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뜨르비행장(현 제주국제공항)의 집단학살 유해발굴 현장. <제주의소리 DB>
제주법원, 유족 29명 손해배상 일부승소...희생자에 각 1억원씩 지급

한국전쟁 당시 고구마 창고에 끌려가 당시 정뜨르비행장에서 집단 총살형에 처해진 서귀포시 남원읍 피해 주민들의 후손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손해배상을 이끌어 냈다.

22일 제주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제주예비검속 사건 피해자의 유족 오모씨 등 29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원고 승소판결했다.

'예비검속'은 범죄 방지 명목으로 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있는 사람을 사전 구금하는 행위다. 1948년 10월 이후 당시 내무부는 제주서 대대적인 예비검속을 시행했다.

정부는 1950년 8월 적법한 절차없이 2차례에 걸쳐 현 제주국제공항 동쪽 활주로 부지인 정뜨르비행장과 산지항 바닷가 등에서 주민을 총살하거나 수장했다.

소송을 제기한 남원읍 주민들의 경우 1950년 6월말쯤 관할지서인 남원지서에서 예비검속 대상 주민을 연행하고 서귀포경찰서로 이송해 고구마 창고에 가뒀다.

당시 서귀포경찰서는 예비검속자들을 A에서 D등급까지 나누고 이중 C, D등급은 해병대에 송치한 후 그해 7월과 8월 적법절차 없이 정뜨르비행장에서 총살했다.

세월이 흘러 2006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제주예비검속사건을 재조사하고 2010년 6월 군과 경찰에 의한 예비검속 문제를 국가차원에서 처음으로 인정했다.

유족들은 이에 '경찰과 군대가 정당한 이유나 절차없이 망인들을 구금한 후 살해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1인당 최대 3억원을 배상하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국가는 소멸시효인 5년이 훌쩍 지난 만큼 손해배상이 불가능하다며 맞섰으나 재판부는 예비검속 진술규명 결정이 내려진 2010년 6월을 기점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해야 한다며 원고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는 희생자들에게 각 1억원씩 지급하고 배우자들에게는 각 5000만원, 부모와 자녀에게는 각 1000만원, 형제자매는 500만원씩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어 "제주예비검속 사건은 대규모의 학살을 자행한 반인권적인 중대 범죄"라며 "진실규명이 시작된 2010년 전까지 유족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밝혔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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