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지방경찰청 회의실에서 경찰과 교사, 학부모, 학생이 참여하는 학교폭력 대책회의가 열려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언론에 나오면 그때만 '화들짝'...교사. 학생들이 힘든 까닭은?

'빵셔틀', '일짱 오빠' 쉽게 어른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불거지자 부랴부랴 마련한 대책회의 현장에서 터져 나온 이른 바 신세대 언어들이다.

17일 오후 3시 제주지방경찰청 4층 회의실에서 열린 '학교폭력 근절 범도민 대책회의'에서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은 학교폭력을 주제로 2시간 넘는 토론을 이어갔다.

제주지방경찰청이 마련한 이날 회의에는 정철수 제주지방경찰청장과 한은석 제주도부교육감, 강승수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장, 윤두호 제주도의회 교육의원, 일선학교 교장, 학생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회의순서는 제주도청과 제주도교육청, 제주경찰청별로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윤두호 제주도의회 교육의원의 진행으로 자유토론이 이뤄졌다.

본격적인 토론이 이어지자 교육청 생활지도 담당 장학관을 지낸 강위인 서귀포고 교장이 일선학교 교사들이 느끼는 학생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강 교장은 "학교내 학생간 문제는 조치할 수 있으나 학교밖 청소년이 개입하면 힘들어진다"며 "학교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도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해 예방하는 길이 최선"이라며 "학교밖 문제에 대해서는 제도 속에서 처리를 할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학교 교장은 "학생을 지도하면 요즘은 학부모가 전화를 해서 항의를 한다"며 "학교에는 교사보다 힘있는 학생들이 수십여명이 있다. 교사들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서귀포중학교 운영위원장은 "학교폭력이 있어도 담임교사의 권한이 없으니까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며 "혹시 문제가 불거지면 본인에게 불이익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고 전했다.

▲ 회의장에 참석한 학생들 '일짱'과 '빵셔틀' 등 일선 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 실태를 이야기 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회의장에 있던 학생들은 학교 현장에서 벌이지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서귀초의 김나연(13. 가명) 학생은 "중간놀이 시간에 일짱(우두머리 학생) 오빠가 친구를 괴롭히는 것을 목격했다"며 "선생님께 얘기하려 하니 오히려 피해자인 친구가 보복 당한다며 나를 막았다"고 설명했다.

서귀중앙여중의 고우리(15. 가명) 학생의 이야기도 비슷했다. 고양은 "학교에서 빵셔틀(빵을 사오라고 시키는 행위) 폭력이 일어지만 피해자는 선생님께 말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때문에 학교폭력이 계속 순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 폭력 실태조사를 하고 있으나 친구들은 나아지지도 않은데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가해자에 엄격한 처벌을 해야 학교폭력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현고의 박대석(18.가명) 학생은 "학교에서 제대로 된 학교폭력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며 "학교에서는 학교폭력 발생시 사건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교내봉사로 끝을 낸다"고 밝혔다.

자신을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부모라고 소개한 A씨는 "중학교 1학년 새학기가 되면 반에서 힘겨루기를 한다. 학교에서는 알고 있어도 얘기를 안한다"며 "고학년이 되면 일진이 되고 삼진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제주도지회장은 이와 관련 "여론이 학교폭력에만 집중돼 있다.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우리가 아니라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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