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정 전 제주MBC 아나운서, 기획사 대표로 변신 3년제주해녀의 소리 담은 ‘제주바당어멍 소리’ 앨범 정식 발간

걸어다니는 바른 우리말 사전인 ‘아나운서’. 그가 가는 곳마다 ‘제주 사투리’를 쓰며 사람들을 의아하게 한다. 최근엔 제주 민요 앨범까지 기획했다. 아예 “제주는 ‘훈민정음’이다. 세종대왕이 살아있었다면 제주도민들에게 훈장을 줬을 것”이라며 당당하다.

전 제주MBC 권대정 아나운서 이야기다. 지금은 ‘디제이케이(DJ.K)’이란 기획사 대표로 있는 그가 10여년 전 제주MBC ‘정오의 희망곡’을 진행하면서부터 기획했던 일을 벌였다. 제주민요 음반 ‘제주 바당어멍소리’를 낸 것이다.

3년간 제주 문화를 기획 상품화하는 기획사 대표로 일해오던 그가 돌연 제주민요 앨범을 기획한 것은 틈새 시장에 대한 전략도 한몫했다. K-POP에 버금가는 ‘J-Classic' 시리즈를 낼 생각이란다. 제주 고유의 소리를 담은 앨범을 계속해서 내겠다는 것이다. 그는 말했다. “관광객이나 해외동포들은 ’소리‘에서 진정한 제주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 권대정 기획사 DJ.K 대표 ⓒ제주의소리

- 제주 민요 앨범을 어떻게 만들게 됐나.

1996년부터 2006년까지 제주MBC ‘정오의 희망곡’을 진행하면서 매주 토요일 12시 56분에서 57분, 1시56분부터 57분까지 2회씩 ‘제주의 소리를 찾아서’ 1분짜리 방송했었다. 해녀노래나 ‘말테우리(목동의 제주어)’ 소리를 내보냈다. 당시 반응이 좋았다. 시청자가 전화로 ‘내일도 또 들려줍서’ 할 정도였다. 청취자들이 물었다. ‘권 아나운서는 젊은데, 무사 옛날 걸 햄수과?’였다. 내 대답은 이거였다. ‘제주MBC 아닌가. 전통을 지켜야 한다’.

- 강경자 씨가 노래를 했다. 어떻게 만났나.

오래된 인연이다. 1998년 즈음 ‘우리 동네 실버 퀴즈왕’이란 TV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당시 인기가 상당하던 프로그램인데, 강경자 선생이 패널로 나와 ‘제주민요 퀴즈’를 냈었다. 어떻게 민요를 부르게 됐나, 물었더니 몇 십년간 일상 속에서 부르던 거란다. 시간이 흘러 내가 기획사 일을 하면서 축제장 다니다 또 다시 마주쳤다. 축제 현장에서 민요를 부르고 있었다. 지난해 초에 강경자 선생에게 ‘우리 음반이나 만들게마씨’ 제안했고 흔쾌히 좋다고 하셔서 같이 작업하게 됐다.

- 앨범명이 ‘제주 바당어멍 소리’다. 바당어멍이라면 해녀겠다.

최근 제주 해녀가 부각되고 있다. 잠녀가 맞냐, 해녀가 맞냐 의견이 분분하지만 ‘바당어멍’은 순수 우리말로만 구성된 말이다.

이 앨범은 해녀의 일생을 스토리텔링해서 음반에 담았다. 해녀가 물질하고 노래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혼인하고, 아기가 태어나고 그 아기가 해녀로 자라 출가를 한다. 해녀는 우리의 젓줄이란 생각이다. 심지어 제주지사 어머니도 해녀다.

그들은 바다, 산, 들에서 척박한 삶을 이겨낸 강자다. 지금 사라들은 젓줄로 먹고 살고 있다. 제주가 풍요로워진 것은 그 힘이다. 이를 잊지말고 강자의 의미로 살아보자는 메시지가 앨범에 담겼다.

▲ ⓒ제주의소리
- 이 앨범을 만드는데 1년이 걸렸다. 생각보다 굉장히 오래걸렸다. 고충이 뭐였나.

제주 민요가 노동요여서 대금과 가야금, 북, 징, 장구 등 국악기와의 접목이 쉽지 않았다. 일단 제주민요는 악보가 없다. 대금, 가야금 하는 사람은 대본 없으면 안 된다. 민요와 국악기 연결 앨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자부심이 크다.

또 제주 민요는 동쪽와 서쪽 지역으로 나뉘어 노래, 계이름, 음조가 다르다. 악보 작업이 된 경우도 없다. 우리라도 해보자 해서 강경자 선생의 소리에 근거해서 새롭게 악보 작업을 했다. 이 악보가 맞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모두 다를바엔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 민요에 국악기를 접목한 앨범은 최초라고.

단순 노동요로 그치면 절대 상품화되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시대 트렌드, 대중의 귀에 공감하는 민요만이 살아남는다. 여기서 국악기에 접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많은 음반 기획자들이 전통 음반을 제작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전통과 음악적 콘텐츠를 접목시키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 이번 음반은 제주 삶의 문화를 관광콘텐츠와 접목해 사라져 가는 해녀 문화를 복원한 음반으로써 의미가 있다고 본다.

-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

강경자 선생님과 함께 ‘사라예술단’이 함께 고생해주셨다. 기획자들이 주문이 굉장히 많이 예술단 분들이 거의 녹초가 됐다. 그럼에도 이분들 스스로 ‘멈추지 말자’고 나설 정도로 제주 바당어멍들의 끈기를 보여줬다. 막판엔 엔지니어들은 잘 불렀다고 했는데도 이분들이 나서서 다시하자고 했다. 이 중 잘 부른 곡만 선별해 앨범에 넣었다.

▲ ⓒ제주의소리
- ‘바당어멍소리’를 국제회의 참가 외국인들을 공략해 소개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제주에 WCC 등 큰 규모의 국제회의가 개최될 계획이다. 이들이 만찬이나 세미나 대기중에 듣게 되는 음악은 서양의 클래식이다. 그때 제주의 바당어멍소리를 들려주자는 것이다.

또 외국인 참가자들이 제주에 왔을 때 관광지를 둘러보게 된다. 제주를 상징하는 관광상품이 한정돼 있다. 남성을 상징하는 돌하르방과 여성을 상징하는 제주바당어멍소리를 쌍으로 가져간다면 균형있는 선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더 큰 포부가 있다. 얼마전 유네스코에서 제주어를 사어 즉, ‘죽은 언어’라고 규정했다. 제주 민요가 널리 불려져도 제주어를 사어라고 할 수 있을까. 

- 제주전통음반이 이것으로 시작이라고.

‘1000만명 제주 관광 시대’. 비결은 하나다. 제주의 것을 보러 온다는 거다. 관광객이 제주를 떠날 때 못 갖고 가는 것은 소리다. 서귀포시 보목동의 자리 잡는 어선에 올라타는 어부들의 소리, 제주의 거친 비바람 소리, 천둥치는 소리, 재래시장서 들을 수 있는 ‘어멍(어머니)’들이 하는 소리, 제주 한치를 낚을 때의 이야기 소리 등. 말테우리 소리만 해도 ‘어럴러럴러럴~’ 전 세계 하나밖에 없는 소리다. 다음 앨범서는 제주에서만 나는 소리를 담을 거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제주어를 한마디로 말하라면, ‘훈민정음’이라고 하련다. 아나운서 출신이지만 제주말을 잘 한다. 시골 이장,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좋아하신다. 표준말 쓰는 아나운서 출신 기획사 사장이 ‘촌말’하니 좋아하신다. 세종대왕이 살아있다면 제주도민들에게 훈장을 줬을 것이다. 훈민정음 말하는 우리 도민에 대한 자부심 가져야 한다는 거다. 케이팝(K-POP)이 동남아를 넘어 유럽에서 우리 문화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제주의 소리를 담은 제이클래식(J-Classic) 시리즈를 내고 싶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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