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이슈] ① 감동없는 경선, 공천불복 탈당·공천취소...후보선출에 정책선거 '실종'

불과 15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참 희한한 일이다. 4.11총선에서 이슈가 전혀 떠오르지 않고 있다.

▲ 4.11총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섰지만 제주 선거판에서는 이렇다 할 이슈가 떠오르지 않고 있다. 공천 잡음 속에서 정책 선거가 실종된 탓이다. ⓒ제주의소리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던 여·야의 ‘국민참여 경선’은 했는지 말았는지 모를 정도로 존재감 없이 스쳐 지나가 버렸다. 제주지역에서 제대로 된 국민경선을 치른 곳은 여·야 합쳐 민주통합당의 제주시 을 선거구가 유일하다.

나머지 선거구에선 그 자리를 ‘공천 잡음’이 똬리를 틀었다. 공천결과에 불복해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심지어는 ‘금권선거’ 연루 의혹이 제기돼 공천장 받기로 한 다음 날 공천이 취소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러다 보니 제주지역에서는 4.11총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섰음에도 뚜렷한 쟁점이나 정책·공약 대결이 부상하지 않고 있다.

자고로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선택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 사람의 경력·경륜일 수도 있고, 정책·공약일 수도 있다. 또는 소속 정당이나 학연·지연·혈연 등 각종 연고일 수도 있다.

이 중에서도 학연·지연·혈연 등 ‘묻지 마’ 선택을 빼면 인물 또는 정당에 대한 호·불호를 가리게 될 ‘판단’이라는 잣대가 필요하다. 유권자들이 판단하기 위한 소재가 이른바 ‘이슈(선거쟁점)’인 것이다.

유권자들은 선거이슈로 등장한 사회적 의제에 대한 자신의 판단과 궤를 같이하는 정치세력에 표를 주게 되어 있다. 여·야가 선거이슈를 선점하려고 기를 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비롯해 한·미FTA, 자치권 부활, 제주 신공항 조기건설, 4.3문제의 완전한 해결 등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한 이슈를 놓고 여·야의 정책대결이 불을 뿜어야 하지만 전선이 전혀 형성되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에 전제되는 ‘정권 심판론’도 여·야의 감동 없는 공천으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제주지역 여당 후보들은 ‘현역 국회의원 심판론’을 들고 나와 전통적인 총선의 이슈인 ‘정권 심판론’에 맞불을 놓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후보들의 정책·공약은 이미 제시됐던 공약을 재탕하거나, 포장만 새롭게 한 ‘판박이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 최근 제주경실련은 각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을 분석한 결과, 전체 242개 중에서 66.5%(161개)가 ‘판박이 공약’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상대후보에 대한 ‘검증’임을 내세우지만 네거티브로 흐르는 경우도 정책선거를 뒷전으로 밀리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모 후보는 상대진영에서 자신을 향해 음해성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물증 없이 심증에 의존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거나, 또 정책대결이 아닌 말꼬리 잡기 식의 핑퐁 게임 식의 논평으로 설전을 벌이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정책대결이 사리진 데는 각 정당의 후보등록 당일까지 이어진 ‘공천 잡음’ 탓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다. 다른 선거에 비해 이번 19대 총선에서는 공천 작업이 보름 가까이 뒤로 밀렸다. 후보들을 검증하는 여·야의 ‘공천’ 그 자체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이슈가 되면서 주객이 뒤바뀌어 버린 셈이다.

4.11총선 선거일까지는 이제 15일 밖에 남지 않았다. 늦었지만 <제주의 소리>가 경마식 보도가 아닌 ‘선거쟁점’을 분석한 뉴스를 내놓으려 한다.

이와 관련, 제주경실련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예비후보로서 준비가 덜 된 공약을 제시했더라면 공식후보로 등록을 마친 만큼 이제부터라도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추상적인 공약이 아니라 구체적인 추진계획과 예산확보 방안 등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겠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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