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② 이익금 100% 배당, 가난한 개발공사 '신규투자' 엄두 못내 
 

제주도개발공사가 조성 공사를 맡은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산업단지. <제주의 소리 DB> 
이익금의 주주 배당으로 제주도개발공사의 곳간이 비다 보니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릴 여유가 있을리 만무하다. 신규 사업을 통해 지역 고용을 창출하는 다른지방의 도시공사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다른 사업이라면 제주도개발공사도 용암해수산업단지를 들 수 있다. 총 사업비가 192억원에 이른다. 여기에다 공사는 올해 지하수 취수량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대폭 증설한다. 그러잖아도 여윳돈이 없는 마당에 삼다수로 버는 족족 이들 사업에 쏟아부어야 할 판이다. 제주도에 대한 이익 배당을 올해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연말 씁쓸한 장면이 벌어졌다.

공사가 올해 예산을 짜면서 추가 사업에 들여야할 비용을 감안해 이익 배당을 한푼도 계상하지 않았다가 난리가 났다. 제주도 올해 예산안에는 이미 전입금이 잡혀있던 상태였다. 제주도와 줄다리기 끝에 120억원을 제주도 일반회계에 전입하기로 합의(?)를 봤다는 후문이다. 제주도가 공사 사내유보금을 적립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당장 세입에 구멍이 생길 것을 염려해 펄쩍 뛰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공사 곳간을 든든히 채워둬야 한다는 점에는 우근민 지사도 인식을 같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의 배당을 하지않는 다른지방 도시공사의 예를 들면서 배당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공사쪽 하소연에 우 지사가 공감을 표시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하지만 웬일인지 예산편성 시기만 되면 양쪽의 시름이 깊어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 대목에서 공사 정관을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주주에 대한 이익배당을 규정한 제52조 1항이다. 영리기관도 아닌 제주도가 개인투자자나 일반 기업처럼 굳이 배당을 받아가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배당을 받더라도 즉시 재출자하거나, 현금은 받아 쓰되 대신 제주도가 보유한 현물을 출자하는 것도 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공사가 지난해까지 제주도에 배당한 이익금은 총 750억원. 이 돈이면 수천억원도 거뜬히 융통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웬만한 프로젝트는 '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공사 선에서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게 투자업계의 시각이다. 외자유치, 민자유치를 부르짖으면서 결국엔 종잇장이 되고 마는 MOU만 맺을게 아니라 공사를 제대로 활용하라는 주문은 그래서 일리가 있다.

일부에선 750억원을 고스란히 적립해뒀다면 벌써 제주도개발공사를 두 개나 더 만들었다는 얘기까지 한다.

몇차례 증자(제주도 출자)를 거쳐 지금은 자본금이 366억원으로 늘었으나 설립 당시 자본금은 76억원에 불과했다. 감귤가공공장을 지을 때와, 용암해수산업단지 부지를 현물로 출자(55억원 상당)한게 대표적인 증자 사례다.

이익금의 용처(用處)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은 과거에도 있었다.

공사가 삼다수 증산에 앞서 지하수 취수량 증량에 관한 도의회 동의를 구하던 2006년말, 의회는 한가지 부대조건을 달았다. 취수량을 하루 868톤에서 2100톤으로 늘리려 할 때였다. 삼다수를 증산하면 그만큼 이익도 커지니까 이익금의 50% 이상은 지하수 관리 특별회계로 전입토록 했다.

특정 용도에만 쓰도록 한 것인데 지금까지 이 주문은 공염불이 됐다.

개선 방안에 대해선 의견이 다양하다. 의회 지적대로 특별회계로 전입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배당 자체를 하지 말고 공사가 일자리를 늘리거나, 지역경제를 일으킬 또다른 사업을 벌이는데 써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않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김동주 대안사회팀장은 "물이든 바람이든 지역의 공공자원을 개발한 수익은 지역에 환원해야 한다"며 "물을 팔아서 번 돈은 지하수 보전에, 바람을 개발해서 얻은 수익은 에너지 자립을 위해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의회 환경도시위원회 김태석 위원장은 "일반회계로 가버리면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감을 잡지 못한다. 삼다수 이익금은 어떤 특수한 목적, 가령 지하수 보전이나 관리, 복지 쪽에 써야 한다"면서 "삼다수 이익금에 관한 한 별도의 특별회계로 가도록 관련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례 제정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삼다수 증산에 대해서도 "매번 증산만 할 게 아니라 지하수 함양량 등을 정확히 조사한 다음에 지하수 수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차라리 공장을 더 세우면 무상교육, 무상보육, 무상급식이 일시에 해결되고 엄청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제2의 공장 건설을 제안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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