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띠해 용두암...그리고 스토리텔링
용띠해 용두암...그리고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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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암.용연에 깃든 사연 추출작업 필요

▲ 강민철 ㈜컬처플러스 대표.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온 흑룡띠 해다.

육십갑자로 임진년(壬辰年)에 해당한다. 임(壬)은 검은 색, 진(辰)은 용을 뜻한다. 따라서 임진년은 검은 용 즉 흑룡의 해다. 용은 십이지간 가운데 다섯번 째 동물이다.

신기한 것은 다른 11종의 동물은 실존의 동물인데 반해 용 하나만은 상상의 동물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용의 모습은 누군가 실제로 본 것 처럼 쥐, 소, 호랑이 못지 않게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중국 고전 <본초강목>에 따르면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목덜미는 뱀, 배는 대합, 비늘은 잉어, 발톱은 독수리, 발바닥은 호랑이, 귀는 소와 같은 모습이다.

더이상 용은 상상속에 갇혀 있는 동물이 아니다.  삼국시대 백제 의 무왕은 지룡(池龍)의 아들로 전해져오고 신라 문무왕은 죽어 나라를 지키는 바다용이 된다. 왕이 입는 곤룡포에도 금실로 수놓은 다섯발톱의 용이 새겨진다. 왕이 군대에 명령을 내릴 때 사용하던 ‘황룡기’에도 용맹스럽게 용 두마리가 그려져 있다.
 
민간에서도 용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용꿈은 큰 인물이 태어나고 큰 경사가 벌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 용꿈을 꾸길 기원하며 이불과 베갯모, 병풍 등에 용을 그려왔다. 또 용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출세의 상징이기도 하다. 중국 황하 상류에 용문(龍門)이라는 물살이 센 협곡이 있는데 여기를 거슬러 올라가기만 하면 물고기가 용으로 변한다는 고사가 내려온다.

그래서 등용문(登龍門)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쉽게 말해 ‘개천에서 용났다’라는 뜻이다. 서울시 문화재 자료인 ‘김제 신풍 농기’는 두레를 할 때 사용한 농기로 흰색 기폭에 발톱이 네 개인 용과 구름이 그려져 있다.

제주에는 용두암과 용연이 있다. 용두암은 용의 머리를 닮은 높이 10미터 가량의 기암이 바다를 향해 돌출돼 있어 관광객들에겐 사진 배경으로 그만이다. 아득한 옛날 용이 승천하면서 한라산 산신의 옥구슬을 물고 달아나다 한라산 산신이 쏜 화살에 맞아 몸부림 치다가 몸뚱이는 바다에 잠기고 머리만 밖으로 내민 채 울부짖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또 다른 전설에 따르면 용왕의 사자가 한라산에 불로초를 캐러 왔다가 큰일을 당했다는 얘기도 있고 용이 되고 싶었던 백마가 바다에서 헤엄치며 놀다 그만 힘센 장수의 꾀임에 빠져 죽임을 당해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도 전해져 온다.

용두암은 파도가 칠 때 서쪽 1백미터 쯤에서 보면 용이 살아움직이는듯한 생동감이 느껴진다. 용두암 가까이에 용연이 자리잡고 있다. 용연은 동한드기와 서한드기 사이에 있는 소(沼)인데, 그 위로 구름다리가 걸쳐져 관광객들이 건널 때 마다 출렁거린다. 용연 안쪽을 들여다 보면 돌병풍이 처져있다.

옛시절 양쪽 벼랑에 푸른나무가 무성하고 그 모습이 돌병풍과 같다하여 '취병담(翠屛潭)'이라고 불렸다. 제주의 선비들은 한라산에 노루가 노니는 백록담이 있다면 용두암에는 신선이 노니는 못이 있다고 해서 '선유담(仙遊潭'이라고 불렀다. 무명의 시인 윤지오가 쓴 한시를 읽노라면 그 당시 용연의 절경이 눈에 그려지는듯 하다. "빙빙 푸른벽 돌면/ 황홀경, 무릉과 통하겠으니/ 홀연 보이는 배는/ 어부가 도화원 찾아가는 듯'"

앞으로 또 한번 흑룡의 해를 맞이하려면 6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아무리 백세시대라고 한들 다시 흑룡의해를 맞이하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용은 시기적으로 볼 때 올해가 매우 큰 마케팅적 수단이 된다. 한국사람이건 미국사람이건, 일본사람이건, 중국사람이건 진학의 꿈, 취업의 꿈, 사랑의 꿈은 만국 공통의 꿈이다. 이 모두가 용꿈 한방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하면 얼마나 솔깃하지 않은가. "올해 소원이 이뤄지길 바란다면, 용꿈을 꾸고 싶다면 용두암과 용연으로 여행을 떠나라" 이렇게 소리쳐도 이상하지 않은 2012년 임진년이다.

헌데 지금 용두암과 용연 주변엔 아스팔트가 깔려져 있고 관광버스가 들락날락 거린다. 옛 선인들이 느꼈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똑같이 느끼기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자칫하면 특이하게 생긴 갯바위이고 깊게 패인 못으로 치부될지 모른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스토리텔링이다. 오랜 옛날 어떤 이도 보이지 않는 용을 마치 본 것처럼 표현하지 않았던가. 그 결과 상상의 용은 실존의 동물을 능가하는 존재감을 얻게 됐다.

그랬듯이 용두암과 용연에 깃들어 있는 꿈을, 마음속에 담아둔 꿈을 현실화하는데 성공했던 사연들을 추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용두암 눈을 바라보고 소원을 빌었더니 아들이 대학에 턱하니 붙었더라" 그저그러한 필부들의 미신적 얘기로 들리지만 이른바 '용꿈 스토리텔링'의 원석이다. 임진년. 전국 어디서건 이어령 비어령식으로 흑룡이 불을 뿜고 있다.

그렇지만 제주 용두암처럼 크고 번듯한 용을 본 적이 있는가. 용이 요동친 것 처럼 구비구비 패인 벼랑을 본 적이 있는가. 제주, 용꿈 한번 크게 꿔 보자. 국제자유도시답게 이왕이면 외국어로.

◇ 필자 강민철은...

홍보컨설턴트 겸 작가. 제주에서 태어나 오름과 바다를 바라보며 자랐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서울로 올라가 대학을 다녔다. <제민일보> 기자와 월간 <우리문화>의 편집장을 지냈으며 문화재청의 근대문화유산을 비롯해 영암, 안동, 안성, 고령 등의 문화관광축제 홍보대행을 수행했다. PR은 앵글이라는 생각으로 인간과 사물의 숨겨진 각을 잡아내어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을 즐긴다. 저서로 취업가이드 '회사 바로들어가기 돌아들어가기'  제주올레 기행산문집 '올레감수광(感修狂)'이 있다. 현재 홍보회사 ㈜컬처플러스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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