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라의 열쇠’ 원작 번역가 제주출신 이은선 작가“다른 나라에 국한 돼 있지 않아, 가슴 아픈 역사 4.3 있어”

1942년 프랑스 파리의 한 가정에 들이닥친 경찰. 위기를 직감한 열 살 소녀 사라는 동생을 벽장 속에 숨기고 열쇠를 감춘다. 숨바꼭질 중이니 절대로 나와선 안 된다는 말과 함께.

최근 책과 영화로 만들어져 세계를 울린 유대인 학살의 또 다른 이야기의 첫 장면이다.

▲ 프랑스를 배경으로 자행된 유대인 학살을 다룬 영화 '사라의 열쇠'. ⓒ제주의소리
유럽이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타티아나 드 로즈네의 장편소설 ‘사라의 열쇠’(문학동네)가 제주출신 번역가 이은선 씨의 번역으로 국내에 소개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사라의 열쇠’는 ‘꼭 구하러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사라의 여정을 따라 펼쳐진다.

작은 목소리로 누나를 찾으며 끝까지 누나를 기다린 동생, 그를 지켜내기 위해 죽을 때까지 열쇠를 지켜온 사라의 이야기는 충격과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57년 뒤 미국인 여기자가 프랑스가 나치의 하수인처럼 자행한 ‘벨디브 사건’을 취재하면서 사라의 발자취가 추적된다.

과거와 현재를 교차한 이야기 전개는 역사의 비극이 어떻게 개인에게 고통을 주었는지 탁월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유대인 학살을 거창한 서사가 아닌 사소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며 호평 받고 있다.

▲ 프랑스를 배경으로 자행된 유대인 학살을 다룬 '사라의 열쇠' ⓒ제주의소리
최근 영화로도 만들어지며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은 이 작품의 원작 소설이 제주출신 번역가 이은선 씨에 의해 번역돼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이 씨는 제주 한마음병원 이유근 원장의 장녀다.

특히 이 씨는 ‘옮긴이의 말’에서 이 작품이 제주4.3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을 거론하며 ‘홀로코스트’로 본 4.3과 유대인 학살의 공통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 씨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다른 나라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며 “제주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해안이지만 4.3사건 당시에는 떠내려 온 시체로 그 일대 바닷물이 핏빛이었다”고 적었다.

이 씨는 또 “제2의 사라가 이제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과거의 실수는 기억하고,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번역가 이은선 씨는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와 동대학 국제학대학원 동아시아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 '로우보이', '누들메이커', '기적', '굿독' 등이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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