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만에 종료...'선택과 집중' '실질권한 이양' 주문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5년의 공과를 짚는 자리였지만 회의장은 한산했다. 약속이나 한 듯 표현도 하나같이 극도로 절제됐다. "이대로는 안된다"거나 "이렇게 가자"는 외침(?)은 없었다. 그 보다는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덕담이 주로 오갔다.

22일 오후 제주도청 2청사 3층 회의실. '제주특별도 5년 종합평가' 최종보고회가 열렸으나 약 40분만에 싱겁게 끝났다.

별 관심을 못끈 탓인지, 주최측이 '통과의례'쯤으로 여겨 참석을 독려하지 않은 탓인지 보고회 참석자는 취재진을 빼면 20명 안팎에 불과했다. 그것도 연구진과 정부 관련 부처, 도청 관계자가 상당수였다.   

제주도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에서 보고회 참석자를 70명 쯤으로 예상했다.

특별자치도에 대한 도민 체감도가 매우 낮다는 조사 결과가 여러차례 나온 터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대안 주문이 잇따를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과적으로 헛물을 켜고 말았다. 특별도 출범 전 시.군폐지다 주민투표다 하면서 진통을 겪은 상황과 묘하게 오버랩됐다.  

연구를 진행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금창태 자치행정연구실장이 20분 남짓 결과 보고를 한 것을 빼면 마이크를 잡은 이도 몇사람 안됐다. 보고회를 주재한 김형선 행정부지사와 정태근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정부 관계자와 연구진을 향해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얘기를 듣고난 총리실의 임석규 제주정책관은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을 위해)최대한 필요한 지원을 해 나갔다"고 화답했다.

나머지 발언자 3명은 모두 연구진이었다. 다들 몇마디 안했지만 살얼음을 밟듯 조심조심 말을 이어갔다. 연구용역을 의뢰한 총리실과 제주도를 의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연구진은 이미 중간 보고 과정에서 총리실 쪽으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다는 후문이 흘러나왔다. 그때까지 평가가 썩 내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주목할만한 발언이 없지는 않았다.

김병국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택과 집중을 주문했다. 백화점식 사업 보다는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더 집중하자는 뉘앙스였다.

그는 직접적으로 "목표를 조금 현실감 있게 바꾸는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홍콩, 싱가포르와 비교해 제주도가 우위에 있는 요소를 분명히 끄집어내자고도 했다.

역시 이번 연구에 참여한 오병호 한국개발원 교수는 국제자유도시 핵심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임직원을 논의 구조에 참여시켜 실행력을 높이자고 말했다. 

양영철 제주대학교 교수는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그도 연구진의 일원이다. 양 교수는 "예전엔 도민들이 그랬지만 지금은 공무원들도 '특별자치도에 특별한게 없다'고들 한다"며 냉소적인 여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특별도가 출범할 때는 권한을 많이 줄 테니까 다른 곳보다 훌륭한 지역으로 만들어봐라. 모범을 보이라. 그러면 분권 내지 자치가 확대될 것이라는 논리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물질적인 것으로 흐르고 있다"며 "출범 취지를 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초심'을 강조했다. 

그는 다만 "국세 이관 등 중요한 권한들이 이관되지 않아 여러가지 차질이 있다"며 과감한 권한 이양을 주문했다. 
 
공청회는 아니었지만 플로어에서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없었다. 보고회장 책상위에 놓인 600여쪽의 최종보고서가 유난히 무겁게 보였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