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전에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WCC) 제6차 회원총회 모습. 해군기지 결의안이 회원총회에 상정돼 의제로 채택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제주의소리 DB>
컨택그룹 3시간 토의 합의점 못찾아...회원총회 안건 채택여부 불투명

사실상의 제주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두고 세계자연보전총회 컨택그룹이 토의를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컨택그룹(Contact Group)은 12일 속개된 2012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 해군기지 관련 결의안을 14일 재논의키로 결정했다.

컨택그룹은 이날 인간과 자연의 모임(CHN:Center for Human and Nature)이 발의한 해군기지 안건(Motion 181)을 두고 오후 6시30분부터 3시간 가까이 토의를 벌였다.

컨택그룹은 결의안이 회원총회에 상정되기 전 찬반 의견이 있을 경우 논의를 하는 조직이다. 보통 컨택그룹은 양측의 합의로 수정안을 이끌어 낸다.
 
CHN이 제출한 결의안(Motion 181)의 제목은 '강정의 역사와 문화 자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세계의 호소(World Appeal to Protect the People, Nature, Culture and Heritage of Gangjeong Village)다.

결의안은 UN 세계헌장 및 지구 헌장(UN World Charter for Nature and the Earth Charter)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 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겨져있다.

▲ 제주해군기지 관련 결의안을 WCC제주 총회에 제출한 CHN(Center for Humans and Nature) 회원들. <제주의소리 DB>
핵심은 IUCN(총재)이 한국정부에 3가지 내용을 전달하라는 두번째 조항이다.

요구사항은 환경파괴 등에 대한 한국정부 차원의 적절한 조치와 투명한 환경영향평가 재검토를 통한 조사결과물 공개 등이다.

해군기지 건설로 손상된 부분을 복원하라는 내용도 담겨져 있다. 내용은 순화돼 표현됐지만 사실상의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결의안이 테이블에 오르자 시작부터 찬반의견이 팽팽히 전개됐다. 현장에는 100여명의 IUCN회원과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환경론자들은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멸종위기 동식물들의 개체수가 줄어드는 등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일방적 기지건설로 마을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인권탄압까지 받고 있다며 해군기지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방부는 이에 해군기지 건설은 강정주민의 동의를 얻어 진행 중이며 법적인 절차를 지켜 추진하고 있다며 이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 IUCN 공식 회원단체인 CHN(Center for Humans and Nature)이 작성해 WCC에 제출한 해군기지 관련 결의안 초안. 빨간색 원이 결의안에 담긴 요구내용이다. <제주의소리>
더 나아가 IUCN이 과학적 근거를 통한 환경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닌 정치적인 방법으로 해군기지에 접근하고 있다는 불만까지 터져 나왔다.

정부측 발언에 CHN측 변호사와 뉴질랜드 법률가 등은 "해군기지는 환경권과 인간의 생명권과 관련이 있는 만큼 WCC 논의대상"이라고 맞받아쳤다.

양측의 설전이 계속 이어지자 컨택그룹은 회의 시작 3시간만인 9시15분쯤 논의를 중단하고 14일 결의안 상정 여부를 재논의키로 했다.

컨택그룹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서로 물러섬없이 팽팽한 찬반 논쟁이 이어졌다. 후반으로 갈수록 감정적인 발언까지 쏟아질 정도였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결의안 논의가 14~15일로 연기되면 투표권을 가진 회원들의 일부가 불참해 정부기관의 발언권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결의안 채택 여부는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결의안이 채택되기 위해서는 회원총회에서 정부기구, 비정부기구의 IUCN 회원 그룹에서 각각 과반수의 득표를 얻어야 한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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