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건물·부지 소유권 이전 마무리 불구 공사 재개 ‘감감’
복잡한 상황에도 제주도 “私기업 문제”…WCC ‘최악’ 우려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 앵커호텔 공사가 2년 가까이 중단돼 흉물로 변하고 있지만 제주도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며,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주도가 호텔 부지를 5년 전보다 헐값에 판 배경, 국제적 망신을 살 수 있는 ‘가림막’ 운운하며 발을 빼는 모습 등 그 동안 제기된 숱한 의혹에 속 시원히 해명하지 못하면서 부영 측에 말 못할 꼬투리를 잡힌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 짓다만 ICC제주 앵커호텔. 가까이서 보면 더욱 흉물스럽게 다가온다. ⓒ제주의소리DB
◇ 제주도(ICC)-부영, 앵커호텔 놓고 어떤 ‘밀약’ 맺었길래…, 계약서 공개 ‘손사래’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월 이후 중단된 ICC제주 앵커호텔 건립을 위해 50개가 넘는 국내·외 기업들과 협상을 벌여 지난 10월19일 (주)부영주택과 사업시행을 위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재계순위 10위권 안에 드는 H그룹도 유력한 협상 파트너였지만 결국 포기했다.

이후 제주도는 (주)부영주택과 적극적인 협상을 벌여 지난 12월16일자로 부동산 이전 등기, 토지소유권과 사업자 명의 변경 등의 절차를 모두 마쳤다.

문제가 복잡하게 꼬여있지만 앵커호텔 부지 5만3354㎡의 가격은 2007년 매매 당시 기준으로 192억원. 토지와 짓다만 건물을 사들이고 완공까지 하려면 최대 3000억원이 필요하다는 추정도 나온다.

하지만 제주도(ICC)가 건물과 부지를 얼마에 팔았는지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다만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때 부지매각 대금이 173억원인 사실이 처음 알려졌다. 5년 전 ICC제주가 JID(주)에 판 192억원보다 헐값에 판 것이다.

문제는 법적으로 ICC제주 앵커호텔 소유권이 (주)부영주택에 완전히 넘어갔지만, 약속했던 공사재개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제주도는 이를 ‘유치권’ 문제로 보고 있다.

그동안 투입된 물량 및 그에 따른 산출 금액을 받아내려는 측(금호산업)과 지불하려는 측(부영주택) 사이에 금액 차이가 워낙 커, 협상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주도는 ICC제주 앵커호텔 건립사업에서 완전히 발을 뺀 형국이다.

◇ 가림막 치고 ‘환경올림픽’ 개최한다? “무슨 행위예술도 아니고” 국제망신 자명

최근 들어서는 “내년 제주에서 열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 행사 때 앵커호텔을 사용하는 것을 전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계속 흘리고 있다. 심지어 우근민 지사가 직접 나서 “행사 이전에 완공이 안 되면 ‘가림막’을 치고 행사는 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힌 상태다.

그렇다고 제주도가 딱히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상태대로라면 앵커호텔 공사를 서두르라고 부영 측을 채근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을 종합해봤을 때 제주도와 부영 사이에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밀약’이 있지 않고서야 계약서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불발에 그치긴 했지만 부영은 지난 8월 한국관광공사가 민간 매각을 추진한 중문단지에 눈독을 들인 바 있다. 골프장과 잔여 토지·시설 등을 합쳐 1510억 짜리 대형 물건이었다.

이 때문에 세간에서는 제주도가 중문단지-앵커호텔 매입 과정에서 부영에 무슨 약점을 잡힌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앵커호텔 매매 과정에서 국내 굴지 H그룹과 협상이 틀어진 것도, 부영 때문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앵커호텔 유치권 협상과 관련해서도 부영 측이 턱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하며 ‘날로’ 먹겠다는 심보를 부리는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ICC제주 앵커호텔 & 콘도미니엄은 WCC 주 행사장인 ICC제주 바로 서쪽에 있다. 높이는 지상 9층. 진입 방향에서 보면 ICC제주를 정면으로 가로막을 것이라는 당초 우려가 현실화됐다. 그것도 아주 흉물스럽게. 현재 공정률은 50% 정도. 9층까지 뼈대만 세워진 채 앙상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WCC까지 남은 기간은 이제 8개월. 이런 상황이 오기까지 무기력함을 드러낸 제주도가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는 한 환경을 부르짖고 있는 제주가 정작 ‘환경올림픽’에서 혹독한 수모를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부영과 맺은 계약서 공개가 돼야 한다. 도민사회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특혜 의혹을 불식시키고, 세계인의 ‘축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해명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래야 뒤끝이 없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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