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제주, 가구당 금융대출 2천만원…주택담보대출 증가율 전국 세배

제주지역 서민가계가 불어나는 ‘가계대출’로 휘청거리고 있다.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가구당 2000만원에 육박한데다,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상환능력을 고려한 철저한 부채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용하락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일 한국은행제주본부가 밝힌 ‘제주지역 가계부채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올 들어 8월 말 현재 제주지역 가계대출은 4조5386억원으로 2007년 말 3조 9006억원에 비해 16.4% 확대됐다. 

2009년 말까지 4조원을 밑돌던 제주지역 가계대출은 2010년부터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 지난해 말에는 4조6110억원 수준까지 증가했다.

다만 올해 1~8월 중에는 비은행금융기관 대출이 증가에도 불구하고, 예금은행 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로 대출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말에 비해 724억원 감소했다.

▲ 한은제주본부가 1일 발표한 제주지역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제주지역 서민가계가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의소리

◆ 금융기관별 대출 =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8월말 현재 2조424억원으로 2007년 말 2조739억원에 비해 1.5% 감소했다. 반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경우 2조4962억원으로 2007년말 1조8,268억원보다 36.6% 증가했다.

금융기관별로는 상호금융이 3403억원(26.7%) 늘어난 가운데 신용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도 각각 1980억(70.1%), 1884억(97.0%) 증가하는 등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상호저축은행의 경우에는 영업정지 등의 영향으로 533억원(93.3% ↓)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대출종류별 = 주택대출은 8월말 현재 1조6126억원으로 2007년말 1조1886억원에 비해 35.7% 증가했다. 신용대출 등의 경우 2조9260억원으로 2007년 말 2조7120억원에 비해 7.9% 늘어 나는데 그쳤다.

신용대출은 지난해 말까지 높은 증가세를 보였으나, 올 들어 상반기 중 농산물 판매대금의 유입과 일부 상호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영향으로 크게 줄었다.

◆ 가계부채 증가속도 = 제주지역 가계대출 증가율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데다 9개 도 지역 가운데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이는 등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지는 않았다.

2008년 1월부터 올해 8월중 제주지역 연평균 가계대출 증가율은 3.3%로 전국 평균 7.0% 및 도 지역 평균 8.4%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제주지역 주택담보대출은 상황이 달랐다.

제주지역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 중 27% 증가해 9개 도 지역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이는 등 최근 들어 타 지역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각 도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경남 33.0%, 전남 30.2%에 이어 제주 27.0%로 세 번째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9개도의 평균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10.0%로 나타나, 제주도가 세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역의 경우 장기간 주택부족 현상이 누적된 데다 지난해 이후 주택인허가 실적이 크게 늘면서 주택담보대출은 향후 1~2년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제주지역 주택보급률은 2010년 기준 적정 주택보급률을 크게 밑도는 97.4%로 서울 97.0%에 이어 전국 최하위 수준을 보였다.

◆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대출 = 제주지역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대출 규모는 55.9%로 9개 도 지역중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인 것으로 추정됐다.

가계의 과다부채 보유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가 되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대출은 상환능력 대비 가계대출 규모를 나타내는 것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2007년 65.8%를 기록한 이후 가계대출이 꾸준히 늘었음에도 가처분소득이 더 빨리 증가하면서 올해는 55.9%까지 하락했다.

◆ 가구당 대출규모 = 제주지역 가구당 대출규모는 8월 현재 1992만원으로 9개 도 지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가구당 대출규모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로 3718만원이고, 이어 충남 2638만원, 경남 2457만원, 전북 2054만원 순으로 나타났고, 제주도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가구당 대출규모가 가장 낮은 곳은 전남으로 1591억원이다.

1인당 대출금을 기준으로 하면 제주도는 788만원으로 전국 도 지역 가운데 여섯 번째로 나타났다. 이 역시 경기도가 1426억원으로 가장 높고 가장 낮은 곳도 전남 669억원이다.

◆ 이자지급 부담 = 제주지역 가계의 이자 지급액(연간 2773억원)은 가처분소득 대비 3.4%로 9개 도 지역 가운데 경북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자 지급액은 지난해 8월말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연간 이자부담 금액을 추정했다.

가계의 이자지급액은 2008년 3055억원을 기록한 후 시중 대출금리가 하락하면서 올해 2773억원으로 감소했다.

◆ 연체율 = 올 8월말 현재 제주지역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66%로 2개월 연속 상승했지만, 과거 연체율과 전국 수준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다.

단 생활형편 소비자동향지수(CSI)가 꾸준히 기준치 100을 밑돌면서 가계 생활형편이 악화 일로에 있어 연체율 상승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 시사점 = 한은제주본부는 제주지역 가계부채는 단기적으로 부실화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예기치 못한 외부충격에 의해 유동성 리스크에 직면할 경우 가계부채 문제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한은 제주본부는 가계부채 문제로 인한 지역경제 잠재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상환능력을 고려한 부채관리 ▷감귤 등 농산물 가격과 농가소득 안정 ▷가계부채의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금융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철저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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