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효 스님, 4일 강정마을 ‘생명평화기원’ 법문

▲ 대효 스님(원명선원장)이 4일 강정마을에서 열린 '생명평화기원 법회'에서 "무력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것 시대변화를 모르는 무지"라고 말했다.
“쇠를 두드려 연장을 잘 만들어 놨습니다. 그러면 그걸 쓰고 싶겠습니까, 아니면 녹슬게 덮어두고 싶겠습니까?”
“쓰고 싶어 합니다.”
“그럼, 전쟁준비를 열심히 잘했는데, 한번 싸우고 싶겠습니까, 안 싸우고 싶겠습니까?”
“싸우고 싶어 합니다.”
“누가 옆에서 못 싸우게 말리면 고맙겠습니까, 아니면 원수가 되겠습니까.”

4일 강정마을에서 열린 ‘강정마을 생명평화 기원 법회’에서 대효스님(원명선원장)이 꺼낸 문답식 법문이다.

이날 오후 7시 의례마을회관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직원들 모임인 원우회원과 제주에 있는 불자 등 100여명이 함께한 법회에서 대효 스님은 연장을 만들면 연장을 쓰고 싶어 하듯, 전쟁준비를 하면 싸우고 싶은 게 당연하다는 이야기로 강정마을에 들어서는 해군기지 위험성을 경고했다.

대효 스님은 세상 살아가는 순리를 둥근 것과 모난 것에 빗대 이야기했다. 물방물이나 나뭇잎이 둥그런 모양을 한 것이나, 인간이 마음을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 써야 건강하게 오래살 수 있듯 둥글게 사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대효 스님은 “이 세상은 머물지 않고 계속 둥글게 굴러간다. 모가 나 있으면 (외부로부터) 심한 충격을 받아 (모난 부분은 깎여) 굴러간다. 인위적으로 모나게 할 수 있지만 다시 둥근 형태로 가게 돼 있다. 세상이 바뀌는 것”이라면서 “(이 세상이 둥글기 때문에) 누군가 제일 위에 자리를 잡고, 권력을 잡아 있으려 해도 굴러가기 때문에 결국은 넘어지고, 꺾이게 돼 있다”며 모난 것이나, 절대적인 건 있을 수 없다고 법문을 했다.

▲ 4일 강정마을 생명평화기원 법회에 참여한 모든 불자들이 "강정마을을 전쟁과 개발로부터 모든 생명을 지켜내는 평화의 길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발원문을 낭독하고 있다.
대효 스님은 “지금은 모든 존재가 스스로 알아서 하는 시대다. 과거 둥글지 못하던 시기에 모서리 진 세상을 끝내기 위해 우리의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의 피를 흘려서야 지금 이 둥근 세상을 회복했느냐”면서 “지금 강정마을에 군사기지가, 콘크리트를 실은 차량이 들어오고 있지만, 네모지고 잘못된 건 결국 강한 충격으로 (둥글 게 깎여) 제자리를 잡고 다시 구르게 돼 있다. 그게 세상의 순리”라고 말했다.

대효 스님은 “이 땅에 군사기지가 필요할지도, 4대강도 필요할지 모른다. 또 하다보면 잘한 것도 잘못한 것도 있고, 개인적으로 국가적으로도 얼마든지 실수할 수도 있다. 그렇게 때문에 어떤 일을 할 때는 (서로) 주고받고 함께 어울러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울러서 일을 하면 결과물이 잘못 되도 서로 원망하지 않는다. 절차나 과정이 좋으면 일이 잘되면 잘된대로, 잘못되면 또 잘못된대로 거기서 교훈을 얻는다.”는 말로 국가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민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했다.

대효 스님은 법문을 통해 처음 어떤 길을 가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쇠를 두드려 연장을 잘 만들어 놨다. 그러면 그걸 쓰고 싶겠느냐, 아니면 녹슬도록 덮고 싶으냐. 쓰고 싶은 게 당연하다. 그렇듯 전쟁준비를 열심히 잘 했다면, 한번 싸우고 싶겠느냐, 안 싸우고 싶겠느냐. 누가 옆에서 못 싸우게 말리면 고맙겠냐 아니면 원수가 되느냐.”고 되물었다. 

또 “어떤 독재자가 국가재산을 동원해서 무기를 개발하고, 군인들을 잔뜩 훈련시켜 놨는데, 어느 날 갑자기 생각이 바뀌어 무기를 해체하고 군대를 해산시켜버리자고 결정한다면, 그 밑에 있는 군인들은 어떻게 하겠느냐. 전쟁으로 신념이 뭉친 사람들, 전략전술로 뭉친 사람들이 대장이 (무기를 해체하고 군대를 해산하자고) 그러니 박수치고 끝내겠느냐? 아니다. (대장, 독재자를) 갈아치운다.”고 말했다.

대효 스님은 “우리가 뭘 떠 올리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나중에 그걸 안하면 못 배기도록 만든다. 잘못된 길은 처음부터 가지 말아야 한다.”는 말로 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해군기지의 위험을 거듭 경고했다.  

대효 스님은 이어 평화에 대한 무지도 나무랐다.

그는 “우리가 평화의 방법이나, 구체적 대안에 너무 무지하다. 과거 수천 년 내려온 ‘평화는 힘이 있어야 지킨다’라는 권력생태에 자꾸 휘말려들고, ‘무력만이 평화를 지키는 힘’이라고 생각 한다”고 꼬집었다.

대효 스님은 “무력만이 평화라는 환상에 젖어 있으면 생명이 가지고 있는 평화의 원리를 받아들이길 꺼린다. 물은 높은데서 밑으로 흐르고, 높은 산에 있는 낙엽이 힘을 안들이고도 물을 타면 바다에 이르는데 이게 바로 힘이다. 이 평화의 원리를 많은 사람들이 알도록 일깨워줘야 한다. 평화를 자꾸 갈고 닦아 무력의 힘보다 평화의 힘이 강할 땐 아무리 연장을 만들어 놨어도 아깝지 않고 얼마든지 팽개칠 수 있다. 합의하에 팽개칠 수 있다”고 말했다.

▲ 4일 열린 강정마을 생명평화기원 법회에서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이 인사말을 통해 자신들이 왜 5년동안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말하고 있다.
대효 스님은 해군기지 찬반으로 나뉘어져 서로 미워하고 반목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가슴의 응어리를 풀 것도 당부했다.

그는 “우리는 과거라는 말뚝에 발목이 잡혀서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 응어리져 사랑하는 가족들과 외면하고 마을 공동체가 깨지고 형제들끼리 반목하고 있는데 그게 과거라는 쇠고랑이다. 과거를 극복하고 쇠고랑을 끊는 힘은 우리 가슴에 있다. (해군기지 반대를 위해) 새롭게 싸우려 해도 응어리진 게 있으면 힘이 안 난다. 새로 싸우려면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말로 해군기지 반대 주민들이 먼저 찬반싸움에서 응어리진 가슴을 풀 것을 주문했다. 

법회에 참여한 불자들은 발원문을 통해 "전쟁과 개발로부터 모든 생명을 지켜내는 생명 살림의 길을, 돌맹이 하나 풀 한포기를 소중히 여기는 생명존중의 길을, 서로를 미워하며 생기는 고통을 없애는 평화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생명평화법회를 준비한 김병주 조계종 총무원 포교팀장은 “오늘 법회를 계기로 조계종 환경위원회 등 종단 기구를 통해 제주 강정마을의 실상과 해군기지의 문제점을 올바로 알려나가면서 이 문제에 대한 종단차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