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① 제주도개발공사 감귤박 처리시설 무슨 일…
2년 가까이 정상가동 ‘감감’…수십억 혈세투입 ‘무용지물’

70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감귤 제1공장과 제2공장 모두 감귤부산물(감귤박) 건조시설이 2년 가까이 설비결함과 성능 미달로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애물단지로 전락, 혈세 낭비 지적이 일고 있다.

현대중공업(주)이 맡은 감귤 제1공장의 감귤박 건조시설은 준공 2년이 다 돼가도록 설계 당시 처리용량의 1/4 수준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고, (주)동호이엔씨 외 3개사가 공동수급한 감귤 제2공장의 감귤박 건조시설 역시 2년 가까이 준공조차 하지 못해 가동을 못하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제주도개발공사의 감귤박 건조 처리시설 문제를 집중 점검해 본다. / 편집자

◆ 감귤 제1공장은 ‘종합병동’ =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소재의 제주도개발공사 감귤 제1공장은 지난 2008년 9월 감귤 제1가공 공장에서 발생하는 감귤박(감귤껍질) 건조처리를 위한 설비를 설치하고자 건설기술공모를 실시했다.

▲ 감귤 제1공장의 감귤박 건조시설이 준공 2년이 다 되어 가도록 정상가동이 되지 않고 있다. ⓒ제주의소리 DB
이 절차를 통해 울산시 소재 현대중공업 측과 33억원의 실시설계 및 설치공사 계약을 체결, 사업 계약기간을 2008년 10월17일부터 2009년 1월22일까지로 정해 사업을 추진했으나, 사업 기간 만료에도 건조시설 설비 결함과 성능 미달로 준공이 미뤄졌다.

이 때문에 기술자문회의와 한국자치경제연구원의 외부검토 용역을 거쳐 2009년 9월에야 보완공사가 착공돼 준공예정일로부터 406일이나 지난 2010년 3월4일에야 준공 처리됐다.

◆ 준공 후 또 고장, 제작사 현대중공업은 뒷짐? = 2010년 1월 시운전을 거쳐 그해 3월 준공된 감귤 제1공장 감귤박 건조시설은 얼마가지 않아 다시 성능미달로 애물단지가 됐다.

개발공사에 따르면 준공 후 본격적인 감귤박 처리 시즌인 그 해 11월이 되면서 감귤가공 작업이 시작됐지만 곧 탈수액고액분리기 등 건조설비 이상이 나타나면서 또 다시 결함이 나타났다는 것.

현재 정상적인 처리용량인 1일 200톤의 1/5 수준인 1일 40톤 안팎밖에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사인 현대중공업 측이 적극적인 하자보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개발공사 측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준공일자에 쫓긴 제주도개발공사 측이 설비 결함 상태에서 성급하게 준공 처리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후 현대중공업이 개발공사를 상대로 지체상금 청구소송을 진행하게 되면서 하자 원인과 책임규명이 미뤄져 왔다.

◆ 12월19일 하자검사에서 원인 밝혀질까? = 개발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현대중공업에 하자 점검을 요청했지만 현대중공업 측이 응하지 않다가 지난달에야 현장을 다녀갔다”면서 “12월19일 공동으로 하자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 하자검사에서 확실하게 책임소재를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 역시 “처리시설이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않은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며 “저희 회사가 판단하는 입장은 있지만 정확한 검증이 이뤄지기 전에 밝히긴 곤란하다. 검증이 끝나야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개발공사 측은 “현대중공업은 제작사의 설비결함이나 성능하자를 원인으로 보지 않고 개발공사 오퍼레이터(operator)의 기술과 운영 미숙이라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며 “우리도 그동안 시설의 하자 부분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해놓고 있는 만큼 기술사협회 등의 자문을 거쳐 현대중공업의 설비 하자를 밝혀내겠다”는 입장이다.

감귤박 건조시설이 준공된 후 제대로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정상 가동이 되지 않는다면 우선 시설 제작사인 현대중공업의 일차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은 상식선에서 판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국내 대기업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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