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대학생아카데미] (10) 김수종 탐라영재관 관장

“20대 성공을 부러워하지 말아라. 포기하지 말고 물고 늘어지는 근성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것이 도전이다”
 
13일 오후 4시 제주대학교 국제교류회관. 제주지역 청년 대학생들의 글로벌 마인드를 키우기 위한 ‘JDC대학생 아카데미’ 열 번째 강사로 김수종(66) 탐라영재관 관장이 나서서 한 말이다.

서귀포시 안덕면 출신인 김 관장은 1974년 서슬 퍼런 유신 정권 아래 한국일보 기자로 입사해 30여년 언론에 몸을 담았었다. 은퇴 후에는 저술 활동과 더불어 지역의 후배들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넨 김 관장은 “JDC대학생아카데미 강사진이 다들 쟁쟁해서 제가 이 강단에 서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몸을 낮췄다.
 
이어 “다른 강사들과 비교해서 제가 하나 뛰어난 게 있다면 제주대 학생을 제일 많이 만난 사람일 것”이라며 “제주대 200여명의 학생들이 제 멘티다. 그 과정에서 제가 얻은 경험, 여러분에 대한 생각, 제주대에 대한 생각을 여러분에게 들려주는 게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70분간 강연을 펼쳤다.
 
30여년 기자 생활을 마치고 그는 고향의 후배들에게 시선을 뻗었다. 지역 인재들이 모두 서울로 빠져나가는 것이 안타까워서였다.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부딪히고 겪었던 일들을 후배들과 나누고자 지난 2008년 비영리단체 HRA(Human Resource Academy)를 꾸렸다.

 

▲ 김수종 탐라영재관 관장이 13일 열린 JDC대학생아카데미 강사로 나섰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김 관장을 비롯해 ‘지역의 인재를 키우자’는 선배들의 뜻을 모아 강의 대부분이 재능기부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역의 학생들의 가치를 높이고, 학생들 스스로 내 삶의 가치가 뭔지 얻어갈 수 있도록 깨닫는 것이 아카데미의 목표다.

1년 과정의 HRA는 30~40명의 대학생이 1년간 세 갈래의 커리큘럼을 이수하게 된다. 인문학 고전 100권을 읽고 토론하는 수업, 기업 경영을 학생들 스스로 조를 짜서 토론하고 발표하는 수업, 봉사활동 하는 수업이다. 토요일 하루 8시간짜리 수업이지만 주중에 두세 배는 되는 시간을 준비해 와야 겨우 따라갈 수 있는 다소 혹독한 과정이다.

김 관장은 “보통 강연에 가서 좋은 이야기 들으면 그럴 듯하지만 막상 하려면 실현하기가 어렵다. 조금은 자발적인 강제성을 부여해야만 지속적으로 해낼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20대는 인생에 있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이기에 그렇다는 말도 덧붙였다.

 

▲ 김수종 탐라영재관 관장이 13일 열린 JDC대학생아카데미 강사로 나섰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이어 그가 영단어 하나를 소개했다.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철학사>에 나오는 ‘forethought’(선견지명). 그가 대학 다닐 적에 풍미했던 ‘서양철학사’에서 인간이 문명이 발전된 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선견지명’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는 “미래의 쾌락을 위해서 현재를 참는 사회가 문명적으로 승리를 했다”며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제가 60세가 넘도록 살아보니 20대에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20대를 훨씬 지나온 선배로서 느끼기엔 20대는 대단한 시간이다.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다. 20대의 능률과 30대의 능률은 배 이상 차이난다. 20대야말로 여러분이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꿈을 찾아 방황하는 청년들을 향해 “꿈이 있는 사람은 꿈을 영글어가도록 하고, 꿈이 없는 사람은 찾아가는 시기다. 아무리 꿈이 크고 좋은 꿈이라 한들 실현시키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경사회를 지나 산업사회, 지식사회까지 제3의 물결은 제주에 어마어마한 변화를 가져다 줬다. 김 관장은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 김수종 탐라영재관 관장이 13일 열린 JDC대학생아카데미 강사로 나섰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그가 대학 다니던 40년 전에는 30~40명 타는 작은 비행기가 하루 두 편씩 떴다. 지금은 제주공항 규모에 비해 가장 붐비는 곳이 됐다. 한 세대 만에 몰라보게 변해버린 것.

김 관장은 “우리 세대에는 제주도가 농업경제가 주를 이뤘다. 제주도는 농업사회에선 가치가 없는 곳이었다. 한반도 끝이라는 영토적 관심밖에 없었다. 산업사회에 들어서니 경상도나 울산이 주름 잡았지, 제주도에는 신혼여행 오는 곳 정도였다”고 과거 별볼일 없던 제주를 떠올렸다.

그는 “지식기반 사회로 접어들면서 어마하게 달라진 환경이 여러분을 기다린다”는 말도 덧붙였다.

제주도의 위치(location)는 또한 변화의 물결에 한 몫 하고 있다. 대서양 중심권에서 동아시아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한반도 일본을 둘러싼 지역을 동중국해 지역에 인구와 부가 급속히 집중되고 있는 것.

그는 “동경, 서울, 인천, 베이징, 상하이, 타이페이 등 제주에서 두 시간 거리 안에 세계 유명 도시들이 몰려있다. 경제적으로나 정보통신이나 집중된 곳에서 제주에 견줄만한 곳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그가 대형 여행사 대표에게 전해들은 제주에 중국 사람들이 몰려드는 현상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중국 사람들은 4/5가 바다를 구경하지 않은 사람들이어서 바다를 구경하기 위해서고 1/5은 산을 구경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한라산을 구경하러 온다. 우스갯 소리지만 일리가 있는 말”이라며 “이 사람들이 처음엔 여행으로 오지만 나중엔 문화 활동이나 경제 활동을 하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 김수종 탐라영재관 관장이 13일 열린 JDC대학생아카데미 강사로 나섰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마지막으로 그가 ‘좋은 일자리’에 대해 입을 열었다. 애초에 그가 HRA를 개설한 것도 고향 제주에 좋은 기업과 좋은 일자리, 좋은 인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는 “여러분 개개인 입장으로는 월급 많이 주는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싶겠지만 사회적인 상황도 살펴야 한다. 제가 보기엔 좋은 회사가 제주에 와야 한다. 제주도에 60만 인구를 소비자로 보고 비즈니스하는 회사는 그저 그런 회사다. 60만 인구를 상대하는 장사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성장할 수 있는 회사는 제주도에 기반을 두고 전국,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회사가 제주에 와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제주 청년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가 “최근 몇 개 회사가 제주도에 생겼다. 이 회사들은 제주도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회사가 아니다. 비즈니스, 연구를 하겠다고 온 회사다. 현재는 육지에서 우수인력을 데려오지만 앞으로 점차 현지화 된다면 여러분을 채용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맞춰 실력을 쌓고 창조적인 인재로 활용돼야 한다”고 이유를 뒷받침했다.

그는 또한 “제주대의 타성을 벗어나고, 서울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서울에 예속된 생각을 하다보면 한계를 넘을 수 없다”고 주문을 쏟아냈다. 여건은 좋으니 그만큼 좋은 인재들이 많이 나와야 좋은 기업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변화하는 시대에 제주대학생이 주역이 돼야 한다. 그냥 있으면 곤란해지는 상황이 왔다. 제주도는 옛날처럼 우리 것만 지키고 있을 수 없다. 여러분 선배들이 개방을 해서 돌이킬 수가 없다. 하루살이 관광 문화에선 여러분들이 원하는 직업이 나올 수 없다”고 설명을 거들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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