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를 듣는다](2) 고성보 제주대 산업응용경제학과 교수

“국토가 원하지 않는 FTA는 체결하지 말아야 한다. 한미FTA에서 보듯 국민이 원한다는 다수의 논리로 밀어붙이더라도 결국 국토가 원하지 않는다면 한중 FTA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제주지역 산업경쟁력 ‘대안 찾기’에 앞장서온 고성보 제주대학교 산업응용경제학과 교수의 ‘뼈 있는’ 한마디다.

한중FTA 2차 협상이 3일부터 5일까지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제주의소리>와 만난 고 교수는 “농업 역시 세계적인 자유무역주의 확산으로 ‘열린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한·중FTA에 따른 피해는 엄청날 것이다. 특히 기존의 FTA의 피해는 축산물과 과일 위주였지만, 한·중FTA의 피해는 우리 농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미FTA, 한·중FTA 등 시장개방에 따라 제주도의 1차산업에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의 FTA 협상결과는 도시와 농촌의 갈등을 부추기고 국토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FTA이기 때문에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고성보 제주대 산업응용경제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세계는 지금, 자유무역협정(FTA)이 확산되면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에도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진단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경제권인 EU에 이어 미국과의 무역장벽까지 사라졌고, 이제 거대한 중국과의 FTA를 추진함에 따라 무한 경쟁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값싸고 신선한 중국산 농수축산물이 봇물처럼 밀려오면서 우리 농업과 1차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 발효로 농어업 등 1차산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앞으로 15년간 무려 12조6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고, 이는 해마다 8400억원이 넘는 막대한 피해규모다. 제주의 경우에도 감귤 639억원, 축산 122억원, 수산 21억원 등 연간 790억원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중FTA가 발효된다면 그 파괴력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제주의 생명산업’이라고 부르짖는 제주 감귤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고성보 교수는 이 물음에 대해 “한중FTA로 인한 제주감귤산업에 미치는 피해는 연간 최소 1000억에서 15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향후 10년간 1조에서 1조5000억원 정도가 예상되지만, 아직 그 누구도 이 분야에 대해 정확한 연구 결과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 고성보 제주대 산업응용경제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중국과의 FTA 협상 테이블에서 ‘양허 제외 품목’으로 제시하기 위한 제주 감귤산업의 피해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백 데이터’가 없단 뜻이다. 결국 고 교수는 FTA 추진 과정에서 권한이 없는 제주자치도가 정부의 FTA 협상에 수동적으로 끌려가고 있고,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가장 기초적인 노력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일침을 놨다.

또한 고 교수는 한·EU FTA, 한·미 FTA와 한·중 FTA는 근본적으로 다른 ‘전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신선농산물이 들어오는데는 최소 15일 이상이 걸리고, 유럽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데는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문제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신선 농산물이 들어오는데는 불과 몇 시간이면 가능하단 점에 고 교수는 주목했다.

한중FTA는 한국과 중국의 생산구조 유사성, 거리의 근접성, 거기에다 저렴한 토지 용역비, 싼 노동력 등은 단숨에 우리의 식탁을 중국 농산물이 점령할 것이란 가설을 현실화할 것이란 소리다.

특히 한번 생산하면 최소 1000만톤 이상의 대량 물량 생산과, 흔히 알려진 중국산은 싸구려이고 오염된 것이 아닌 유기농 농산물과 고급 농산물을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는 곳이 중국이기에 우리의 중산층 이상의 식탁에서 중국산을 빼고 다른 먹거리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란 게 고 교수의 주장이다.

결국 중국산은 품질이 나빠 수출하지 못할 것이란 건 대단한 편견이고 착각 중에 착각이란 것이다.

 

▲ 고성보 제주대 산업응용경제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이어 고 교수는 제주도의 농업·농촌에도 새로운 비전과 발전전략 제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업정책의 변화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고 교수는 “과거 유럽 선진국에서도 농업 개별품목에 대한 경쟁력을 강조했지만 2000년대 들어오면서 개별품목 경쟁력 보단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성에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 농업과 농촌을 경쟁력 혹은 생산성 향상의 대상이 아니라 국토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촌을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가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 교수는 “우리도 이제 생산성이나 품목별 경쟁력에만 매몰되어 있는 농업정책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 농사짓고는 더 이상 못살겠단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농촌의 기본적인 삶의 질을 도시와 균형있게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나라 국토의 2/3 이상이 농촌인데 이를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할지 종합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그는 “과거 한미FTA 때, 정부나 제주도정이 감귤만은 지켜내겠다고 했지만 과연 그렇게 됐나?”고 반문하고, “한중FTA는 폭탄으로 치면 핵폭탄인데, 국민 대다수가 원한다는 다수의 논리로 국토가 원하지 않는 FTA를 추진해선 안된다. FTA를 추진한다면 농촌의 복지.의료.교육.문화 등 전반에 걸친 농촌과 농업을 위한 정책이 선행된 후에 FTA가 추진돼야 한다. 식량안보를 지켜내야 한다. 핵폭탄 맞은 후에 대책을 세울 건가”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