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여행가 올리비에, 2012 월드트레일 컨퍼런스에서 대중강연 열어
제주올레와 가장 잘 어울리는 외국인은 누구일까? 만약 베르나르 올리비에를 아는 사람이라면 주저 없이 그를 꼽을 것이다.

2012 월드트레일컨퍼런스 둘째 날인 30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는 <나는 걷는다>로 세계적 여행작가 반열에 오른 프랑스의 도보여행가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강연이 열렸다. 그의 흥미로운 이야기에 관객들은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

▲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2012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 대중강연을 열었다. 그는 자신이 예순이 넘은 나이에 수만km를 걷게 된 배경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제주의소리

그는 현대인 삶을 얘기하며 ‘우리가 점점 앉은뱅이가 되어간다’는 경고로 걷기의 의미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걷는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행위라는 것.

“모든 사회에서 우리는 걷기를 억압당하고 있죠. 평범한 한 회사원의 삶을 살펴보면 앉아서 차를 타고 사무실에 가고, 앉아서 일하고, 저녁에 다시 지하철을 타거나 자동차를 타고 집에 오고, 저녁을 먹고 티비를 보면서 또 앉아있죠. 그래서 우리는 이제 다리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만약 진화이론이 현실이 된다면 몇 년 후면 우리는 다리가 없고, 얼굴은 바위만 하고 티비화면처럼 큰 눈을 갖게 될지도 모를 일이죠”

걷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치유한 경험담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사회에서 폐기처분 당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는 30여년간 기자로 치열한 삶을 지낸 뒤 예순이 지나 은퇴를 하게 된다. 그 순간 그는 엄청난 허탈감을 느꼈다고 한다. 아내와 사별하고, 자식들이 독립해 떠나가면서 그는 극도의 우울증에 빠져 자살을 기도할 지경에 이른다. 그 때 그의 삶을 구원해준 게 ‘걷기’였다.   

 

▲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2012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 대중강연을 열었다. 그는 자신이 예순이 넘은 나이에 수만km를 걷게 된 배경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제주의소리

파리에서 콤포스텔라까지 이르는 긴 도로를 처음 걸었단다. 하루에 25km씩 3주간의 여정이 끝날 때 쯤 그는 자신이 회복되고 우울감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3주전만 해도 자살을 시도했던 중증 우울증 환자의 삶이 갑자기 활력으로 가득차게 된 것이다.

그리고 바로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길, 1만2000km의 실크로드를 걷기로 한 것이다. 말 그대로 무모하고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의미를 찾은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때부터 그를 일약 세계의 유명 여행작가로 만들어 준 ‘실크로드 이야기’가 등장했다. 이 대목에서 관객들의 그의 모험담을 들으며 눈조차 깜빡이지 않았다.

일흔이 다 된 나이에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중국의 시안까지 4년에 걸쳐 1만2000㎞를 도보여행을 시작한다. 중간에 테러리스트로 몰려 체포당하기도 했으며, 사냥개 떼와 도끼를 든 광인에게 쫓겨 생사를 넘나들기도 했다. 중간에 쓰러져 응급차에 실려 파리로 귀환해야 하기도 했다. 고비사막을 지날때는 하루에 68km가 넘는 거리를 걸었다. 마침내 4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걷기에 성공한다. 그리고 이 때의 성취감은 그를 우울함과 어두움으로부터 그를 완전히 해방시켰다. 

“너무 자유롭고 너무 행복했습니다. 사람이란 건 혼자 걸을 때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게되는 것 같아요. 걷는다는 걸 통해서 육체적 자유로움뿐만 아니라 영혼과 정신의 자유로움과 성과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걷는 데서 오는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이런 걷기와 함께 할 수 있는 지적인 성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전하는 ‘걷기’의 의미는 하나 더 있다. 걷는 것이 가장 인간적인 행위인 동시에 가장 민주적인 행위라는 것. 

“걷는 것은 신발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돈도 들지 않죠. 저 같은 경우에는 걷기 여행을 하는 3개월 동안 400달러(40만원)만을 썼어요. 은행가나 어떤 회사의 사장이라 하더라도 혹은 다른 그와는 사회적 신분이 다른 가난한 이들이든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중에는 사회적 신분의 차이가 없죠”

▲ 2012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 대중강연에 참석한 관객들이 올리비에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그는 이번 강연을 통해 걷기가 단순히 운동의 차원을 너무 인간의 삶을 더 풍성하게 해준다는 것을 한껏 알렸다. 어두운 삶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그의 진정성은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트레일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강원도 원주에서 온 최종남(54)씨는 “걷기에 대해서는 유명한 올리비에가 온다고 해서 왔는데, 강의도 좋을 뿐더라 많은 양의 책을 자신만의 철학으로 정리해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직접 올리비에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던 그는 “정말 올해안에는 최고로 기쁜 날이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번 강연은 제주올레와 세계 트레일 단체 관계자들이 모이는 ‘2012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 프로그램 중 하나로 열렸다.

올해 세 번째 개최된 2012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에는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세계 18개국 42개 트레일 운영 기관과 관련 학계, 도보여행가 등이 참여해 더 나은 트레일과 걷기여행 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상호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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