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흥순 감독. <사진출처=네마프 공식홈페이지>
임흥순 감독은 '숭시'에서 4.3 당시의 정서와 개인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사진출처=네마프 공식홈페이지>

“4.3과 강정은 같은 맥락... 개인에 대한 국가폭력이 똑같이 연출”

▲ 임흥순 감독은 '숭시'에서 4.3 당시의 정서와 개인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사진출처=네마프 공식홈페이지>

제주 4.3을 다룬 ‘숭시’가 제 12회 서울 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NEMAF, 네마프)의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2010년 오버하우젠 단편영화제 특별언급상을 받은 ‘풍경여행’, 음악가 한나 다보벤의 예술세계를 재구성한 ‘544/544(업/다운)’과 함께 3개의 개막작 중 하나로 선정된 것.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은 국내 유일의 대안영상 미디어 예술축제로 지난 25일 막이 올랐다.

이 작품의 감독인 임흥순(43)씨는 작가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서사성을 배제하고 감각적인 이미지들과 최소한의 이야기만 제시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때문에 어떤 일방적인 구호를 보이거나 의도적으로 감정을 자극하기 보다는 그저 마을들이 기억하는 그 날의 현장과 정서를 그대로 보여준다. 작품의 제목이 불안한 징조를 의미하는 제주 방언 ‘숭시’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제주 4.3이라는 사실을 전달하기 보다는 역사적 비극 앞에 무력한 인간의 존재와 그들의 정서에 더욱 공감하기를 바란 것.

그는 이미 이번 4월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역시 제주 4.3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비념’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임 감독이 제주 4.3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9년. 함께 작업을 했던 제주도 출신 동료의 고향집을 방문하면서 부터다. 당시 동료의 외할머니가 혼자 남았는데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일절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여기다가, 4.3사건에서 희생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그 일을 계기로 임 감독은 제주와 서울을 왔다갔다 하며, 제주 사람들을 만나며 작품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4.3을 연구하는 문화예술인이나 관련자들에게 무작정 전화를 하고 만나면서 그의 영상물을 구체화시킨 것.

그는 4.3과 강정이 무관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도 전했다.

“4.3 같은 경우 개인에 대한 국가폭력이잖아요. 강정을 보면서 어떻게 그런 폭력의 역사가 반복되는 지를 알게 됐어요. 그리고 사실 타 지역 거주자 중에서는 4.3과 강정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따라서 이런 것들을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다면 좋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실 어떤 거대담론 뿐만 아니라 개인들의 역사, 숨겨지고 가려진 기록들도 중요하거든요. 그런 개인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것이죠”

▲ 임흥순 감독. <사진출처=네마프 공식홈페이지>
그는 앞으로도 계속 제주와 관련된 내용들을 다룰 예정이다. 지금까지 내놓은 작품들을 장편으로 재구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를 다룬 영화가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부분은 아닌거 같아요. 굉장히 다층적이거든요. 그래서 중간중간 내려가서 장기적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2~3년 내에 뚝딱하고 만들 수는 없을 거 같아요”  

일방적인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개인의 삶, 소중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임상순 감독.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그의 도전이 기대된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인턴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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