 지역 환원 논리를 앞세워 무상 이관 또는 공시지가 이하 매각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제주도는 두 차례 입찰이 유찰돼 골프장 분리 매각이 추진되면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도청 관계자는 "골프장과 단지 내 시설.토지를 한데 묶어 일괄 매각할 경우 워낙 덩치가 크고, 그만큼 위험부담이 높기 때문에 수요가 제한적일 수 있지만  골프장만 떼내면 경관이나 개발 전망 등 등 비전으로 볼 때 매각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중문관광단지는 1971년 관광단지로 지정된 후 1978년 개발이 시작됐다. 민자까지 합쳐 총 1조9279억원을 들여 중문, 대포, 색달동 일대 356만2000㎡(108만평)에 숙박시설, 상가, 운동.오락시설, 휴양.문화시설 등을 갖추는, 당시로선 대 역사(役事)였다.

지금까지 투자액은 1조2000억원. 이 가운데 공사가 부담한 액수는 1254억원이다. 

단지 개발은 2단계로 나눠 추진됐다. 1단계는 26개 사업, 2단계는 17개 사업이다. 개발 토지 분양은 우여곡절 끝에 2006년 완료됐지만, 전체적인 사업 진척률은 아직도 62%에 머물러 있다. 공사가 중단되거나, 설계 또는 계획수립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사업도 10여개에 이른다. 땅을 제공한 주민들이 사업을 마무리짓지 않고 손을 떼려 한다며 흥분하는 이유이다. 

중문마을회장 고찬범씨 등 681명은 지난달 30일 제출한 민간매각 철회 청원서에서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강제로 내준지 30년이 지난 지금 제주관광의 대표적인 명소이자 중문동민과 애환을 함께 해온 중문관광단지가 채 조성이 끝나기도 전에 민간 매각 방침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이 공분하고 있다"고 싸늘한 지역민심을 전했다.

공적인 관광인프라로서 급격한 기능 상실을 우려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각국의 정상회담을 비롯 대규모 국제회의를 통해 제주를 세계에 알리는데 첨병 역할을 해왔고 허니문 단골 여행지로서, 관광제주의 일번지로서 제 몫을 다했는데 민간매각은 포기 선언과 다를바 없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관광단지의 이같은 공익성을 감안해 민간 매각 만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가 재산을 놓고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없는데다 우선 협상권도 포기한 상황이어서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의 인수 포기 선언을 놓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서둘러(?) 협상 종료를 선언할 필요까지 있었느냐는 얘기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 김희현 의원(제주시 일도2동 을)은 "우선 협상권자의 지위를 쉽게 포기하는 바람에 민간 매각이 급물살을 타면서 선택의 여지를 좁게 만들었다"면서 "그 지위를 유지하면서 실리를 찾는 전략을 썼다면 이런 상황이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사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제주 잔류'를 간절히 바라는 눈치지만 칼자루를 쥔 정부 방침이 완강해 의중을 드러낼 수 없는 처지다.

제주지사 관계자는 "비단 관광공사 뿐 아니라 200여개에 이르는 공기업의 민영화가 전반적으로 더디다는게 정부 판단"이라며 "최근 민영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이른바 '먹튀' 논란에 대해선 "토지를 수용당한 주민들로선 (민간 매각에)서운한 감정이 있을 테지만, 30여년전 '끝이 안보이는 단지 개발에 왜 뛰어드느냐'는 회의를 무릅쓰고 개발주체로 나선 것은 관광공사였다"며 "주민 고용이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면이 많다"고 섭섭함을 표시했다.

정부의 완강한 태도 탓에 제주도로선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설령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제주도가 또 인수에 나서는게 바람직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매각 대금이 외부로 새 나간 자리에 막대한 도민 혈세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공적인 기능과 관광메카로서의 기능을 고려하면 현행 유지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는게 이런 지적을 하는 사람들의 시각이다.      

한동주 문화관광스포츠국장은 이날 의회에 "중문관광단지와 골프장은 공공성을 띤 재산이기 때문에 사유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관광공사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제3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제3의 방안'의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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