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지킴이' 장성심씨 "도지사가 만나줄 때까지 절대 안 움직일 겁니다"

▲ 제주도청 앞에서 '24시간 1인시위'를 시작한 장성심씨는 해군기지가 도민들의 의견 수렴을 무시한 것이라며, 도지사가 만나줄 때까지 절대 자리를 뜨지 않겠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11월. 이제 아침저녁으로 겨울의 기운이 느껴질 정도 으슬으슬하다. 그런데 이 시기에 노숙을 자처한 이가 있다.

장성심(42)씨는 1일 제주도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한 두 시간 머물다가는게 아니라 아예 돗자리를 깔고 24시간 도청 입구를 지킨다. 그녀가 이런 고생을 자처한 이유는 다름 아닌 제주해군기지 때문이다.

가톨릭신자인 그녀가 강정 해군기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작년 초. 남원이 고향인 그녀는 근처 위미에 해군기지가 들어오려다 주민들의 반발을 사 무산됐던 기억을 또렷히 가지고 있다. 그러던 차에 같은 성당에 다니는 신자들이 강정에서 미사를 드리는 것을 보고 궁금증이 생겼단다. 그렇게 자연스레 한 번 두 번 강정에 발걸음을 했다.

강정 주민들의 고통과 해군기지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알게 되면서 강정에 가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다.

그녀를 더욱 절실하게 한 일은 작년 9월에 일어났다. 2011년 9월 2일 구럼비를 빙 둘러싼 펜스가 설치된 것. 당시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던 그녀는 공사현장으로 향했고, 수십명의 경찰 들 사이에 고립된다. 방패에 압박을 당하고 몸싸움에 휘말려 이리저리 부딪혔다.

무릎을 꿇고 울면서 기도를 했단다. 구럼비 주변에 펜스의 기둥이 박히면서 그녀 마음에도 못이 박혔다.

구럼비를 향한 그녀의 마음은 더욱 강렬해졌다. 구명조끼를 입고 법환 해변가에서 헤엄을 쳐서 구럼비까지 가기도 했다.

“반쯤 죽을 뻔 했죠. 구럼비에 도착해서는 그 위에서 기도를 했어요. 기도가 끝나고 몇 걸음을 옮기자 바로 경찰들에게 포획됐죠. 정신도 없고 너무 목이 말라 경찰에게 물을 좀 달라했더니 ‘간첩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물을 주냐’는 대답이 돌아오더라구요.(웃음)”

이후 그녀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강정 해군기지 문제를 알리기로 결심한다.

지난 해 12월말에는 직접 제작한 ‘강정 해군기지 반대’ 플래카드를 들고 제주해군기지 예산이 포함된 새해 예산안 처리 기한에 맞춰 국회를 찾기도 했다. 지난 3월 14일에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미FTA폐기, 강정 살리기 끝장촛불집회’에 힘을 보태기 위해 강정사랑 티셔츠를 입고 또 무작정 서울로 향했다. 강정문제 해결을 바라는 마음과 의지에서 두 번이나 머리를 삭발하기도 했다.

현장에서도 늘 머물려고 애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몸이 다치는 일도 생겼다. 지난 29일에는 해군기지 공사현장 정문 위에서 기도를 드리고 내려오다 다리를 다쳤다.

“레미콘들이 들어가는 걸 지켜보기만 할 수 없어서 기도를 드렸어요. 정문 위에 올라가서 기도를 드리는 데, 내부 경호원들이 그걸 보면서 비웃는 거에요. 너무 화가 나고 속상했죠. 그 때 내려오는데 그만 다리를 다쳤어요. 안쪽으로 떨어져서 문은 닫혀 있고, 통증은 심하고... 밖에서는 ‘사람 다 죽는다’ 외쳐대고 문을 열어달라고 했는데 한참 동안 모른 척 하더라구요”

▲ 장씨는 지난 29일 강정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에서 기도를 하고 내려오다 다리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1인 시위를 멈출수는 없다고 한다. ⓒ제주의소리

실제로 그녀의 발은 아직도 붕대투성이었다. 뼈에 금이 갈 정도로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더 시급한 문제는 ‘강정’이다.

“그제랑 어제(31일)에도 강정에서 미사를 드렸어요. 그러다 경찰들에게 압박당해서 쓰러지고, 목발없이는 걷지도 못해 앉아있는데 그 의자를 통째로 빼앗아가 버리고... 그래서 결국 차선 한 가운데를 기어가야 했죠”

그러던 그녀는 ‘강정에 이 다리로 있으면 오히려 짐만 되겠다’는 생각에 당장 짐을 싸고 제주도청을 향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우근민 도지사를 면담하고 해군기지에 대해 진실된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는 것.

“도민 의견을 도지사가 안 받아들이는 거잖아요. 정말 인간적으로 생각해보자고 말하고 싶어요. 자료를 보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이건 정말 하면 안되는 사업이라는 게 확실하잖아요. 도지사가 면담을 받아줄 때 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여기서 꼼짝도 하지 않을겁니다”

하지만 녹록지 않다. 나이 드신 어머니 생각에 늘 걱정을 달고 살고, 당장 돈 걱정을 해야하고, 아픈 다리가 욱씬거린다. 하지만 그녀는 물러설 생각이 없다. 비라도 오면 어떡하냐는 질문에 “우산을 쓰던 뭘 하던 그래도 끝까지 이 자리에 있을거에요”라고 의지를 내보였다.

평범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녀가 생계까지 뿌리치고 강정에 모든 삶을 내걸게 된 것은 평화를 바라는 작은 믿음에서부터였다. 그리고 그 믿음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겨울을 앞두고 도청 앞에서 노숙을 자처하게 됐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 보편적인 가치가 인정받는 세상을 위해 그녀는 오늘도 도청 앞에서 밤을 지새운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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