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돈 '2012 제주 자청비데이 프린지페스티벌' 총연출이 페스티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최상돈 '2012 제주 자청비데이 프린지페스티벌' 총연출이 페스티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중반부 접어든 ‘2012 제주 자청비데이 프린지페스티벌’

▲ 최상돈 '2012 제주 자청비데이 프린지페스티벌' 총연출이 페스티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벌겨놓는 게 곧 프린지 정신이주 마씸”

‘2012 제주 자청비데이 프린지페스티벌’의 총연출을 맡은 최상돈 씨의 말이다. 그는 요즘 주말 없이 지낸다고 했다. 늘 입고 다니는 하늘색 잠바를 벗고 나니 반들반들 흰 티셔츠가 눈에 띄었다. 스태프들이 입는 티셔츠다.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프린지’에 대해 설명했다.

산지천변을 무대삼아 펼쳐지는 ‘2012 제주 자청비데이 프린지페스티벌’은 지난 7월부터 오는 10월까지 총 12번의 토요일을 채워간다. 올해는 본격적인 판 벌이기에 앞선 실험의 개념이다. 프린지라는 단어가 지닌 ‘자유로움’은 잃지 않되 축제의 모양새를 다듬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오는 29일로 여섯 번째이니 벌써 반을 거쳐 왔다.

타이틀 맨 앞에 제주 섬 대지의 신인 ‘자청비’가 붙은 이유는 토요일을 제주적으로 해석한데서 비롯됐다. 영어로 토요일을 뜻하는 새터데이(Saturday)가 대지의 신 사투르누스(Saturnus)에서 유래된 단어라는 점에 착안해 ‘자청비’를 붙였다.

이 축제에선 아마추어부터 전문 예술단체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주인공이 된다. 지역 내 전문 공연단체나 비주류 사이를 가르는 경계도 자연스레 지워지는 곳이다. 형식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무엇이 됐든, 어떤 방식을 빌리든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이 곧 ‘프린지’ 정신이기 때문.

그는 무대 점검이나 도와주려고 했다가 덜컥 총연출을 맡게 됐다고 했다. 최씨는 “애초 이 축제를 기획하면서 스태프들도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길 바랐다. 마음 같아선 나도 기타 메고 다니다 짬이 나면 노래도 부르려고 했는데 축제 내내 정신없이 뛰어 다닌다”며 부산스러운 현장 분위기를 떠올렸다.

이어 “지난 5회 진행해오면서 한 번도 스타일이 겹친 적이 없었다. 산지교, 북성교, 광제교 이 좁은 다리마다 갖고 있는 에너지도 매번 다르다. 날씨 따라 분위기도 달라진다. 도대체가 종잡을 수 없다. 진행 스태프들도 매주 낯설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이제는 고정적으로 찾아와주는 예술가나 판매자들이 제법 있다. 자리 잡으려면 멀었지만 간간이 먼저 손 내미는 사람들이 있어 할 맛이 난다”고 덧붙였다.

 

▲ 최상돈 '2012 제주 자청비데이 프린지페스티벌' 총연출이 페스티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7월까지 이 축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 진행됐다. 산지교, 북성교, 광제교 세 곳을 무대로 노래․마임․연주회 등 공연이 열리고, 분수광장에서부터 해양호(피난선)에 이르는 길에는 아트스페이스(전시 및 체험마당)와 프린지 아트마켓(아트상품 판매)이 들어섰다.

8월 한 달 쉬는 시간을 마치고 9월부터는 이른바 ‘시즌2’에 돌입했다.  ‘도심 속 역사문화기행’과 ‘문학콘서트’ 등 두 개의 프로그램을 새롭게 내놨다. 말 그대로 없는 것 빼곤 다 있는 문화놀이터가 된 셈이다.

제주생태관광이 맡아 진행하는 도심기행은 미처 모르고 지나쳤던 구도심의 ‘흔적’을 길잡이의 안내와 함께 찾아나서는 콘셉트다. 오후 5시부터 시작되는 축제에 앞서 낮 시간을 붙들기 위해 기획됐다. 매주 신앙유적, 김만덕, 유배, 4.3사건 등의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문학콘서트는 시화전, 저자와의 대담, 인형극 등의 프로그램으로 꾸려가게 된다. <울지마라, 이것도 내 인생이다>의 오동명 작가, 바람도서관 관장인 박범준 씨가 출연을 예고했다.

최씨는 “프린지 페스티벌에 오면 여행, 전시, 공연, 문학, 장터 등 종류별로 다 겪어볼 수 있다. 대체 일석몇조인 거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번주 축제는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틀이나 열린다. ‘추석’ 특집 특별 편성이다. 최씨는 “자청비가 농경의 여신인 만큼 추석과 꼭 알맞다고 여겨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민속 공연팀들을 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축제는 (사)제주민족예술인총연합회(이사장 박경훈)가 주최를 맡았지만 이들은 토대를 마련할 뿐 참여자들이 직접 씨앗을 뿌리고 거두는 것이 축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때문에 최씨는 주최측의 ‘섭외’로 무대를 채워선 안 된다고 했다. 관객 역시 제 발로 찾아와야지 누군가에게 동원돼서 끌려오는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비주류 예술가들을 무대에 세우는 것 말고도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허무는 것 역시 이들이 내세운 목표다. 최씨는 “대학 때 잠깐 기타 쥐다 만 사람이든 성악가든 차비에 밥값 똑같이 준다. 그런 고집은 지키고 싶다. 그게 ‘제주 프린지 페스티벌’이 가질 수 있는 변별력”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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