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제주대 로스쿨 특강, "특별자치도 20~30년 기다려야!"

 

▲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가 제주대 로스쿨 원생을 대상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배경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김태환 전 제주지사가 강단에 섰다. 로스쿨 원생들을 대상으로 '제주, 왜 특별자치도인가?'를 주제로 특강에 나섰다.

1일 오전 11시.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대강당에서 열린 특강에서 “도정을 떠난 지 2년이다. 떠난 사람은 원래 일정 기간 동안 침묵의 기간이 필요하다. 지금쯤이면 나서도 되지 않겠나 싶어 나들이를 했다”고 운을 뗐다.

김 전 지사는 “대학 졸업 후 9급 공무원부터 시작해 1982년부터 제주에 내려와 줄곧 공직생활을 했기 때문에 제주의 발전사는 대부분 경험했다”며 “노태우 대통령이 ‘제주도를 발전시키기 위해 제주에만 적용되는 특별법을 만들어 봐라’는 지시를 내린 뒤 특별법을 추진했었다"고 털어놨다.

김 전 지사는 "네 차례의 시도 끝에 결국 특별법이 만들지 못했는데, 만약 그 때 법을 만들었다면 지금 제주는 획기적으로 발전했을 것"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1991년 말에 우여곡절 끝에 제주도개발특별법이 제정됐지만 핵심내용이 빠져있었다. 이빨이 빠져 있었던 셈”이라며 “그러나 1998년 김대중 대통령께서 제주 국제자유도시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외국에 용역을 맡긴 결과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출범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국토연구원이 2000년 존스 랑 라살사에 의뢰한 제주국제자유도시 용역에서 제주가 국제자유도시가 되기 위한 네 가지 전제 조건이 제시됐다.
 
김 전 지사는 “첫 번째로는 제주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특정행정구역으로서의 지위 부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고, 두 번째는 기존의 시·군 자치체제를 행정시군으로 해 광역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 번째는 시장.군수는 임명제로 바꿔 장기적으로는 외국인도 시장.군수로 임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고, 마지막 네 번째가 시군의회를 폐지하고 도의회를 보강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참여 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특별자치도’ 출범에 탄력이 붙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내걸었던 것이 화두가 ‘혁신’과 ‘분권’이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이 제주를 ‘지방자치의 시범도’, ‘분권의 파라다이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고 김 전 지사는 말했다. 

 

▲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가 제주대 로스쿨 원생을 대상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배경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 제주대 로스쿨 원생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노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제주특별자치도 구상을 발표하고, 이러한 흐름 속에 제가 2004년 재선거를 통해 도지사에 당선되면서 제주특별자치도 논의를 시작한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제주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킨 과정을 설명했다.
 
김 도정은 행정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여러 모델을 살폈다. 그 당시 4개시·군을 제주시와 북제주군을 합쳐서 제주행정시와 서귀포와 남제주군을 합쳐서 서귀포행정시로 통합하고, 제주도가 광역자치단체로 나서느냐, 도-행정시-읍면동 체제를 합치느냐를 두고 주민투표를 거쳤다.

“시장과 군수들이 법률 이의제기를 많이 했다. 위헌 제청도 했고, 권한 쟁의도 했다. 2005년 11월에 국회에서 통과되고 지방자치법에 개정법률안도 통과가 됐다. 최종적으로 2006년 2월에 제주특별자치제도의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가 돼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김 전 진사는 말했다. 

‘특별자치도 5년이 지났는데 특별한 게 뭐가 있나’, ‘손에 안 잡힌다’, ‘시장·군수 있을 때만 못하다’ 등의 반응에 대해서 그는 “제도 개선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손에 잡히는 것이 아니”라고 받아쳤다. 변명이 아니라 이해해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홍콩과 싱가폴도 하루 아침에 됐나. 최소 30-40년은 걸렸다.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절대 하루 아침에 되지도 않고, 될 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후 공항에 면세점이 설치되고, 시내면세점도 설치되곤 했다”면서 “이런 과정이 하루아침에 쉽게 된 것이 아니라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인 끝에 설치된 것”이라는 말도 더했다.

 

▲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가 제주대 로스쿨 원생을 대상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배경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특별자치도’라는 것은 변화와 개혁을 지속적으로 해 내갈 때 성공을 거둘 수 있지. 이것을 자꾸 바꿔버린다고 하면 과연 그것이 소망대로 이뤄지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말미에 김 전 지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궁극적 목표는 ‘국제자유도시’임을 강조했다.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행정체제를 특별자치도라는 행정 체제를 택한 것이라는 설명도 거들었다.

이날 특강은 신용인 교수의 강의 시간을 통해 이뤄졌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배경에 대해서는 장황한 설명이 이어졌으나 향후 과제나 도정 현안 문제에 언급은 없었다. 김 전 지사가 애당초 첫 단추를 잘못 끼워 5년 넘도록 제주사회 최대 갈등을 야기시키고 있는 강정마을 해군기지와 관련한 발언도 들을 수 없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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