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멸 감독, 고 김경률 뜻 이어 ‘끝나지 않은 세월2’ 제작

▲ '끝나지 않은 세월2-꿀꿀꿀' 제작발표에 나선 오멸 감독(왼쪽)과 고혁진 프로듀서. 이들의 왼쪽엔 이 영화 총 제작.지휘자로 이름을 올린 고 김경률 감독 사진이 놓여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모든 열정을 쏟아 만든 제주 최초의 4.3 장편영화를 유작으로 남긴 채 떠난 감독이 있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6년 후 그를 따르던 제주 영화인이 그의 영혼과 손 잡고 두 번째 4.3 장편영화 만들겠다고 나섰다.

‘끝나지 않은 세월’(2005)을 만든 고(故) 김경률 감독(1965~2005)과 ‘끝나지 않은 세월2-꿀꿀꿀’ 제작에 나선 오멸(40) 감독이 그들이다.

25일 오전 제주시 아라동 간드락 소극장에서 ‘꿀꿀꿀’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꿀꿀꿀’ 제작팀은 김 감독의 영화 철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총 제작·지휘자로 고인의 이름을 올렸다.

4.3 영화화와 지역 영화에 대한 김 감독의 고민이 그의 죽음 이후에도 ‘끝나지 않았음’을 밝힌 셈이다.

발표회에서는 오 멸 감독과 고혁진 프로듀서(공동제작 설문대영상 대표) 그리고 사진 속의 김 감독이 나란히 자리했다.

▲ 2005년 제주 최초의 4.3 장편영화 '끝나지 않은 세월'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난 고 김경률 감독이 그의 철학을 이어받은 '끝나지 않은 세월2' 제작발표회에 사진으로 함께 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오 감독은 “많은 예술가들이 지역의 상처인 4.3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고민해 왔지만 쉽지 않았다”며 “(내가 4.3영화를 찍기까지)통로 역할을 경률 형이 어떻게든 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인이 총 제작·지휘를 맡은 것이 이상한 일 만은 아니다. 이 영화의 상당부분은 김 감독의 고민과 그가 남긴 과제에서 잉태됐다.

김 감독과 오 감독은 영화 작업 스타일이 판이하게 다르다. 오 감독은 “서로 티격태격하던 사이”라고도 했다.

김 감독의 ‘끝나지 않은 세월’이 제주인들에게 남아있는 4.3의 역사적 상처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면 오 감독은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클로즈업 하려 한다.

오 감독은 이전의 그의 작품들에서 보여줬듯 소박한 사람들이 부대끼며 만드는 자연스러운 웃음을 놓치지 않는다.

4.3이 터진 1948년 겨울의 한 동굴을 배경으로 한 ‘꿀꿀꿀’ 속에는 애지중지 키우던 돼지 밥을 걱정하는 삼촌이 등장하는 식이다.

흑백영화로 제작 될 이 영화는 기존 사건의 재현 보다는 드라마가 강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오 감독은 밝혔다.

▲ '끝나지 않은 세월2-꿀꿀꿀' 제작에 나선 오멸 감독.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내용면에서 다른 두 영화지면 오 감독은 김 감독의 ‘망치철학’ 잇는다고 밝혔다. 그는 “망치 하나로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경률 형의 열정만큼은 작품 보다도 큰 철학으로 남았다”고 했다.

목표 예산 1억원. 실제로 모인 돈은 10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망치 하나 들고 영화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대신 영화의 취지와 시나리오에 공감한 이들이 함께 망치를 들었다.

인터넷 스탭 모집 공고를 통해 만난 촬영감독 양정은와 강지윤(서울) 씨를 비롯해 삼양동 합숙소를 제공한 후원자 등이다.

오 감독은 영화의 질적인 면 만큼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저예산으로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지역 영화 후배들을 위한 길이라고 했다.

그는 “저예산 영화가 성공한다면 여기 있는 또 다른 영화인들도 500만원, 100만원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전 세계 어디서도 없는 ‘한라우드’(미국 헐리우드에 버금가는 제주형 영화시스템)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들이 100만원, 200만원으로 어떤 영화를 찍겠는가. 우리의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를 찍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화의 제목 ‘꿀꿀꿀’은 제주 서민의 가족이던 흑돼지 즉, 제주 생명의 울음소리를 뜻한다. 영화 전반에 걸쳐 돼지 울음소리가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오 감독은 “‘꿀꿀꿀’이란 제목이 해학적이란 비판의 소리도 있었지만 지혜로운 동물인 돼지의 괴성에 가까운 울음소리를 내는 비참함이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 '끝나지 않은 세월2-꿀꿀꿀' 제작발표회에 참여한 영화 스탭들과 언론사, 도민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이 영화는 다음달 15일부터 1월 말까지 현장촬영을 진행한 뒤 CG 편집 등 후반 작업 뒤후 2013년 4월 개봉한다는 계획이다.

목표 관객수는 제주도민 1만명이다. 오 감독은 ‘상징적 숫자’라고 했다.

그는 “독립영화계에선 1만명이 찾은 영화는 히트작이다. 제주에서 1만명은 우리나라 전체의 100만명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오 감독은 또 “4.3영화가 유족들의 마음을 헤집지 않을까 우려되는 마음이 있지만 영화를 만들면서 4.3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4.3 관련 자문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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