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아젠다-바늘구멍 지방대생 취업] (2)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다 - 첫번째

▲ 정재우 제주대 2012 학생회 부총학생회장(왼쪽)은 제주지역 대학생들의 취업난이 단순히 누구의 탓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제주의소리

지방대생의 취업난과 관련해 하루하루 많은 보도들이 쏟아진다.

특정 대학 학과의 사례를 제시하며 성공담을 전하는 경우도 있고, 취업 전문 컨설턴트의 충고가 실리기도 한다. 또 취업난에 시달리는 학생 혹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의 인터뷰도 있다. 하지만 이 파편화된 접근들이 온전히 ‘지방대생 취업난’이라는 현실을 체감시켜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제주의소리>는 이 부분을 매워줄 수 있는 대상을 고려하다 학생이면서 취업문제 해결을 위해 늘 골머리를 앓고 사는 사람, 또 주변 학생들의 삶을 잘 알고 있는 연결고리를 찾아보려 했다. 내부의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외부의 시선을 지닐 수 있는 대상을 고려해봤다.

그래서 졸업을 코 앞에 둔 학생이면서 동시에 학생들의 취업 문제 해결을 위해 뛰고 있는 두 학생. 스물여섯 동갑내기인 정재우(국어교육과4, 제주대학교 부총학생회장)과 김세창(경영정보학과4, 제주대학교 학생회 취업국장)를 만나봤다. 이들은 학생회에서 대학 취업전략본부와 함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프로그램들을 추진하고 있다. 또 제주도, 여성인력개발센터와 함께 2012 청년 잡 페어를 개최하기도 했다.

자신들의 사업을 자랑할 법도 한데 이들은 자신들이 시도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평가했다. 아직 개선될 점이 많다는 것. 학생회를 통한 활동으로도 사실 취업난을 본질적으로는 해결하지 못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또 학생의 입장에서 기성세대들의 담론에 요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미스매칭이나 구조적 문제, 또 단순히 학생들을 타 지역이나 해외로 보내는 것 대신 제주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내놓은 것.

특히 마당발인 이 두 학생이 전하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는 웬만한 경제 수치나 표본보다도 더 현실성 있게 다가왔다.

“노력해서 극복하면 되지 않냐고? 구조적 문제다”

▲ 정재우 제주대 2012 학생회 부총학생회장은 제주지역 대학생들의 취업난을 '구조적 문제'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주의소리

-취업난이 심각하다는 거야 두 말 할 필요가 없는 얘기인데, 실제로 느끼는 요즘 주변 친구들의 상황은 어떤가?

정재우(이하 정) : "학교에는 취업률이 48%정도로 나와 있긴 한데 학생들이 느끼는 체감 취업률은 더 낮지 않을까 생각한다"

- 그 보다 더 낮다고?

정 : "그렇다. 왜냐면 학생들이 취업을 하는데 취업률 산정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현재 건강보험 가입률로 해서 취업자 판단을 하는데, 알바나 계약직인 경우에도 건강보험 가입이 되면 취업자처리가 돼서 애매한 부분이 있다. 더군다나 학생들이 원하는데 일하고 싶은 데 취직을 한 경우는 더 낮을거라고 본다"

-취직한 경우에도 만족도가 낮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일단은 취직을 하더라도 직장에 크게 만족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고시준비나 재취업을 생각하는 학생들이 주변에 많다. 이런 부분에서 실제 취업률은 낮지 않을 않을까하고 생각한다"

- 그럼 수치로 환산해보면 어느 정도라고 보면 되나?
김세창(이하 김) : "10명중에 실제로 취업한 친구는 2명 정도라고 보면 될것 같다. 또 10명 중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친구들이 6명 정도 된다"

- 기성세대들의 충고, 심지어 일자리 토론회에서도 제주지역 취업난과 관련해 학생들에게 ‘눈을 낮춰라’라는 주문이 쏟아진다. 어떻게 생각하나?
정 : "4년제 대학을 나와서 눈높이나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찾기 힘든 구조적 문제에 원인이 있지 않나 싶다. 물론 학생들이 눈을 낮춰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사실 일하려고 하면 지금 당장 촌에 가서 감귤을 딴다고 치면 일할 곳이야 당연히 많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일자리가 그런 게 아니다. 제일 취약한 게 그런 좋은 일자리가 적은, 구조적인 문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진학하면서 꿈을 갖고 전공을 선택하고 공부를 했는데 거기에 걸맞는 일자리가 없다는 말이다.

사실 미스매칭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물론 학생들의 잘못도 있고, 기성세대들도 잘못이 있지만 지자체와 기업, 대학, 행정기구들 모든 곳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지 못해서 생기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김 : "제주도가 직업군이 다양하지 못한 것에도 원인이 있다고 본다. 관광 서비스업만 발달하고 다른 곳에는 일자리가 적다. 예를 들어 내 친구가 공대를 나왔는데 공대를 나와서 제주도에서 취직할 곳이 없다. 그럼 사람들은 중소기업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제주도 같은 경우에는 5인 사업장, 10인 사업장 이런 영세한 규모 밖에 없다"

- 이와 관련해서 가장 많이 쏟아지는 물음이 “왜 너네는 그렇게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리냐?”는 물음이다. 왜 졸업생들이 공무원 시험에만 목을 맨다고 생각하나?

정 : "우리 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IMF라는 경제위기를 보면서 공기업이나 국가직에서 일해야 안전하다는 인식을 안고 가는 세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른들도 기업에 취직했다는 것 보다는 국가에서 공무원이나 국가직 직업에서 일한다고 해야 안정되고 노후까지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제주도에서는 대기업이 없어서 여건 상 좀 중소기업을 찾지만, 말했던 대로 5인 사업장이 대부분이고, 이것도 중소기업이라기 보단 약소기업이니까 사실... 제주도엔 남고 싶고, 좋은 일자리를 찾다보니 결국 공무원에 매달릴 수밖에 없지 않나"

김 : "결혼해서 애를 낳아서 키운다고 생각하면 어느정도 고정된 수입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계속해서 기업에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학생들이 불안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해고될 위험도 적은 공무원에 매달리는 것 같다."

- 이런 얘기도 있다. ‘너희들 선배들 중에서는 그 어려움을 뚫고 충분히 성공한 사람도 있지 않나?’는 지적, 그러니까 개인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성공이 가능하지 않냐는 얘기다. 선배들 중에 잘 된 케이스도 있지 않나?

김 : "사실 지금 몇 년 선배들보다야 우리가 훨씬 사정이 나은 것 같다. 지금은 학교에서 다양한 취업지원 프로그램 해주는데 예전에는 그것마저도 체계적이지 못했다. 친한 선배중에 취업 프로그램 초창기에 인턴을 했던 사람이 있었다. 인턴사업을 보냈는데 그곳에서는 일반 알바생보다도 월급도 안 주고 같이 소유한 렌터카 회사로 보내버려서 하루종일 세차만 했다. 그 기간만 채우면 되는 형식적인 프로그램이 많았다."

정 : "그러니까 근본적으로 선배들 중에 솔직히 어느 기업을 들어갔다고 해서 잘 됐고 못 됐고 말하는 건 힘들거 같다. 우리과(국어교육과)만 봐도 임용고사만 통과한 사람 ‘잘 된’ 건 아니다. 전공이 아니라도 자기 꿈을 이루면 잘 된 거 같고. 선배들 중에서도 정형화된 시험이 아닌 사업이나 창업으로 자기만의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경우도 있다. 제주도에서 거창한 것 아니더라도 단순히 식당 하나를 내더라도 지역사회나 관광객들에게 참신하게 다가갈 수 있다면 그것도 성공이 아닌가?"

김 : "사실. 성공적인 취업이다 어딜 들어가야 한다, 이런 직업을 가져라, 어떤 직장을 가져라, 스토리를 키워라 하는데 이런 식으로 성공적인 취업 사례 찾는 게 오히려 웃기는 일이 아닌가?"

“해외로 육지로 떠나라고? 대학은 지역사회와 함께 커야”

▲ 김세창 제주대 2012 학생회 취업국장(오른쪽)은 학생들이 겪는 여러가지 고충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제주의소리

- 아까 말했다시피 제주대학교와 제주도에서도 다양한 취업지원 프로그램들이 늘어나는 건 사실인 것 같다. 그 내용도 점점 체계적으로 변하는 것 같고. 그래서 선배들보다 지금 학생들이 더 낫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 취업 프로그램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 : "평가가 어떻게 내려지든 간에 이런 시도가 있다는 건 좋다. 물론 시도에서 그치면 안되겠지만. 다만 앞으로 더 개선되면서 제도적, 인식적 보완이 되면 학생들 취업문제나 해결할 수 있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 :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다만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할 거 같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취업박람회 보면 기업부스만 갖다놓고 학생들 면접만 보게 했다. 사실 제주도내 학생들은 면접을 본 경험도 없으니 이런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아직까지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잡 페어와 같이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한다"

- 혹시 ‘지방대생 취업난’이라는 사회문제에 대해서 꼭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나?

정 : "지방대 취업이 어려운 건 어쨌든 일차적으로 대학 입시부터가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고등학교 수능성적이 전부는 아니지만, 우수한 인재가 수도권으로 가는 건 확실히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 우수한 인재를 명문대학에서 키워서 더 우수하게 키워서 대기업으로 가는 게 당연한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것에 지방대생이 위축되고 이런 부분은 없었으면. 오히려 지방대생을 위한 일정 비율 보장 제도와 같은 제도적 보완이 계속 나아지고 있으니 심리적으로 위축될 필요는 없다"

▲ 제주대학교 도서관의 게시판. 스펙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에 대한 안내가 붙여져있다. ⓒ제주의소리

- ‘해외취업을 떠나라’ 혹은 ‘제주도가 아닌 다른 지역, 더 큰 세상에서 도전하라’ 이런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 : "다만 단순히 지방대생이 대기업에 문 두드려서 되고 안되고 이런 차원을 떠나서, 지역에서 지방대와 지방 자체를 키울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학은 지역사회는 같이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학-기업-지자체의 협력을 통해 제주 지역 자체의 경쟁력을 키웠으면 일자리 문제도 차차 풀릴 수 있다고 본다"

김 : "아직도 ‘지방대생은 도전을 하지 않는다’ 혹은 ‘대외활동을 하지 않는다’ 이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제는 제주지역 학생들도 대외활동 같은 경우에는 학생들도 많이 가고, 체험프로그램, 공모전 등 다양하게 도전해서 꿈을 찾기 위해서 경험을 쌓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여전히 지방대생들은 도전을 하지 않는다 말하다니 납득이 안된다. 실제로는 학생들이 하루하루 학생들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도에서 도와준다고 해서 제주도내 기업들 찾아가봐라 하는데 관심있는 학생들은 다 다녀와봤고 서울 탐방하는 프로그램도 많이 가봤다. 이런 학생들이 자기가 노력한 만큼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것. 이게 문제라고 본다"

정 : "언론과 지역사회에서 심각하게 취업난 해결을 말하지만 사실 눈에 보이는 효과는 없다. 실적만 노리지 말고 실제로 효과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획기적인 정책이 나와서 학생들을 도와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기=그 학생들을 도와주는 주체는 어디까지인가? 제주도? 기업? 대학? 국가?

정 : "물론 다 포함한다. 국가, 대학교, 지자체, 기업들도 같이 노력해야 한다."
김 : "물론 도지사도 포함해야 한다" (웃음)

- 고맙다. 앞으로 학생들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또 본인들도 자신이 꿈꾸는 일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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