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17살, 대학생과 논문 겨뤄 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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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남녕고 1·2학년 대상 논문 발표대회 진지한 현장
입학사정관제·수시 효과 ‘짱’...발표력 늘어 자신감까지

▲ 제주 남녕고 학생이 자신이 직접 쓴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16일 저녁 6시30분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남녕고등학교 4층에 모인 학생들의 얼굴에선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마치 대본을 들고 자신의 무대를 준비하는 연극 배우 같이 진지했다.

지난 7월 제주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학생 대상으로 ‘논문 발표대회’를 진행한 이 학교는 이날 ‘제2회 논문 발표대회’를 1·2학년을 대상으로 개최했다.

1차 논문 심사를 거쳐 2차 심사에 오른 학생은 40여명. 논문 지도교사와 함께 논문 주제 정하기부터 자료조사, 논문 작성법 등을 논의해 온 학생들은 지난 4개월의 노력을 한순간에 쏟아내느라 진땀을 흘렸다.

짧게는 2주에서 한 달을 준비한 시간. 준비는 끝났다. “첫 번째 발표가 시작되겠습니다”. 논문 지도를 해온 한금순 교사가 호명하자 남학생이 걸어 나와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2학년 5반 허재혁입니다”. 배에 힘을 잔뜩 불어넣은 학생의 목소리는 제법 의젓했다.

“제가 오늘 발표할 논문 내용은 장충동 족발 골목에선 어떻게 해서 완전 경쟁시장이 형성될까하는 의문에서 시작됐습니다”

▲ 제주해군기지 사례를 통해 평화적 시위의 정치적 영향력 여부를 조사한 내용을 발표한 박서현 학생.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제주해군기지의 경제적 이익 여부를 균형있는 시각으로 발표해 눈길을 끈 박대현 학생.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심사위원들 앞에서 발표할 시간은 단 5분. 수십 장에 이르는 논문 내용을 정확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발표를 위해 수십 번의 리허설을 거친 ‘준비된’ 발표자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논문은 생소한 도전이었지만 학생들의 표정에선 자신감도 엿보였다.

팀을 이뤄 참가한 김민경·현예주·현채린 학생(1학년)은 “우리가 쓴 것이 논문인지도 모르겠다”면서도 “이번 논문을 우리 셋의 관심 분야인 정치·경영·교육적 시각에서 다뤘는데, 진로에 한 발 다가선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논문은 모두 17편. 이 중 제주해군기지를 다룬 논문이 세 편이나 됐다. 사회 현안에 무관심한 학생은 이곳엔 없었다.

‘평화적 시위가 과연 정치적 영향력을 가질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박서현 학생의 논문은 <제주의소리> 관련기사 5000여건을 분석하는 노력을 들이기에 이른다. 그 결과 박 학생은 “시위의 파장에 따라 정치적 변화도 비례해 증가한다”는 결론을 냈다.

7명이 팀을 이룬 시사토론동아리 'P&I'는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싼 찬성과 반대 측 의견을 사회·안보·절차적정당성·환경·경제적 측면에서 정리했다. 지난 4년6개월 동안 이뤄진 싸움의 이유가 궁금했던 것이다.

▲ 진지한 표정으로 선후배의 논문 발표를 듣고 있는 학생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제주 해군기지의 경제적 이익 여부’ 주제의 논문을 발표한 박대현(2학년) 학생은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주장하는 제주해군기지의 경제적 이익과 손실을 균형 있는 시각으로 정리해 눈길을 끌었다.

박 학생은 기자와 만나 “같은 마을 주민들끼리 등 돌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마음이 아프다”며 “보다 합리적이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논문 주제 목록들에선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엿볼 수 있었다. 환경과 경제, 사회, 과학 분야 등 폭넓게 걸쳐 있었다.

논문 지도를 담당한 한 교사는 “내용 구성이 탄탄하고 발표력도 훨씬 좋아졌다”며 “학생들도 처음에는 ‘이게 논문이 될까요’라며 주저하던 데서 지금은 ‘너무 재미있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이 늘었다”고 전했다.

발표된 논문은 ‘논문집’으로 만들어져 수시나 입학사정관제에 지원할 때 포트폴리오 자료로 제출될 예정이다.

한 교사는 “이번 논문 발표 준비는 학생들이 지원하는 학과를 조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며 “지원 학과에 맞춰 논문 접근 방식을 정했기 때문에 입시 과정에서도 직접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치열한 입시 경쟁에 대비한 든든한 무기 하나를 더 챙긴 셈이다. 발표를 끝낸 학생들은 최종 순위와는 상관없이 부쩍 자란 표정이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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