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이 미래다]⑦ IP스타기업-대산영농조합 김숙희 대표

▲ 대산영농조합법인 김숙희(48) 대표이사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제주샘주(酒)’라는 브랜드로 오메기술과 고소리술 등 제주전통의 토속주를 생산하고 있는 대산영농조합법인 ⓒ제주의소리

쌀이 귀했던 제주, 응당 쌀로 술을 빚는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제주는 예부터 좁쌀로 만든 고소리 술과 오메기 술이 대표적인 토속주 자리를 지켜 왔다.

제주 선인들이 누대 동안 지켜온 독특한 전통주인 고소리 술과 오메기 술 제조법을 고스란히 이어, 본격적인 대량생산으로 전국에 제주 토속주 맛을 알리고 있는 기업이 있다. ‘제주샘주(酒)’라는 브랜드로 제주전통의 토속주 문화를 지켜가고 있는 대산영농조합법인 김숙희(48) 대표이사를 만났다.

# “술 빚는 여잔데, 술 향기만 맡아도 취해요”

대산영농조합법인은 지난 2005년에 설립돼 2년 후인 2007년 9월 주류제조 면허(증류식 소주, 약주)를 취득해 현재 고소리 술(알코올 40%)과 오메기 술(알코올 14%)로 12종의 민속주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전국 홈플러스와 (주)롯데슈퍼 매장은 물론, 수도권 백화점(현대, 신세계, 롯데) 등에 입점해 제주전통 토속주의 맛을 알리고 있다.

예로부터 제주는 논이 드물어 쌀이 귀했다. 먹을 쌀이 귀한 제주에선 곤밥(쌀밥)보다 조밥(좁쌀밥)이 주식이었다. 사정이 이러니 쌀로 술을 빚는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은 당연지사. 자연히 좁쌀로 빚은 술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김숙희 대표의 말이다. “고소리 술은 제주도 청정암반수가 제주에서 생산되는 좁쌀을 전통방식으로 발효시켜 만든 청정 토속주 입니다. 원래 제주에서는 쌀이 매우 귀한 곳이라 자연스레 쉽게 구할 수 있는 좁쌀로 술을 빚어 왔습니다. 이렇게 해서 좁쌀약주인 오메기 술과 제주식 소주인 고소리 술이 탄생했던 것이죠. 그런데 아쉬운 것은 제주도 사람들도 오메기 술과 고소리 술 구별을 잘 못해요. 우리 술인데 말이죠”

▲ 대산영농조합법인 김숙희(48) 대표이사. 그는 제주의 전통 민속주를 세계최고의 명품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김 대표는 원래 음식에 소질이 많아 한때 제주식 향토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향토음식점을 운영하다가 제주의 토속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전통주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다.

김 대표는 “저는 원래 술을 잘 못해요, 술도 못 마시는 여자가 술을 만든다니 이상하죠?”라며 “처음엔 술 향만 맡아도 취하기를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워낙 이골이 나서 괜찮지만 처음엔 힘들더군요(웃음). 술은 잘 못 마시지만 정성으로 빚는 게 술이기에 누구보다 제주 전통주를 잘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라고 자신감이 넘쳤다.

또한 김 대표는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은 현재 전승된 한국의 민속주 중 구멍떡으로 빚은 유일한 술로 그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면서 “술의 맛을 좌우하는 전통 누룩을 개량하고 술에 적합한 좁쌀 품종을 발굴해 다른 지역의 민속주와 차별화한다면 오키나와의 명주 ‘아와모리술’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명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힘줘 말했다.

#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서 당당히 ‘대상’ 차지

▲ 대산영농조합법인은 '2011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증류식소주 부문에서 당당히 '대상'을 차지했다. ⓒ제주의소리
이런 자신감과 상품개발에 대한 노력이 최근 결실을 맺기도 했다. 대산영농조합법인의 ‘제주 고소리술’이 지난해 10월 농림수산식품부가 전국의 민속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1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증류식 소주 부문 ‘대상’의 영예를 차지하기도 했다. 앞서 2008년에도 ‘제주마씸’ 협력업체 선정을 시작으로 2009년 제주도 성장유망중소기업 선정, 2010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포장·디자인상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그동안 기술연구개발을 통한 ‘지식재산’ 보유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한다는 철학으로 ‘바다위 제주샘주’라는 상표등록을 시작으로 현재 오메기술 제조방법에 관한 특허출원을 추진하고 있고, 2건의 상표도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

대산영농조합법인은 기존에는 자체적으로 기술 개발하던 것을 올해부터는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해 본격적인 R&D에도 투자할 방침이다. 우선 현재 40%의 알코올을 30%로 조금 더 낮춘 고소리 술을 개발하고 있어 조만간 신제품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청정제주 자연에서 생산되는 각종 한약재 등을 이용한 전통주 개발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어려움도 있었다. 주력 상품인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의 주원료인 조(좁쌀)의 재배면적이 점점 줄어들면서 원료수급에 비상이 걸렸고, 품귀현상 때문에 조 값도 워낙 올랐다. 비싸기도 비싸지만 구하려고 해도 원하는 만큼 구할 수 없다는 것이 큰 문제란다.

김 대표는 “각 지방에 가면 그 지방을 대표하는 명품 민속주가 있는데요, 지역 명품주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많이 아쉽습니다. 원료수급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으니 저희 같은 지역 중소기업들이 겪는 어려움도 제주도 경제당국이 귀를 잘 기울여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관심이 절실합니다. 주재료 값은 해를 거듭할수록 폭등하고 있는데…, 그래도 원료수급만이라도 원활하게 해주면 좋겠습니다”라고 토로했다.

▲ 오메기술과 고소리술 등 제주전통의 토속주를 생산하고 있는 대산영농조합법인은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에 소재하고 있다. 포장과정을 거친 고소리술을 살펴보고 있는 김숙희 대표 ⓒ제주의소리
▲ 대산영농조합법인 ‘제주샘주(酒)’가 출시 중인 오메기술과 고소리술 상품은 약 12종이다. ⓒ제주의소리

그러나 김숙희 대표는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200% 정도 성장했습니다.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 올해는 저희가 만드는 모든 제품의 디자인 등 전체적인 리뉴얼 작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라며 “제품의 질과 디자인까지 모두 프리미엄급으로 고급화시켜 전국시장에서 제주 전통 민속주의 위상을 크게 끌어올리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따르면 ‘제주에선 소주를 많이 빚는다(多用燒酒)’고 했고, ‘봄과 가을에는 광양당과 차귀당에 남녀가 무리지어 술과 고기를 갖추어 신에게 제사를 지낸다’고 기록돼 있다. 이 기록은 제주에선 소주가 많이 음용되고, 당제와 같은 무속의례에도 오래전부터 밭곡식으로 빚은 소주를 제주(祭酒)로 사용해왔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실제 희석식 소주가 나오기 전까지 제주에서 제사.명절때는 각 집집마다 고소리술과 같은 민속주를 만들어 제주(祭酒)로 사용해왔다.

김 대표는 끝으로 “설 명절이 열흘 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설 명절에는 제주의 전통민속주를 차례 상에 올려 조상들의 은혜에 엎드려 감사의 절을 올리고, 제주 향 진한 오메기 술과 고소리 술로 음복하면 어떨까 합니다. 많이 관심가져 주세요”라고 인사했다. 2012년은 ‘제주의 전통주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 도민과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기업!, 사원이 주인인 기업!’을 사훈으로 내건 대산영농조합법인을 주목해달라는 당부도 남겼다. 문의 = 대산영농조합법인(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1997-1) 전화(064)799-4225번. 팩스(064)799-4226번.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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