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여럿 되는데 도내 업체 돈 없어 걱정"

▲ 우근민 지사가 WCC 범도민지원위원회 워크숍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우근민 지사가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핵심공약인 제주맥주 사업에 대해 깊은 한숨을 토했다.

물론 공약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었다.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기대 만큼 지역업체들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우 지사는 26일 제주도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12 WCC 성공 개최를 위한 범도민지원위원회 워크숍'에 참석해 인삿말을 하다 말미에 제주맥주로 화제를 돌렸다.

그는 "맥주사업을 하겠다고 하니까 중앙에서 9억원의 예산을 아무런 조건없이 내려보냈다. 그런데 안에 있는 사람(도내 업체)은 돈이 얼마없어 참여를 못해 걱정"이라고 아쉬워했다.

전날 마감한 민간파트너 공모(사업신청서 공모)가 불발에 그친 점을 의식한 발언이다.

▲ 인삿말 도중 순간적으로 눈을 감은 우근민 지사. 이날 그는 제주맥주 사업에 도내 기업이 자금부족으로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롯데칠성 한곳이 응모했지만 도내 기업의 출자지분을 26%이상으로 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았다.

이번 공모에서 개별법인 중 최대 출자자의 지분율은 44%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제주도(25%미만)와 도내 기업의 지분을 51% 이상 확보해 제주맥주의 공익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이게 결국 컨소시엄 구성에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다. 롯데칠성의 경우도 오너십을 주도적으로 행사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우 지사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그는 "그렇지않으면(지분제한이 없다면)롯데가 참여하겠다고 하고, 또다른 큰 기업도 있다"며 참여를 저울질하는 업체가 여럿 있음을 시사했다.

우 지사의 말대로 도내 기업의 최소 출자지분 26%도 금액으로 따지면 만만치 않은 액수다. 1단계 설립 자본금(377억5000만원)의 26%라면 98억원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그런 업체가 많지 않다.

나머지 자본금은 제주도 25%(94억원) 미만+도외기업 44%(166억원)+도민주 공모 5%(19억원)로 구성된다.

우 지사는 "큰 기업만 갖다놓으면 문제"라며 "남 좋은 일만 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파트너 공모 실패 후 제주도는 일단 재공모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상황.

하지만 재공모를 하더라도 출자비율이 조정되지 않는한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고, 반대로 최대 출자자의 지분을 대폭 확대하면 공익성 취지가 사라질 우려가 있어 당분간 우 지사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대안으로 제주도개발공사가 사업을 맡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급기야 제주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도내 기업의 참여 저조로 궤도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서둘러 사업계획 변경 가능성을 열어뒀다. 출자지분 변경까지 시사했다.

도내 기업의 의무참여 비율(26%)은 제주항공에 대한 제주도의 출자 지분이 애초 25%에서 지금은 4.5%로 떨어지면서 도민여론이 악화된 상황을 반영, 제주도 경영권 확보의 일환으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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