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이 미래다]⑤  IP스타기업 (주)섬아트 김해곤 대표

글로벌 시장은 그야말로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시대를 맞고 있다. 수출 1조원 시대를 선언한 민선5기 제주도정의 수출지향 정책 기조에 맞춰 제주도내 기업들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기업경쟁력과 성장을 담보한다는 것을 기업사례 보도 등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특히 지식재산도시 1주년을 맞은 제주특별자치도(제주시)의 비전과 과제 등을 모색해보고, 현장에서 우수 특허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사업화로 성공시킨 기업들을 소개한다. / 편집자 글  

▲ 섬아트 김해곤 대표(48). 화가. 문화체육관광부 '마을미술 프로젝트' 총괄감독. 그는 제주가 자신의 "예술의 시발점이자 영혼의 정원"이라며 제주다운 문화상품을 개발하는데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제주의 자연 소재를 통해 환경도 지키고  돈도 버는 대표적 지식재산(IP)기업이 있다. 제주지식재산센터가 특허스타기업으로 선정한 (주)섬아트(대표 김해곤.48)다.

2003년 9월 섬아트문화연구소로 출범 후 2008년 1월 (주)섬아트로 법인을 설립한 올해 9월로 법인설립 4년째를 맞는 아직 ‘유아기’ 기업이지만 독특한 ‘아이디어’와 ‘제주’라는 향토성을 잘 접목시켜, 국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는 제주기업이다. 섬아트가 제주산 자연재료를 통해 만들어낸 ‘탐나지’(탐라국+종이紙의 합성어)가 대표 상품이다.

(주)섬아트의 김해곤 대표를 만나 그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경영철학 등을 들어봤다.

 

▲ (주)섬아트(대표 김해곤)가 감귤껍질, 파래, 억새 등 제주 자연에서 자생하는 소재를 활용해 만든 종이 제품들로 상품명은 '탐나지'다. 스케치북, 수첩, 메모지 등 팬시용품들이다. ⓒ제주의소리

# 화가서 CEO로…두 가지 길 성공 도전

김해곤 대표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화가다. 대한민국 바람예술축제를 대표하는 설치미술 작가이기도 하다. 고향은 전북 남원이지만 제주출신 화가인 부인 강술생 씨를 만나 제주에서 문화상품 개발에 주목하면서 예술가와 CEO라는 두 가지 길을 조화롭게 잘 걸어가고 있다. 
 
제주가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의 시발점이자 영혼의 정원”이라고 말하는 김 대표는 제주에서 작품 활동을 하자 지난 2005년 감귤껍질의 섬유로 종이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고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감귤종이 개발에 돌입했다.

당시는 매년 4만여 톤의 감귤껍질(감귤박)이 해양투기로 버려지던 때라 감귤껍질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던 때다. 버려지는 감귤껍질을 자원화하는 아이디어였다. 환경오염을 줄이자는 순수한 뜻이 전부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고향 전북 남원이 원래 한지 주산지였기에 고향 한지 제조업체에 의뢰한 결과 감귤껍질을 95%까지 넣어도 매우 좋은 종이가 생산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 대표는 결국 세계최초로 감귤껍질 섬유로 개발한 한지를 통해 다수의 국제·국내 특허를 출원했고, 이른바 ‘감귤한지’로 의상도 만들고 감귤종이·넥타이·감귤상자·쇼핑백·가방·모자·명함 등 무궁무진한 시제품들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섬아트가 특허등록한 것이 모두 40여건에 이른다.

▲ 섬아트 김해곤 대표는 진정한 지식재산 스타기업은 특허숫자가 아니라 정말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세계 최초 감귤종이 이은 파래·억새로 친환경 종이도 등장

지난해 하반기에는 제주해안가에 밀려와 매년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해조류 ‘파래’와, 중산간 어디에서도 흔하게 자생하는 제주 억새를 소재로 종이를 개발하는데도 성공했다. 이름하여 ‘탐나지’인데 탐라국을 의미하는 ‘탐나’에 ‘탐난다’는 뜻을 더하고 종이 지(紙)를 합성해 만든 ‘네이밍’이다.

환경적으로 골칫거리였던 감귤껍질과 파래, 그리고 관상용으로서 가치가 소멸된 억새를 활용해 만든 친환경기능성 종이인 ‘탐나지’로 수첩·메모지·스케치북 등 팬시상품을 개발한 것이다.

또한 파래와 닥펄프를 다양한 비율로 혼합한 파래한지, 파래에서 추출한 진액과 마(麻) 펄프를 혼합시킨 티백용지, 파래진액과 닥펄프·마펄프를 혼합한 원사지(原絲紙)로 가방·모자·신발 등의 시제품을 제작했다. 이밖에도 천연억새벽지와 전문화지, 특수인화지, 타일벽지, 포장용지, 공예품류 등도 내놓았다.

모두 제주자연 소재로 만든 친환경 종이제품들로, 인장강도가 우수하고, 특히 억새로 만든 종이는 항균성과 소취성(냄새 정화 기능)이 뛰어나 새집증후군과 유아들의 아토피 질환 등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섬아트(대표 김해곤)가 파래직물로 생산해낸 의류시제품  ⓒ제주의소리 DB
▲(주)섬아트가 버려진 파래를 이용해 직물을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파래직물로 만들어낸 신발 시제품. ⓒ제주의소리 DB

# 제주도 공무원 명함은 제주산 감귤종이로, 어때요?

공무원 명함을 제주산 감귤종이로 만들고, 면세점 등 쇼핑센터의 종이봉투를 제주산으로 바꾸는 것이 김해곤 대표의 꿈이다. 그것이 제주문화상품에 대한 자긍심을 실현하는 것이고, 제주 친환경제품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신뢰라는 설명이다. 인도나 동남아시아에서 코끼리 배설물로 만든 종이가 훌륭한 문화상품이 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는 제주도, 제주시, 제주지식재산센터 등 관련기관들의 지식재산기업들에 대한 지원과 정책배려에는 우선 고마움을 표했다. 다만 지식재산(특허) 스타기업으로 선정한 후 진정한 스타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지속적인 육성지원과 연관단체·조합들과 네트워크를 맺을 수 있는 가교 역할에는 아쉽다고 가감 없이 밝혔다. “물을 마시고 싶은데 콜라를 주는 격을 종종 볼 수 있다”는 말로 에둘러 아쉬움을 표했다.

지역 향토산업과 관련된 지식재산 아이디어는 정책적으로 육성 지원해주는 노력과, 국제감각에 맞는 상품성을 갖출 수 있도록 끊임없이 컨설팅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김 대표는 지난 2006년 서울특별시가 광복 61돌을 기념해 시청사를 총 1만2800개의 청사초롱으로 태극기 문양을 연출했던 ‘FESTIVAL 61-8.15’ 대형프로젝트를 부인 강술생 씨와 공동연출해 주목받았고, 제주에서 제주형 콘셉트인 바람을 이용한 ‘바람예술축제’를 시도해 왔다. 지난 2009년부터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마을미술 프로젝트’ 총괄감독을 맡아 전국 46곳 마을의 생활공간에서 공공미술을 시도하고 있다.

인터뷰를 끝내며 김 대표는 “기업이 보유한 특허 숫자가 많아야 특허스타기업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특허를 가졌다하더라도 진짜 제주다운 특허를 가진 기업이라면 그런 기업을 집중 육성해주는 것이 진정한 스타기업 육성정책이 아니겠냐”고 조심스런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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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섬아트(대표 김해곤)가 최근 버려진 파래와 억새를 활용한 친환경 종이와 이를 응용한 시제품을 생산해내 화제다. 감귤직물로 만든 모자류. ⓒ제주의소리 DB
▲ (주)섬아트의 국내 특허등록 실적 ⓒ제주의소리
▲ (주)섬아트의 디자인등록, 상표등록, 국내외 특허출원 실적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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