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맥주 딜레마...공공성-도민이익 극대화 어쩌나

지난해 8월 제주맥주 시제품을 시음하고 있는 우근민 지사. <제주의 소리 DB>
야심차게 출발한 제주맥주 사업이 민간사업자를 구하지 못해 난관에 부닥친 가운데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제주도개발공사의 참여 또한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관계 규정상 제주도개발공사가 다른 법인에 출자할 수 있는 규모가 극히 제한돼 있는데다, 공기업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가 제주도개발공사의 맥주 사업 진출에 극도로 난색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행안부와 제주도, 제주도개발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가 신규 사업 혹은 다른 법인에 자본을 출자하려면 우선 제주도개발공사 설치 조례를 뛰어넘어야 한다. 조례는 자본 출자 대상을 '고유목적사업'으로 한정하고 있다.  

조례 제20조는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주택, 토지개발 △제주특별법에 의한 먹는샘물과 지하수를 기반으로 하는 부대사업 △감귤 등 농산물의 가공사업을 위한 감귤복합처리가공단지 조성.운영 △호접란 등 제주농산물 수출사업에 따른 현지 농장 운영, 유통판매를 고유사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조례야 고치면 된다지만 자본 출자 때 반드시 외부기관의 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2012년 지방공기업 예산편성기준이 그렇게 돼 있다.

공사가 추진중인 사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고, 현 사업의 효율적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한해 출자 타당성 검토, 지방자치단체장의 승인을 거쳐 예산을 반영하도록 했다. 예산편성기준은 특히 공사가 직접 수행하고 있지 않는 사업은 다른 법인에 대한 출자를 지양하도록 선을 그었다.

제주도가 실시한 '제주맥주 출자법인 설립 타당성 용역'에서도 맥주사업은 본질상 공공성이 약하고, 상업성이 강한 민간부문의 사업이라며 공공 지분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더구나 지방공기업법상 제주도개발공사는 다른 법인(공사)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가 자본금의 10분의 1 이하로 제한돼 있다. 제주도개발공사의 자본금은 366억원으로, 투자 여력이 36억원 밖에 안되는 셈이다. 제주맥주 1단계 설립 자본금(377억5000만원)의 25%(94억원)를 감당하기도 버겁다. 25%는 애초 제주도가 정한 참여 지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행안부의 입장. 제주도개발공사가 맥주 사업에 뛰어들 경우 적극 만류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민간에서 할 수 있는 분야에 공공부문이 침해해선 안된다는 얘기였다.

행안부 김영철 공기업과장은 9일 <제주의 소리>와 전화 통화에서 "공기업은 (가능한 사업분야가)정해져 있지 않느냐"면서 "적자가 나면 결국 도민이 부담하게 된다. 설사 승인 요청이 오더라도 승인을 해 줄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특히 "시장경제 체제에서 돈이 된다면 민간에서 왜 안들어오겠느냐. (고전할게)훤히 보인다"며 "그러잖아도 지방재정이 안좋은데 혈세를 낭비해선 안된다"고 맥주사업 자체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봤다.

민간 파트너 공모에 실패하자 제주도 수출진흥본부는 지난해 12월30일 제주도개발공사와 함께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지만 대안이 나오려면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공사 참여 방안, 자본금 축소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안을 모색하겠다"며 "당장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우근민 지사는 지난2일 시무식에서 "이제는 돈있는 사람들 투자를 끌어들여서 맥주회사를 만들어 나간다는게 도지사의 생각"이라며 앞으로 도내 기업의 참여를 전제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12월27일에는 "큰 기업만 갖다놓으면 문제"라며 "남 좋은 일만 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도내 자본의 참여가 저조한데다 제주도개발공사의 참여도 간단치 않은 상황에서 도외 기업의 참여 제한(44%)을 풀 경우 공공성이란 명분이 약해지고, 도민이익도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하는 제주도가 이래저래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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