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연말까지 처분하라"에 공사 "경영정상화 주력"  
"LA농장 팔려해도 美부동산경기 최악...매각절차는 진행"

미국 LA 호접란 농장. <제주의 소리 DB>
제주도개발공사가 '실패한 사업'으로 낙인찍혀 정부로부터 처분 요구를 받은 호접란 사업을 당분간 계속할 뜻을 밝혀 정부 반응이 주목된다.

공사는 25일 오재윤 사장 취임 1주년을 맞아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호접란 사업의 경영정상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공사는 "호접란 사업은 (시작)당시 국가가 수출을 권장하던 사업으로 국비 보조를 받아 추진했지만 그간 경영부실로 다소 적자가 발생했다"며 "그러나 올해부터는 경영정상화를 통해 반드시 흑자로 전환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애초 이 사업은 제주에서 생산한 호접란을 미국 현지 농장을 통해 판매한다는 야심찬 구상 아래 2000년 시작됐다. 현 우근민 지사 재직 시절이다. 그해 11월 LA농장 매입 등에 국비와 도비 등 119억원을 투입했다. 제주에는 수출단지가 조성됐다.

그러나 2005년까지 74억원의 손실을 보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그해말부터는 대만과 태국산 종묘를 구입해 LA농장에서 재배했으나 상황이 달라지지 않아 부실사업이란 오명을 써야 했다. 호접란 사업에 관여했던 당사자끼리 송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감사원은 공사에 대한 특감을 통해 사업 정리 방안을 요구했고, 제주도 감사위원회 역시 2009년 종합감사 후 매각을 권고했다.

제주도의회도 지난해 2월 사업의 타당성을 거론하면서 농장 매각 등을 주문했으나 공사는 '삼다수 미국 수출 전진기지화' 방안 등을 내세워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급기야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5월4일 지자체 산하 12개 공사의 사업 철회나 자산 매각 등을 담은 건전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제주도개발공사에는 호접란 사업을 매각하라는 경영개선 명령을 내렸다. 매각 시한은 올해 12월31일까지다.    

하지만 공사가 이날 호접란 사업의 지속 추진 방침을 공표함으로써 사업 정리 또는 농장 매각 등을 요구했던 기관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이다.

물론 그동안 사업 여건은 많이 호전됐다. 2008년부터 호접란 판매 자체만으로는 이익(지난해 약 2억원)을 내고 있다는게 공사쪽의 설명이다.

지난해 호접란 잠정 매출액은 225만8000달러(약 25억원). 32만본(대만산)을 팔았다. 하지만 판매미수금 반환청구소송 패소에 따른 소송비용 부담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4억5000만원 가량 적자가 났다.

미수금 반환소송이란 공사가 2006년 9월, 미국 현지 호접란 판매업체인 ANA를 상대로 미수금 12만달러를 돌려달라고 낸 소송이다. 2009년 1심에서 패소한 공사는 2011년 2심에서도 무릎을 꿇자 더이상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추가 대응을 포기했다.

그러나 소송비용이 문제가 됐다. 소송을 5년이나 끌면서 들어간 변호사비(7억5000만원)와 상대쪽에 물어줘야 하는 손해배상금, 부대비용(5억9000만원)을 합쳐 13억4000만원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올해는 이런 부담이 사라져 호접란 사업 전체적으로도 1억원의 흑자가 날 것으로 공사는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고 행안부 요구를 거스를 뜻은 없다고 했다.

공사 관계자는 "행안부에서 올 12월까지 농장을 매각하라고 했지만 지금 미국 부동산경기는 최악이라서 당장 팔면 또다른 손실이 예상된다"며 "매각 부분은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농장 가격은 호접란 매출규모가 좌지우지한다. 또 매각에 실패했을 경우엔 어차피 농장 운영을 계속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 대비해 이왕 하는 것 최선을 다해서 호접란 사업을 끌어올리자는 것"이라고 '경영정상화'에 여러가지 포석이 내포됐음을 시사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행안부 주문대로 올해 감정평가를 시작으로 매각절차를 진행하겠다. 적정한 가격을 제시하는 적임자가 나타나면 언제라도 매각할 계획"이라며 "다만, 매각 전까지는 농장 운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에서 경영정상화 표현을 쓰게 됐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