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후 칼럼] 국정감사, 투명한 정보공개의 장이 되어야

올해 국회의 국정감사가 10월 5일부터 24일까지 실시된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 5년‘의 평가도 쟁점이다. 그러나 이번 국감에서는 대선후보에 대한 검증과 정치적 경쟁만 크게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자칫하면 4대강, 감세정책과 양극화, 가계부채, 비정규직 양산, 부정부패, 대북 및 언론정책 등 ‘이명박 정부’의 공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실종될 수 있다. 국민들에게 절박한 민생 문제나 제주도민의 최대 관심사인 강정해군기지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정감사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하 국감법)에 근거하여 진행된다. 먼저 국회는 위원회별로 정부 행정기관에서 시행한 정책 관련 서류들을 제출받는다. 그리고 국감과 관련된 증인ㆍ감정인ㆍ참고인 등을 출석시켜 검증을 행한다. 국감에 제출된 일체의 서류는 감사와 조사를 수행하기 위한 핵심 요소다. 국회와 행정부 사이에는 매년 서류 제출과 관련하여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국회는 모든 자료를 제출받기 원하고, 행정부는 자료 제출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양상을 연출한다. 매년 국회에 제출된 자료는 엄청나게 많은 양이다.

국감 자료는 국민들이 알아야 할 소중한 국정 자료이며 국가 기록물이다.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거의 모든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예산의 구체적 사용 내역부터 정책의 추진 상황, 공직자의 법규 이행 여부 등 정부가 일 년 동안 한 일을 모두 담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국감자료에 직접 접근하는 일은 쉽지 않다. 자료 자체가 워낙 방대하고, 국회나 정부 기관의 무성의한 자세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인터넷 ‘국정브리핑’을 통해 모든 국회 제출자료의 공개를 추진했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정보공개나 국가기록물 관리가 퇴행했다는 지적이 있다.

국민들은 국감자료나 검증상황을 언론 보도를 통해 극히 일부분만 파악할 수밖에 없다. 언론이 국감에 관한 모든 일을 다룰 수 없기 때문이다. 언론은 뉴스 가치가 크다고 판단되는 내용만 취사선택하여 보도한다. 국회의원들은 국감을 정치적 이슈 제기 등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는 장으로 십분 이용하려고 한다. 따라서 언론의 눈에 띌 만한 자료를 찾기 위하여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기자들은 모든 자료를 살펴보려고 노력하지만 의원들이 제공한 자료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국민들은 국감 현장을 방청하거나 국회에 국감자료의 열람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정감사장은 피감기관 공무원들이 차지하고 있는데다 국감자료를 직접 접하기도 매우 어렵다. 국회의 각 위원회는 정부기관으로부터 국감자료를 서류, 전자문서, 이동식 저장장치ㆍ전산망에 입력된 상태로 제출받는다. 국감자료는 의원 개개인이 받아 검증에 활용하고, 언론에 제공된다. 국감이 끝난 후에 모든 자료는 국회가 보관하고 있으나,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현재 위원회별로 취합된 자료를 국회나 행정부 차원에서 공개하려는 노력은 거의 전무하다. 국회는 자료 수집과 검증에, 행정부는 자료 제출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는 뒷전이다. 정보공개 제도는 공공기관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만들었거나 취득해서 관리하고 있는 정보를 공개하여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국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국민의 정보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여 국정 운영에 국민 참여를 촉진시키고, 국민의 감시와 비판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

정부기관은 정보공개에 소극적이며 기밀주의를 선호하는 편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정보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비공개 대상 정보를 포괄적으로 규정하여 정보공개가 최소한에 그치고 있고, 정보공개 처리절차에 대한 공공기관의 자의적 판단으로 인해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더구나 홍보 부족으로 국민들은 정보공개 제도를 잘 모르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감법”에 규정된 국감자료 제출과 공개원칙을 최대한 활용하고, 미비한 점은 관련법을 개정해서 보완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모든 국감자료를 종합하고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국민들이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보공개에 대한 국회와 정부 기관, 국회의원들의 자세 전환이 급선무다.

행정부는 모든 피감기관의 국감자료를 한군데로 모아서 ‘국감자료 인터넷 사이트’와 스마트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등을 만들어 운영하여야 한다. 한편 국회는 보다 체계적인 자료 보관 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분담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국가기록물의 공개와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국가기록 관리의 대대적인 혁신도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각 정부기관 홈페이지의 정보공개 메뉴에 모든 국회 제출 자료를 게시하는 일은 즉각 실천할 수 있다. 제주도 등 지방자치단체도 예외일 수는 없다. 제주도청 주관으로 지역내 공공기관의 국감 자료뿐만 아니라 도의회에 제출한 자료까지 종합해서 인터넷을 통해 제공한다면 정보공개 혁신의 선도지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 권영후 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장. ⓒ제주의소리

정보공개는 국민의 신뢰와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지름길이다. 투명사회를 실현하고 민주주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또한 지식사회에서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는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공공정보의 공유와 활용은 민주주의의 강화뿐만 아니라 사회ㆍ경제적 가치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쌍방향 소통방식으로 국민들이 적기에 사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권영후 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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